리디아 고. /LPGA 페이스북
리디아 고. /LPGA 페이스북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동화 같은 이야기다.”

리디아 고(27)에게 8월 한 달이 동화 같았다. 선수들이 생애 한번 달성하기 어려운 일 3가지가 연달아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달 초 2024 파리 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을 획득한 그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명예의 전당 입성 확정에 이어 26일(이하 한국 시각) 끝난 LPGA 메이저대회 AIG 여자오픈 우승(최종 합계 7언더파 281타)도 이뤄냈다.

‘골프 천재 소녀’의 위용을 되찾은 모양새다. 그는 8~9년 전만 해도 세계 여자골프에서 적수를 찾기 힘들 정도로 최고 선수였다. 그런데 인성도 남달랐다. 세계랭킹 1위였던 당시에도 본지와 인터뷰에서 “박세리 언니나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실제 박세리를 비롯해 골프계에선 리디아 고를 ‘실력과 인성을 모두 갖춘 선수’로 평가한다.

AIG 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에선 세계랭킹 1위 출신 선수들의 우승 경쟁이 눈길을 끌었다. 리디아 고를 비롯해 신지애, 넬리 코다(미국)까지 샷 하나하나에 희비가 엇갈렸다. 프로 통산 65승에 도전했던 신지애는 4라운드를 단독 선두에서 시작했지만 ‘멘탈 홀’이라 불리는 마지막 4개 홀 중 15번 홀과 17번 홀(이상 파4)에서 보기를 하며 공동 2위로 미끄러졌다. 현재 세계랭킹 1위 코다는 14번 홀(파5)에서 더블 보기를 내면서 우승 경쟁에서 밀렸다.

리디아 고는 18번 홀(파4) 버디로 먼저 경기를 마쳤는데 신지애, 코다, 릴리아 부(이상 공동 2위) 등 다른 경쟁자들이 하나둘 실수를 범하면서 결국 2타 차 우승이 확정됐다. 우승 상금은 142만5000달러(약 18억9000만 원)다.

리디아 고는 1월 힐튼 그랜드 배케이션스 챔피언스 토너먼트 이후 7개월 만에 투어 21승째를 달성했다. 메이저대회에선 2015년 에비앙 챔피언십, 2016년 ANA 인스피레이션에 이어 개인 통산 3승째를 거뒀다. 그는 "최근 몇 주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미친 것 같다. 3주 사이에 일어난 일을 표현할 단어를 찾기 어렵다"고 놀라워했다. 현장을 찾은 남편 정준 씨와도 기쁨의 입맞춤을 나눴다.

김인경. /LPGA 페이스북
김인경. /LPGA 페이스북

임진희는 최종 합계 1언더파 287타 공동 10위에 올랐다. 81위(11오버파 299타)로 경기를 마친 투어 통산 7승(메이저 1승)의 18년 차 김인경은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제가 골프를 아홉 살 때 시작했고 올해 나이가 36세다"라며 "18은 골프 숫자이기 때문이다"이라고 은퇴 소감을 전했다. 그는 "저는 재능이 뛰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항상 최선을 다했다. 골프를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우고 여러 곳을 다닐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같은 날 미국 콜로라도주 캐슬록의 캐슬 파인스 골프클럽(파72·8130야드)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플레이오프(PO) 2차전 BMW 챔피언십(총상금 2000만 달러)에선 임성재와 안병훈이 페덱스컵 랭킹 상위 30명만 나설 수 있는 PO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 동반 진출을 확정했다. 임성재는 공동 11위(6언더파 282타), 안병훈은 공동 13위(5언더파 283타)를 기록했다.

우승은 이날 이븐파를 쳐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한 키건 브래들리(미국)가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360만 달러(약 48억 원)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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