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와 지정학 리스크 증폭
"현 시점 이상 매도 출회 가능성 적어"...제약·바이오 강세
[한스경제=박영선 기자] 미국 증시 폭락의 영향으로 '검은 월요일'을 맞았던 코스피가 상승 전환했으나, 여전히 2500선에서 등락 중이다. '서킷브레이커' 발동 이후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한 국내 증시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소폭 반등에 성공하며 회복 중이나, 외국인 매도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에 증권가에선 '엔 캐리 청산' 여파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당분간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있다.
불안정한 미국 고용지표에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이 늦었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이 같은 시장의 우려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이어지며 글로벌 증시는 폭락을 맞았다. 특히 일본 증시는 지난 5일, 하루만에 10% 이상 폭락했으며 같은날 대만 증시도 8%대 급락했다.
하지만 아시아 증시는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전날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던 일본 닛케이지수는 6일 3217.04p(10.23%)가 오르며 사상 최대 상승폭을 보였으며 대만 증시도 반도체 파운드리 위탁 업체 TSMC가 견조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3.38%나 상승 마감했다. 코스피와 코스닥도 6일 각각 9.87p(2.97%)와 41.59p(6.02%) 반등에 성공했다.
국내 증시는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외국인 매도세는 이어지고 있다. 최대 낙폭을 맞은 5일, 외국인은 1조 8198억원·6일에는 1677억원·7일에는 196억원을 팔면서 매도세를 이어갔다.
이에 증권가는 올해 초부터 급증한 외국인 매수 자금이 환매를 시현하며 매도세가 증가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와 함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변동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교보증권의 신윤정 연구원은 올해 초 투기성으로 급증했던 외국인 자금이 급격하게 유출되면서 국내 증시가 순간적으로 폭락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 급증한 외국인 매수 자금은 1월 3042억원, 2월 841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5301억원으로 증가했다.
신 연구원은 "기대에 못 미치는 밸류업 정책과 원화 약세에도 불구, 연초 이후 외국인 매수 자금 유입은 지속됐고 이는 국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며, "특히 올해 외국인 수급의 수익률 경쟁력은 매우 높은 수준을 기록해왔다"면서, "이런 외국인의 투기성 자금이 급격하게 유출되면서 큰 폭으로 증시가 하락한 것이다"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저금리 엔화를 차입해 투기적 목적으로 국내 유입된 외국인 수급이 증시 하락폭을 확대시켰고, 주가 급락으로 인한 주식형 펀드 환매가 국내 증시 급락을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면서, "환율 변동성이 확대돼 엔화 강세 폭이 강해진다면, 이번에 청산되지 않았던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유출되면서 글로벌 증시 하방 압력을 다시 한번 확대시킬 수 있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NH투자증권의 나정환 연구원은 최근 블링컨 국무장관이 이란과 헤즈볼라의 공격을 예고, 중동 긴장감을 완화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음에도 중동 상황이 급박한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쟁 이슈가 위험 자산 회피 심리를 강화 시켜 주식 시장에서 수급 이탈을 야기했으나 결국 금융시장 안정화의 중요한 키는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논란이 진정되느냐 일 것이다"면서,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진정되면 급격한 금리 인하 가능성이 줄어들고 달러 지수 하락세가 진정돼 추가적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도 낮아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다만 나 연구원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로 인해 현 시점 이상으로 매도 물량이 출회될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는 "엔화 환율이 올해 초 수준인 달러당 140엔에 근접하고 블룸버그 달러엔 캐리 수익 지수는 현재 연초 수준까지 내렸다"면서, "엔화 환율이 130엔대에 진입할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연초 이후 엔화 약세 흐름을 거의 되돌린 상태에서 추가적인 엔화 강세와 엔-케리 트레이드 되돌림에 따른 대규모 수준의 주식 매도 출회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한편 7일 기준, 코스피에서는 727개의 종목이 상승하고 176개 종목이 하락했으며 코스닥은 1288개가 상승, 288개 종목이 하락했다. 이에 시장은 외국인의 향후 매매 흐름을 예측하기는 어려우나 제약·바이오의 주가 흐름은 견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증권의 조준기 연구원은 "업종별로는 반도체(KODEX 방도체 2.02%)가 가장 강했고, 최근 아웃퍼폼 중인 제약·바이오(KODEX 바이오가 4.88% 상승, KODEX 헬스케어 4.86% 상승)에도 시세가 강하게 드러났다"면서, "일본중앙은행(BOJ)의 노력과 미국 GDP Now 3분기 예상치 상향 조정으로 증시는 소강 상태에 접어들 것이다"고 내다봤다.
박영선 기자 pys7106@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