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UN 보고서 발표...노동자 70%, 폭염에 노출
ILO, 관련 조치 취하면 10만명 구하고 '연간 500조원 절약' 효과까지
UN 사무총장 호소문 발표..."화석연료, 폭염 가중시켜"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으로 매년 사망자가 2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연합뉴스.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으로 매년 사망자가 2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폭염이 전세계를 뒤덮은 가운데 노동자들이 폭염 위험에 그대로 노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매년 2만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25일(현지시간) UN 직속 기후행동팀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국제노동기구(ILO), 유엔난민기구, 유엔환경계획, 유네스코, 유엔해비타트, 유니세프, 유엔인구기금, 세계보건기구, 세계기상기구 등 UN 산하 기구 등의 자료와 자문을 받아 만든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일 기온이 34도 이상일 경우 노동 생산성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폭염이 길어지고, 빈도가 잦아지면서 경제성장 감소로 연결된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전세계 노동자들의 생명까지 위험한 상황이다. 보고서가 인용한 ILO의 데이터에 따르면 전세계 노동자의 70% 이상인 24억명이 현재 극심한 더위에 그대로 노출된 상태다. 이로 인해 매년 2285만명의 노동자가 부상을 입고, 1만8970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보면 아프리카의 노동자 93%가량이 폭염에 영향을 받았다. 그밖에 아랍 국가(84%), 아시아 및 아시아 태평양지역(75%)의 근로자들이 폭염에 위협 받고 있다.

아울러 물 공급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면 폭염을 피하기 위한 실내 활동 시간이 길어지면서 에너지 수요 역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폭염 속 농작물은 시들어 버리기 일쑤고, 학교는 휴교령이 내려지는 등 구축된 인프라마저 무너지기 시작했다. 보고서는 "이런 상황들이 공공서비스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하게 된다"며 "본질적으로는 여러 지속가능한개발목표(SDGs)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보고서는 극한 폭염을 줄이고, 근로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조치와 도구가 있다고 봤다.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는 조기 경보 및 대응 시스템을 포함하는 폭염 대책 계획이 효과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ILO는 산업 안전을 강화하고, 근로자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경우 연간 3610억달러(약 500조원)를 절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기상기구(WMO)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 57개국 대상으로만 진행하는 열 건강 경보시스템을 전세계로 확대할 경우 연간 9만8314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특히 △수동 냉각 △에너지 효율성 향상 △기후 온난화 냉매의 단계적 감축 촉구 등 3중 전략은 2050년까지 폭염 위험에 처한 35억명의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봤다. 이와 함께 냉각 부문의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효과도 볼 수 있다고 적극 추천했다. 

더구나 냉각 부문의 에너지수요 감축은 2050년까지 인구는 1조달러를, 전력 부문에서는 최대 5조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한편 이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보고서 발표와 함께 화석연료가 가중시킨 폭염에 대한 행동 촉구를 요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날 유엔본부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고 "지난 22일 지구 평균 기온이 하루 전의 최고 기록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며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극한 폭염은 하루나 일주일, 한 달에 그칠 현상은 아니다"라며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모두에게 더 위험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보고서가 강조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이에 따른 매년, 10년마다 글로벌 이정표 달성 위한 조치 강화 △2030년까지 전세계 모든 화석연료의 생산 및 소비 30% 감축 △COP28의 목표(산림 벌채 중단과 에너지 효율 2배 및 재생에너지 3배 증가) 이행 촉구 등을 언급했다.

특히 "우리는 이런 현상이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인간이 초래한 변화임을 알고 있다"며 △기후변화 취약계층 보호 △데이터와 과학에 기반한 경제·사회 회복력 강화 △지구 표면 온도의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 제한 등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폭염이 경제를 파괴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키며 지속가능한개발목표를 훼손하고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경고했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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