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트럼프-밴스, 빅테크는 제재하고 AI 규제는 완화
AI 사업 꾸리는 머스크 등 '페이팔 마피아' 환영
실리콘밸리 정치기반인 해리스도 등장...CNBC "빅테크에 더 호의적"
실리콘벨리의 주요 세력인 '페이팔 마피아'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연대가 심상치 않다. / 인터넷 다운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실리콘밸리의 주요 세력인 '페이팔 마피아'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연대가 심상치 않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실리콘밸리와 계정정지 연타로 테크 기업에 분노해온 트럼프가 최근 친밀한 행보를 보이다 못해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 페이팔 마피아들이 추천한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자 출신 J D 밴스가 낙점된 것이다. 

페이팔 마피아는 2000년대 초반 온라인 결제 서비스 회사 페이팔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로 구성된 그룹이다. 페이팔이 이베이에 인수된 이후 각자 투자하거나 창업한 기업이 크게 성공해 그들의 입김이 실리콘밸리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비롯해 기업용 인맥 SNS업체인 링크드인 설립자 리드 오프먼, 유튜브 설립자 스티브, 페이스북 최초 투자자 피터 틸 등이 있다. 

페이팔 당시 COO였던 데이비드 삭스 크래프트벤처스 CEO는 자신의 저택에서 트럼프의 선거 자금 모금 파티를 열거나 진행하는 팟캐스트 게스트로 트럼프를 초대했으며, 오랜 트럼프 지지자인 피터 틸은 자신이 후원하는 밴스를 트럼프에게 추천해 그를 부통령 후보로 앉히는데 성공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트럼프에 월 4500만달러를 후원하며 상당한 정치자금 동력을 주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머스크와 트럼프는 저격글을 주고 받던 사이었는데 WSJ는 향후 머스크가 트럼프의 정치적 자문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데이비드 삭스, 피터 틸, 일론 머스크 등 페이팔 마피아의 주요 인물들이 실리콘벨리의 우향우를 주도하는 것에 대해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일각은 트럼프의 향후 정책이 빅테크 제재와 AI규제 완화에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앤드류 맥코맥(시계반대방향), 캔 하워리, 채드 헐리, 로엘로프 보타, 러셀 시몬스, 제이슨 포트노이, 이샨 웡, 스티브 첸, 데이비드 색스, 자레드 카림, 제레미 스토플맨, 키스 라보이스, 데이브 맥클루어, 스콧 베니스터, 루크 노섹, 리드 호프만, 맥스 레브친, 일론 머스크, 피터 틸 / 인터넷 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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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2021년 임기가 끝나자마자 메타와 트위터에서 계정이 차단되고, 지지자들이 결집되던 팔러가 애플과 구글 앱스토어에서 삭제되며 빅테크와 오랜 악연을 이어왔다.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밴스 역시 빅테크의 독과점에 불만을 쌓았다. 2월에는 자신의 X에 구글 알파벳의 기업분할을 지지글을 올리는 등 수위 높게 빅테크를 겨냥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도 반독점법을 통해 빅테크에 강한 제재를 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AI 행정명령에 서명하거나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오픈AI의 시장 독점 의혹에 대한 조사에 들어서려 하는 등 AI에 대해서도 규제를 강화하는 기조다. AI에 주력하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AI가 초기 단계인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가 독점 논란으로 기업을 몰아세우는 것에 노골적인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는 데이비드 삭스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AI 지원과 그를 위해 필요한 전력과 핵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포브스는 11일 “피터 틸,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두터운 친분이 있는 제이콘 헬버그 스탠포드 지정학 및 기술 고문은 바이든 정부의 틱톡 금지와 더 자유로운 인공지능(AI) 정책 등에 반발하며 트럼프의 중요한 모금자로 변모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향후 실리콘밸리의 사업이 AI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트럼프 지지의 이유가 된다. 전기차로 대표되던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가 트럼프의 손을 잡은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테슬라는 '전기차'로 대표되지만 '전기차 업체'로만 이해하기에는 그 폭이 넓다. 머스크가 2006년부터 현재까지 3단계에 걸쳐 제시한 회사의 장기로드맵(마스터플랜)에 따르면 테슬라는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의 진화를 목표로 한다. 매출 85%가 전기차지만, 전기차를 판매해 얻은 수입을 바탕으로 완전자율주행(로보택시), 에너지, AI로봇 등 4가지 사업을 순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는 전기차 보조금을 반대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테슬라의 전기사 사업 부문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지만, 그 보조금을 AI 산업에 쓴다면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 바이든 정부의 IRA가 테슬라 외의 다른 기업들이 전기차 사업에 더 잘 뛰어들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내연차 기업들이 전기차 기업으로 넘어가는 것보다 장벽을 높히는 게 낫다는 해석도 있다.

다만 실리콘밸리에는 벤처·스타트업만 있는 게 아니다. 트럼프 및 밴스가 겨냥해온 페이스북·구글·애플의 거점도 실리콘벨리에 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이후 유력 후보로 나서고 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정치 기반이 실리콘밸리 인근 오클랜드이다.

현재 많은 테크업계 거물들은 트럼프에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면서도 물밑으로는 해리스와 협력에 대한 손익계산을 하고 있다. 미 경제방송 CNBC 또한 해리스 부통령이 빅테크에 더 친화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CNBC는 해리스 부통령이 빅테크 기업 리더들과 긴밀히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면서 "트럼프와 밴스보다 TSMC 등의 기업에 더 호의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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