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경쟁해야"..."공급망내 중국산 포함시켜 원가절감 필요"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최근 중국은 자국 내 생산 증가와 소비 위축이 맞물려 재고가 넘쳐나자 해외로 저가 물량을 밀어내고 있다. 중국의 저가 수출이 안정된 수출채산성을 바탕으로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자 국내 기업들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3일 ‘중국 저가 수출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달러 기준 수출단가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16개월 연속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 8월 중국의 수출단가는 전년 동월 대비 13.9% 하락하며 통계가 집계된 2000년 이래 월간 기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올해 1~4월에도 수출단가는 전년 동기 대비 10.2% 하락하면서 주요국 대비 큰 하락폭을 보였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수출물량은 8.7% 늘어나 주요 지역 중 2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수출물가 증가율은 0.1% 감소에 그쳐 중국산 대비 가격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단가 인하를 통한 중국의 저가 물량 밀어내기가 지속되자 글로벌 시장 내 한국의 입지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특히 철강과 전기차·이차전지 분야는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며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4월 중국의 철강 수출단가는 전년 동월 대비 평균 19.4% 하락하면서 전 품목 하락률인 5.8%를 크게 하회했다.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중국산 철강 수출은 지난 2020년 5370만t에서 2021년 6690만t, 2022년 6730만t, 지난해 9030만t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에 반해 국내 철강 수출액은 지난 6월까지 22개월 동안 10~20%의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에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은 달은 지난해 6월, 9월, 올해 1월뿐이었다.
중국산 철강 수입액 또한 2022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증가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에 수입된 중국산 철강재는 472만7000t으로, 지난 2022년 수입된 중국산 철강재 675만6000t의 70%를 차지했다.
전기차·이차전지 산업에서도 중국 기업은 수직계열화를 기반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원료부터 셀 제조, 전기차 제조,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까지 전주기 공급망을 수직계열화해 원료조달, 비용·시간 절감, 품질 관리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실제로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자동차, 이차전지 수출단가는 각각 한국산 제품의 48.7%, 72.7% 수준에 불과했다.
안혜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수출이 본격화되자 철강, 자동차, 이차전지 등 한·중 경쟁품목에서 중국의 수출 점유율이 상승한 반면 한국의 수출 점유율은 정체됐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저가 수출 확대로 해상운임이 상승하고 물동량이 증가하자 국내 수출기업의 물류 애로가 심화되고 있다.
반도체‧컴퓨터‧무선통신기기 등 항공운송 비중이 높은 5대 IT품목을 제외한 국내 수출의 88.8%는 해상 운송에 의존하고 있어 수출기업의 대부분이 해상운임 상승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중국에서 물량을 가득 채운 주요 해외 선사들이 한국에는 정박하지 않는 ‘패싱’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 국내 수출기업들의 선복 확보가 한층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출단가가 하락하면 수출물량은 늘어날 수 있지만 수출채산성은 악화된다. 그러나 중국은 위안화 약세와 주요국 대비 낮은 생산자물가를 바탕으로 수출채산성 또한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무협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4월 기준 중국의 수출채산성지수는 107.4로, 지난 2017~21년 평균인 99.8을 상회했다.
중국의 생산자물가 증가율(전년동월비)도 지난 2022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21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한국, 미국, 유로존, 일본 등 대비 저렴한 제조원가로 저가 수출 공세를 위한 바탕이 됐다.
도원빈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풍부한 광물 자원 기반의 수직계열화와 거대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중국 기업의 수출단가 인하는 이어질 것”이라며 “중국은 안정된 수출 채산성과 저렴한 제조원가를 바탕으로 저가 수출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 장벽을 강화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시장점유율을 늘릴 수 있도록 선제적인 투자·협력·시장 선점 노력이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 프리미엄‧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새로운 수출 포트폴리오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안혜영 연구위원은 “중국은 가성비를 넘어 품질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빠른 속도로 글로벌 시장에 깊숙이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은 국내 공급망에 중국산을 포함해 원가를 절감하고 자원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차세대 신기술 확보를 통해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벌리는데 주력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새로운 대응전략을 내놓았다.
김우정 기자 yuting4030@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