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부터 2024년까지 총 4차례 챔프전 우승
허재·김주성·허웅·송교창·이승현·최준용 등 지도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전창진(61) 부산 KCC 감독은 국내 프로농구 역사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명장이다. KBL 감독상을 무려 6차례(역대 1위)나 받았고, 챔피언결정전 우승도 4차례(2002-2003·2004-2005·2007-2008·2023-2024시즌)나 이뤄냈다. 첫 우승을 ‘농구 대통령’ 허재(59·당시 원주 TG삼보)와, 4번째 우승을 허재의 아들 허웅(31·KCC)과 함께 일궈낸 부분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본지와 만난 전창진 감독은 ‘역대 최연소(만 39세) 우승 감독’ 기록을 세운 2002-2003시즌 우승과 관련해 “(대구 동양을 꺾었던) 그땐 (허)웅이 아버지인 허재 선수가 있었다. 김주성(45)이란 선수도 대단했지만, 허재라는 대단한 선수가 컨트롤이 됐기 때문에 팀이 좋아진 것이다”라며 “팀에 중간중간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했는데 허재가 그런 것들을 잘 했다”고 떠올렸다.
◆바뀌어 가는 명장의 전략
전창진 감독은 사실 ‘호랑이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오래 해오던 비시즌 산악구보 훈련은 혹독하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호랑이 감독’이란 표현에 전창진 감독은 “(요즘은) 절대 그렇지 않다”며 “올해는 선수들이 하자는 대로 더 했다. 그게 맞는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허웅은 “많이 유해지셨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전창진 감독은 “훈련도, 미팅도 과거처럼 그렇지 않다. 선수들이 다들 자기가 알아서 잘 한다. 예전처럼 감독이 신경 쓸 것들이 하나도 없다”며 “선수들이 (코트에서) 열심히 뛰어주는지 안 뛰어주는지 그 차이인데 플레이오프(PO)와 챔피언결정전이 중요했던 터라 우리 선수들이 알아서 잘 뛰어줬다”고 공을 돌렸다.
“첫 우승 땐 더 절박하기도 했고 어렸을 때라 우승한 후 저는 거의 기진맥진 쓰러져 있었다”던 전창진 감독은 이제는 그 과정이 조금은 더 편해졌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감독의 역할이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경기 다음 날에도 정상적으로 다 훈련하고 그랬다.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면 선수들에게 욕을 먹는다. 욕먹기는 싫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올해 허웅, 송교창(28), 이승현(32), 최준용(30), 라건아(35)까지 그야말로 ‘슈퍼팀’을 이끌었던 전창진 감독은 ‘최고령(만 60세) 우승 감독’이 된 이번 수원 KT와 챔피언결정전을 두곤 “선발 멤버로 누굴 내보낼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코칭스태프 회의를 할 때 선발 고민을 첫 번째로 했다. 초반에 끌려가면 어렵다는 얘기에 많이 공감을 해 선발 멤버로 (허)웅이를 내보냈다. 웅이와 (송)교창이를 고정으로 처음부터 내보내고 (이)승현이나 (최)준용이를 나중에 넣는 전략을 썼다. 연륜이 많은 강양택(56), 이상민(52) 등 코치들의 의견대로 했고 그게 잘 됐다”고 돌아봤다.
◆하얗게 불태운 에이스 허웅
KCC가 앞세운 허웅은 챔피언결정전 5경기(4승 1패)에서 평균 18.8득점 5.4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3점슛으로 팀 우승을 이끌었다. 기자단 투표 84표 중 31표를 획득해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친동생이자 KT 에이스인 허훈(29)과 한 숙소에 머물며 같이 링거도 맞았던 허웅은 경기에선 양보 없이 승부사 기질을 뽐냈다.
전창진 감독은 허웅의 성실성을 높게 샀다. 전창진 감독은 “웅이는 어찌 보면 조금 고지식한 면도 있지만 진짜 바른생활을 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물론 그런 ‘FM' 허웅도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후 가장 해보고 싶은 것에 대해선 “쉬고 싶다”는 말부터 했다. 허웅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체력이 방전된 KCC는 이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진행된 국제농구연맹(FIBA) 챔피언스리그 아시아 조별리그에서 3전 전패로 B조 최하위에 머물며 일찌감치 짐을 쌌다.
FIBA 대륙 간 대회 출전권이 걸린 챔피언스리그에선 아시아 각국 리그 우승팀이 한데 모여 경쟁했다. 지난 2019년 울산 현대모비스 이후 5년 만에 이 대회에 나선 KCC는 무기력한 플레이로 발길을 돌리며 아쉬움을 남겼다.
첫 우승부터 강산이 2번 이상 바뀌는 동안 전창진 감독의 얼굴에도 세월이 켜켜이 쌓였다. 그는 “옛날 아날로그적 생각을 갖고 있으면 힘들어진다. 빨리 요즘 디지털적인 생각으로 바꿔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창진 감독의 얼굴에 묻은 세월의 흔적은 속된 말로 꼰대의 기운이 아니라 빈티지 와인 같이 갈수록 깊어지는 연륜의 분위기였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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