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건조 계약되는 선박에 사이버보안 시스템 구축 의무화
“모든 기술 관리는 해기사가...해기사 능력 따라 글로벌 안전망 확보해야”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지정학적 혼란과 인력부족 문제 등에 직면한 해운업계가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중 게임체인저로 떠오른 인공지능(AI)기술은 해운산업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그 틈새로 사이버위협이 파고들며 사이버보안이 업계 내 시급한 해결사안으로 떠올랐다.
AI 기술은 경제성, 안전성, 친환경성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해운산업을 변화시키고 있다. AI는 해운업에서 주로 경로 최적화, 연료 절약, 예측 유지·관리, 위험관리, 자율운항 등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전체적인 선박 운영 최적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자율운항 스타트업 오르카 AI(Orca AI)의 연구에 따르면 전세계 해운업계는 해상 운항에 AI를 배치함으로써 연간 4700만t의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또한 선박, 부표, 바다 포유류 등 고위험 해양 표적과 근접할 경우 AI를 통해 선원에게 실시간으로 경고함으로써 기동이나 항로이탈의 필요성을 줄일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항로이탈을 줄이면 운항거리 중 연간 3820만해리를 줄여 선박당 평균 10만달러의 연료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일본 선사 NYK와 오르카 AI는 세계 최초로 자율운항선박 실증을 진행했다. 당시 NYK는 AI 시스템으로 운항한 결과 선박당 연간 평균 10만~30만달러(3~5%) 상당의 연료를 절약했다고 발표했다.
야르덴 그로스 오르카 AI CEO는 “AI기술을 활용하면 단기적으로 선원은 단순 작업량이 줄어들어 복잡한 운항업무에 더 많은 관심을 쏟을 것이다. 이에 운항 최적화로 연료를 절약하고 배기가스 배출이 줄어들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완전 자율운항의 문을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2위 선사 머스크(Maersk)는 AI로 컨테이너 적재, 스케줄링, 경로 계획 등을 분석하고 판단해 연료 소비를 최적화하고 배출량을 줄이고 있다.
또한 일본 선사 미쓰이OSK라인(MOL)은 중국 AI기업 센스타임(SenseTime)과 선박 영상인식 시스템에 AI를 활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센스타임의 AI기술은 초고해상도 카메라와 그래픽 처리장치(GPU)를 사용해 주변 선박을 자동으로 식별하고 선박 간의 충돌을 방지하는 등 항로 모니터링에 활용될 예정이다.
국적선사인 HMM도 선박과 선원의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AI 영상분석 솔루션 ‘딥아이즈(Deep Eyes)’을 도입했다. 딥아이즈는 AI 영상분석 기능이 탑재된 CCTV를 선박에 설치해 선원들의 이상상황 등을 자동 인식해 경고하는 안전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지난 19일 열린 ‘한국선급(KR) 기술세미나’에서 변상수 HMM오션서비스 소장은 “향후 AI는 마케팅, 영업, 선박관리뿐만 아니라 의료, 법률, 인사 등 분야에서도 사용될 것”이라며 “탈탄소화는 의무지만 디지털화는 선택이다. 그러나 탈탄소화와 디지털화는 함께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AI와 인간의 공존은 필요하다”며 “공존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AI를 어떻게 잘 사용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제 알려진 사이버공격은 5%뿐...장비사·조선소·선사 모두 리스크 안고 있어”
선박 내 디지털화가 진행될수록 사이버 공격의 노출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일본 나고야항은 랜섬웨어 사이버공격으로 전산피해를 입어 컨테이너 하역에 어려움을 발생했다. 랜섬웨어는 컴퓨터나 네트워크에 침입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도록 만든 뒤 이를 복구하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해킹 범죄이다.
지난 20일 열린 ‘코마린(KOMARINE) 2024’에서 박개명 KR 팀장은 “최근 오사카항에서도 사이버공격이 발생했다. 당시 관련 업체에 따르면 현재 알려진 해운업계 사이버공격은 전체 중 5% 미만이며, 실제로 많은 공격이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국내와 인접한 나고야항에서도 사이버공격이 발생한 것처럼 부산항도 분명히 대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장비사부터 조선소, 선사 등 모든 해운업계가 사이버공격의 리스크를 안고 있다”며 “자율운항선박 등 스마트선박으로의 전환과정에서 설치된 많은 디지털 시스템으로 리스크를 안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제선급협회(IACS)는 선박 사이버 복원력을 강화하기 위해 UR E26·E27 공통규칙을 발표하며 내달 1일부터 건조 계약되는 선박에 사이버보안 시스템 구축을 강제화했다.
박개명 팀장은 “IACS는 사이버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며 “오늘 우리가 100% 공격을 막아도 내일 또 다른 기술이 개발돼 침해사고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사이버보안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해기사의 역할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해기사는 선원으로서 선박 운항, 기관관리, 통신 등 특정기술과 지식을 가진 사람이다.
임정빈 한국해양대 교수는 “해상조난안전시스템(GMDSS)으로 구축한 해상안전망은 잘못하면 사이버테러망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선박은 해상에서 육상과 연결된 통신망, 해기사, 다양한 첨단기술뿐인 고립된 사회가 된다. 해기사가 감당해야 할 것은 늘어나지만 아직까지 해기사를 어떻게 교육할 것이냐에 대한 논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임정빈 교수는 “모든 기술의 총체적인 관리는 해기사가 해야 한다”며 “해기사의 능력에 따라 글로벌한 안전망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라고 주장했다.
김우정 기자 yuting4030@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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