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정당 희망 상임위 배치…법사위·운영위 등 쟁점 상임위 5명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거대 양당 정치의 틈새를 공략하는 소수정당들이 본격적인 '생존게임'에 나섰다. 창당 100일을 맞은 조국혁신당은 범야권 선두에서 '쇄빙선'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고, 개혁신당은 연일 거대 양당을 때리는 '비야비여'(非野非與) 투 트랙 전략을 펴는 모습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인 입법활동은 다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기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등록된 법안 수는 총 521건(정부·기타 제외)이다. 이중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 등 6개 소수정당이 제출한 법안은 14건(2.68%)에 그쳤다. 지난달 30일 제22대 국회 개원 후 20일이 다 돼 가지만 6개 군소정당 소속 21명의 의원들 중 단 9명만 입법에 나섰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지난 2월 발표한 '22대 국회의원선거 유권자 10대 의제'에 따르면 고물가·고금리 대책 등 민생 안정이 24.3%로 가장 높았고, △육아·보육시설 확충 등 저출생 대책 마련(15.7%) △사회적 갈등 완화(13.3%)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13.1%) △고령화 대비 사회안전망 구축(8.9%) △균형발전 및 지역소멸 대처방안 마련(7.0%) △새로운 일자리 등 청년실업 대책 마련(6.7%)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제도 개편(4.8%) △탄소중립과 ESG 대응책 마련(3.6%) △저성장 극복 대책 마련(2.4%)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6개 소수정당 중 조국혁신당은 제외하고 나머지 5개 당은 유권자 10대 의제에 해당하는 법안 발의에 미흡했다.
4·10 총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12석의 의석 수를 확보하는 데에 성공한 조국혁신당은 12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김선민 의원이 4건으로 가장 많았고, 강경숙 의원이 2건, 김준형·박은정·서왕진·신장식·이해민·차규근(이상 1건) 의원이 뒤따랐다.
특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출신인 김선민 의원은 공공의료 강화와 국민연금과 관련한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의료급여법, 국민건강보험법,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4건을 대표발의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11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창당 100일 기념행사에서 "선거를 하면서 내세웠던 한동훈 특검법, 사회권 선진국 등 공약을 충실하고 빈틈없이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거대 정당을 추종하거나 그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며 이익을 얻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그렇게 하지 않겠다"며 "새로운 진지로 삼아 모여들고 당원과 국민들께서 실망하는 일이 없도록 혁신하겠다"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은 소수정당 중 유일하게 기후위기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전했다.
서왕진 의원은 국회 기후특별위원회 상설화를 촉구하는 '기후위기 비상 대응을 위한 국회 기후위기 특별위원회 구성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며 "22대 국회가 기후국회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을 가진 기후특위 상설화가 대단히 시급하다"고 말했다.
결의안에는 △입법권 및 예산심의권 포함 △위원장 포함 20인 이내 위원회 구성 △22대 국회 임기 만료일(2028년 5월 29일)까지 활동 보장 등을 명시됐다.
3명의 당선인을 배출한 개혁신당은 아직 1호 법안도 발의하지 못한 상태다. 개혁신당은 모든 정당 중 유일하게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을 동시에 배출했다. 지역구에서 이준석 의원, 비례로 천하람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이 포진했다. 천 원내대표는 정치개혁 과제로 꼽히는 중대선거구제, 비례대표제, 선거 규정 등 위성정당 방지법을 준비 중인 가운데 이준석 의원은 교육 관련 법안을, 이주영 의원은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진보당은 윤종오 원내대표의 헌정질서 파괴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과 형법 일부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대표발의했고, 새로운미래·기본소득당·새로운미래·사회민주당 등은 법안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거대 양당 간 원(院) 구성 갈등 속,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 등 소수정당은 희망 상임위원회를 배치받으며 실속을 챙겼다.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해 우원식 국회의장 결정에 달렸던 군소정당 상임위 배치가 대부분 희망대로 구성된 모양새다.
5명의 의원이 쟁점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운영위원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배정됐다.
명단에는 △법사위에 조국혁신당 1명(박은정 의원) △운영위에 조국혁신당 1명(신장식 의원), 개혁신당 1명(천하람 의원) △과방위에 조국혁신당 1명(이해민 의원), 개혁신당 1명(이준석 의원) 등이다.
다만 이들은 소수정당을 위한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20석 요건은 거대 양당이 본인들의 카르텔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10석 정도로 줄이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호진 기자 hoo100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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