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후변화에 '철새의 텃새화' 현상
민물가마우지 개체수 3만마리 넘겨...유해야생동물 지정까지
지난해 버드 스트라이크 130건...철새 지형 변화에 예측 힘들어져
민물가마우지가 물고기를 먹으면서 어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 연합뉴스. 
민물가마우지가 물고기를 먹으면서 어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 연합뉴스. 

12시에 가까울수록 심각하다는 우리나라의 '환경위기 시각'은 현재 9시 28분이다. 0∼3시까지는 '좋음', 3∼6시는 '보통', 6∼9시는 '나쁨', 9∼12시는 '위험'을 의미한다. 이런 환경위기는 생태계 위기와 맞닿아 있다. 지구촌 어느 나라도 환경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듯이 최근 멕시코에 사는 원숭이들은 폭염 탓에 집단 폐사했고, 지구온난화로 남극 빙하가 녹으면서 황제펭귄은 떼죽음을 당했다. 한반도 역시 멸종위기종이 속출하면서 생태계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현재 국내 생태계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대비책 마련은 어디까지인지 멸종위기종을 통해 살펴봤다. <편집자주>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일년 내내 다양한 철새를 만날 수 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철새 생태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곳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기후위기로 인해 철새 지형이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최근 반 세기 동안 세계 습지 3분의 1가량이 사라지면서 철새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여름 철새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번식 후 겨울철 이동을 시작하지만, 지구온난화로 겨울이 따듯해지면서 이동하지 않는 '철새의 텃새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과거 환영 받던 철새는 곳곳에 피해를 주는 찬밥신세로 전락했다. 

민물가마우지 개체수 변화. / 국립생물자원관 철새지리정보시스템. 
민물가마우지 개체수 변화. / 국립생물자원관 철새지리정보시스템. 

◆ 철새 '민물가마우지'의 텃새화...어업계 피해 호소에 유해야생동물 지정

민물가마우지는 대표적인 겨울 철새다. 겨울에 우리나라를 찾아 먹이 활동과 휴식을 취한 뒤 여름이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이랬던 민물가마우지는 기후 변화로 우리나라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철새가 텃새화된 것이다. 

국립생물자원관 철새지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민물가마우지는 지난 3월 기준 2만1982마리가 전국에 서식 중이다. 2000년대 초반만해도 1000여마리였던 민물가마우지는 2012년(4336마리)부터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해 2016년(1만723마리)에는 1만마리를 넘겼다. 2022년에는 최고치인 3만2196마리를 기록하기도 했다.

민물가마우지가 텃새화되면서 어업계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먹이 활동을 하는 민물가마우지 때문에 양식이나 바다 어민들은 피해는 막심했다. 

특히 강원도의 경우 내수면 어민 등의 피해가 속출했다. 강원도에 따르면 민물가마우지로 인한 내수면어업 피해 규모는 783억7400만원(2022년 기준)에 달했다. 이는 자발적으로 피해를 신고한 이들의 추정치에 불과하지만, 피해 규모는 상당했다. 

피해가 큰 만큼 도에서는 민물가마우지를 포획해 개체수를 조절할 수 있도록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해달라고 환경부에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이후 환경부는 양식장, 낚시터 등의 피해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전문가 논의 등을 거쳐 지난해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했다.

이에 강원도는 지난 3월 15일부터 내수면 어업, 양어장, 낚시터 등에 피해를 주는 민물가마우지에 대해 시장·군수의 허가를 받아 포획할 수 있게 됐다. 

강원도 관계자는 "어민들이나 낚시터 등 관련 업계 피해가 있다. 다만 재산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파악은 힘들다"면서도 "내수면 어업도 감소하거나 양식장의 치어들이 잡아 먹히는 등 사건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강원도는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된 후 포획 포상금을 계획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됐기 때문에 피해지역에 대해 포획이 가능해졌다"며 "최근 의회를 통과됐기 때문에 조만간 (포상금) 지급이 시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밖에 현재 가장 많이 서식하는 곳인 팔당호 부근에는 1878마리(2024년 3월)로 집계됐다. 다만 어업을 하는 지역이 아니다보니 피해는 다소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하남시는 팔당에서 날아오는 가마우지를 주시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팔당에서 넘어 온 것으로 보이는 3-4마리가 호수공원에 있어 주기적으로 관찰하고 있다"며 "이들이 자주 나타나는 곳에는 머물지 못하도록 방지용 설치물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티웨이항공 여객기가 지난 1월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중 조류와 충돌했다. / 연합뉴스. 
티웨이항공 여객기가 지난 1월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중 조류와 충돌했다. / 연합뉴스. 

◆ 매년 버드 스트라이크 증가...철새 지형 변화로 항공계 곤혹

철새의 텃새화로 인해 출몰시기나 출몰 조류종 등이 변하면서 항공기와 조류 간 충돌, 이른바 '버드 스트라이크'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한국항공공사에 따르면 인천공항을 제외한 전국 14개 공항에서 발생한 조류 충돌 사고는 2019년 91건에서 점차 증가해 2022년(111건)에는 세자릿수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최고치인 130건으로 집계됐다. 

그중 김포공항이 △30건(2019년) △18건(2020년) △25건(2021년) △27건(2022년)△30건(2023년)으로, 5년간 총 130건이 발생해 가장 많았다.

버드 스트라이크가 늘어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중에 철새의 텃새화도 원인으로 꼽힌다. 철새가 텃세화가 되면서 국내 머무는 시기도 불규칙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류종이나 철새들이 나는 고도 등을 파악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월 청주공항과 인천공항에서 항공기 이착륙 중 조류 충돌 사고가 발생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당시 전국공항 합동대책회의를 열어 공항별 조류충돌 대응태세를 점검했다. 조류 서식환경 관리, 총포·폭음경보기 등을 이용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다.  

이후 항공공사는 지난 1월 조류충돌 예방활동 강화를 위해 조류생태, 인공지능(AI), 레이더기술, 공항현장요원 등 학계 및 현업 전문가로 구성된 워킹그룹 회의도 개최했다. 

워킹그룹 회의에서는 △기후변화 등에 따른 공항주변 조류생태계 분석 강화 △레이더 탐지 등을 활용한 조류이동패턴 빅데이터 수집·분석 △AI 기반의 조류이동 사전예측모델 수립 △전문 분야별 적용가능한 조류예방활동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조류활동의 빅데이터 축적과 공항 주변 조류이동 예측모델 수립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예방대책은 전문가 워킹그룹의 정례화로 구체화하기로 했다. 

윤형중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기후변화와 도시화 등으로 인한 조류이동패턴 변화상황을 AI 신기술을 적용해 예측·분석해 조류충돌 예방활동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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