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은행공동점포 도입 및 확대…현금 접근성 강화 위해 규정 강화
국내 은행권, 공동점포·특화점포 마련 분주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금융거래 환경이 인터넷·모바일 등의 온라인 기반으로 재편되면서 은행권이 비용 효율화 차원에서 영업점을 통폐합하고 있다.
이에 디지털 환경에 미숙한 고령 금융소비자의 금융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영국 금융당국은 은행권 공동점포 도입 및 규제 강화를 통해 금융·현금 접근성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속적인 은행 점포수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이행하는 동시에 대체점포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영국은 지속적인 은행 점포수 감소에 금융 접근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주요 은행의 공동점포를 도입해 규모를 확대하고 있으며, 현금 접근성 유지 관리를 위한 규정을 강화하고 있다.
영국은행 점포수는 1980년대 1만 5000여 개 수준에서 지난해에는 6000여 개 이하로 크게 줄었다.
이에 영국 규제당국은 은행 점포 축소로 인한 금융 서비스 및 현금 접근성 악화 방지를 위해 지난 2021년에 주요 은행의 공동점포인 뱅킹허브를 도입했다.
뱅킹허브는 영국 9개 주요은행이 공동 출자한 'Cash Access UK'에 의해 운영되는 공동점포다. 비영리 조직으로 기존 은행 점포가 철수한 지역에 공동점포를 설립하고 우체국과 공동으로 운영한다. 뱅키허브는 현재 50개가 운영되고 있는데, 올해 연말까지 100개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영국 금융당국은 현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상점 캐시백 서비스, 은행 공동점포 도입 등 일련의 시범운영 프로그램을 시행했으며, 지난해에는 금융서비스시장법 개정을 통해 현금 접근성 유지를 위한 규정을 도입하며 금융감독청에 현금 접근성을 모니터링 및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금융감독청은 국민의 95%가 현금인출을 위해 3마일 이상 이동하지 않도록 보장할 의무와 현금접근성 유지에 실패한 은행에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국내 역시 현금사용 감소 디지털, 뱅킹 확대 등으로 은행 점포 수가 크게 축소된 가운데 은행권은 취약계층의 금융서비스 접근성 유지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23년 12월 말 기준으로 국내은행 점포수는 5744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22년(5797개)과 비교해 53개가 줄어든 것이며, 5년 전인 2019년의 67 08개와 비교하면 무려 1000개(964개) 가까이 줄었다.
특히 다른 연령층에 비해 은행 점포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령층의 경우, 점포 감소가 곧 금융소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의 은행 점포이용률을 보면 70대 이상 평균이 53.8%로 전 연령층 평균(25.3%)을 크게 상회했다.
이에 은행권은 점포가 통폐합된 지역에 타 은행과 공동점포를 개점하거나 전국 방방곡곡에 펴져 있는 편의점 점포망을 활용한 특화점포를 개점해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먼저 점포가 폐쇄된 지역에 두 은행이 동일한 공간에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동점포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공동점포를 개점한 것을 시작으로 △KB국민은행·신한은행 △KB국민은행·BNK부산은행 △하나은행·우리은행 △KB국민은행·한국씨티은행 등이 시중은행 영업점이 부족한 지역에 함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각 지역 골목골목마다 위치한 편의점을 활용해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노브랜드(No Brand)·이마트24, 신한은행은 GS리테일(GS25), 하나은행은 BGF리테일(CU) 그리고 우리은행은 이마트에브리데이 등과 함께 약 50가지 은행 업무 처리가 가능한 특화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고령층을 위한 특화점포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서울시 내에 고령인구가 많은 5개 행정구의 어르신 복지관과 협력해 ‘KB 시니어 라운지’를 오픈했으며, 우리은행은 점포 패쇄지역에 고령층 특화 영업점인 '시니어플러스영업점'을 신설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고령층 고객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지역에 '시니어 디지털 특화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폐쇄점포를 활용한 신개념 점포인 '하나 톡톡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폐쇄된 점포인 경기도 안산시 소재 ‘상록수지점’을 리모델링해 은행 업무는 물론 지역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기능까지 제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금융당국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오프라인 금융접근성 제고방안',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 등을 통해 금융서비스 접근성 악화에 대해 대응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은행은 비용효율화 측면에서 점포수를 줄이고 있으나, 점포폐쇄에 따라 금융소비자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며 "점포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령층에게는 점포폐쇄가 곧 금융소외로 이어질 수 있어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점포폐쇄 과정상 문제점이 없는지 면밀히 검토할 것이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권은 디지털·비대면 중심의 금융거래 환경 변화에 맞춰 영업점을 조정하고, 사전영향평가 등을 통해 고객 이용편의를 우선 고려해 조정 대상점을 결정하고 있다”며 "금융취약계층의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특화점포를 추가 운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성노 기자 sungro5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