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중정책·노조 지지는 테슬라 이익과 상충
전기차, 美대선 '뜨거운 감자' "정치나 종교 얘기처럼 금기시돼"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정책 자문을 맡는 방안을 양측이 논의 중이다. 스스로 "정치적으로 꽤나 온건하다"고 선언했던 머스크가 2022년을 기점으로 민주당과 멀어지고 있다. 바이든의 대중 정책과 노조에 대한 입장이 테슬라의 이익과 상충하기 때문이다. 일각은 머스크의 이번 행보를 정치적 우향우로 보여주는 비즈니스적 제스처로 분석하고 있다.
윌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트럼프 재선시 머스크가 백악관에 입성해 국경, 보안, 경제 등에 관한 정책을 제안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백악관 비즈니스 자문 그룹에서 활동했다가 2017년 미국의 파리 기후 협정 탈퇴를 반대하며 사임하고 틀어진 바 있다.
WSJ에 따르면 머스크는 최근 트럼프의 대선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억만장자 투자자 넬슨 펠츠와 함께 트럼프에게 선거부정을 막는 방법을 제안하거나, 미 전역의 영향력 있는 재계 인사들을 설득해 트럼프에게 표를 몰아주려는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트럼프가 요구한 대로 직접 후원은 하지 않지만 재계서 동맹군들을 끌여들이는 방법으로 돕는 모양새다.
2년 전만 해도 공개적인 설전을 벌였던 둘의 사이가 해빙된 까닭은 현재 시점에서 서로의 관점과 이해가 수렴했기 때문이다.
당론을 떠나 바이든과 트럼프 모두 전기차 산업을 미국 내에서 키우려는 야망은 동일하다. 바이든은 환경 보호와 청정 에너지 전환을 위한 규제와 지원책을 중시하는 쪽이고, 트럼프는 규제 완화와 세금 감면을 통한 기업 친화적 환경 조성에 더 집중하는 편이다.
분명히 친환경을 추구하며 전기차 보급을 독려해온 바이든 행정부 정책은 테슬라에게 많은 이익을 안겼다. 2022년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전 정부 시절 일시적으로 중단됐던, 연비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자동차 업체에 대한 과징금 조치를 강화함으로써 탄소배출권을 판매하는 테슬라에 큰 이익을 안겼다. 또 테슬라는 바이든 정부의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법(IIJA)에 따라 1700만달러(234억원) 이상의 전기차 충전 보조금도 지원받았다.
그러나 대중 정책이 문제가 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 정책으로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는 테슬라가 중국에서 수입하는 부품 비용을 증가시킨다. 머스크는 미국이 중국을 제재하는 만큼 중국 또한 대미 정책으로 보복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자사 최대의 공장이 상하이에 있듯, 테슬라가 중국 공급망에 깊숙히 관여됐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과 상생을 도모하는 테슬라 입장에선 바이든의 대중정책은 리스크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는 중국 비야디에 상대적으로 잘 대응해오고 있다. 대중 관세 정책이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제너럴모터스(GM)나 포드 같은 후발 주자를 위한 것"이라면서 "기가상하이는 테슬라에 최우선으로 중요한 거점이다. 중국 전기차가 미국으로 들어왔을 때의 타격보다, 중국 시장을 잃는게 테슬라에는 더 큰 타격일 것"이라고 했다.
노조에 대한 입장차도 갈등을 심화시키는 중이다. 바이든은 지난해 9월 26일 현직 대통령 최초로 피켓 라인에 동참하며 자동차 노조를 지지했다. 바이든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에 대해 “노동자 계급이 주장하는 것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또 2월에는 전기차 전환에 따른 자동차 노조의 고용 불안을 의식해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 시도 방해 혐의로 미국 노동관계위원회에 고발당한 테슬라 CEO의 입장으로써는 바이든의 이런 행보가 걸릴 수 밖에 없다.
박철완 교수는 "머스크가 트럼프를 만났으니, 바이든으로써는 머스크를 잡을 것인지, GM이나 포드를 잡고 갈 것인지 선택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현재 머스크와 트럼프가 긴밀해 보이지만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분석한다. 전기차 사업은 정책사업이고, 보조금이나 세금 혜택 없이는 성장 할 수 없는 사업이기 때문에 이번 머스크의 행보가 테슬라 CEO로 취한 입장표명이라는 진단이다.
이날 보도에서 WSJ는 머스크와 트럼프가 전기차 산업과 전기차 감세에 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머스크의 설득에 따라 전기차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던 트럼프가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고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완화할지는 불투명한 부분이다. 최근 전기차 문제가 미국의 정치적 쟁점으로 뜨겁게 떠오른 만큼 트럼프도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을 두고 기아 미국판매법인의 스티븐 센터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정치나 종교 얘기는 하지 말라는 속담이 있는데, 여기에 전기차를 추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현 기자 awldp219@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