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22년 선박화재사고 209건...EMSA “대부분 리튬이온배터리 운송중 발생”
IMO SSE, 전기차 운송선박 화재대응시스템 관련 로드맵 마련...12월 심의 예정
현대글로비스, 질식소화덮개·물분무창 등 자체 화재대응 시스템 구축 선도
지난 2022년 고급 승용차 약 4000대 차량을 실은 ‘펠리시티 에이스(Felicity Ace)’호가 화재로 불타고 있다 / AP통신 제공
지난 2022년 고급 승용차 약 4000대 차량을 실은 ‘펠리시티 에이스(Felicity Ace)’호가 화재로 불타고 있다 / AP통신 제공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글로벌 전기차 수출량이 증가하면서 자동차운반선(PCTC)을 이용한 전기차 운송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PCTC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사고의 원인으로 전기차 배터리 과열이 지목되며 글로벌 해운업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앞으로 전기차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 전망되는 가운데 해운업계는 전기차 안전 운송대책 마련에 나섰다.

29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자동차선 물동량은 2111만대로, 지난 2020년 대비 26.4%가 증가했다. 또한 올해는 2205만대, 내년은 2268만대의 물동량이 운송될 전망이다. 전세계 완성차 생산량 중 해상 물동량 비중은 지난 3년간 23~24%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22년 람보르기니, 벤틀리, 포르쉐 등 고급 승용차 약 4000대 차량을 실은 ‘펠리시티 에이스(Felicity Ace)’호가 대형 화재로 대서양에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선박 내 전기차 배터리가 새로운 사고 요인으로 떠올랐다. 당시 선박 운영자는 화재의 원인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지목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7월 네덜란드 해안 근처에서 자동차 전용 운반선 ‘프리맨틀 하이웨이(Fremantle Highway)호’에서도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정확한 화재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해안경비대는 전기차 배터리를 화재 원인으로 추측하고 있다.

글로벌 보험사 알리안츠커머셜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2022년 한 해 동안 보고된 200건 이상의 선박 화재 사고가 보고됐으며 이는 지난 10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라며 “대부분의 배터리는 안전하게 운송되지만 배터리에 결함이 있거나 부적절하게 보관된 경우 화재 위험이 있다. 주요 위험요소는 배터리의 ‘열폭주’”라고 지적했다.

앞서 유럽해상안전청(EMSA)도 “대다수의 선박 화재사고는 리튬이온배터리가 포함된 화물 운반 중에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전기차의 주요 배터리 시스템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기차는 일반 내연기관차들과 달리 화재 발생률이 낮지만 화재 발생시 진압이 쉽지 않아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PCTC선은 화물 갑판에 차량들이 촘촘히 선적돼있어 화재 발생 시 연쇄발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선박 내 전기차 화재 리스크가 커지자 지난 3월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계통·설비전문위원회(SSE)’를 개최해 배터리 전기차(BEV)를 포함한 새로운 에너지 차량을 운반하는 선박의 안전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회의를 통해 위원회는 전기차 운송 선박의 화재 대응 안전 시스템과 규칙 개발을 목표로 관련 로드맵을 마련했으며 오는 12월 열리는 제109차 해양안전위원회(MSC)에 제출해 심의·승인받을 예정이다.

현대글로비스 광양항 국제터미널에 접안 중인 자동차운반선 글로비스 세이프티(Glovis Safety)호에서 선원들이 훈련용 차량에 질식소화덮개를 씌우고 물 분무창으로 화재를 진압하는 모의 훈련을 하고 있다. / 현대글로비스
현대글로비스 광양항 국제터미널에 접안 중인 자동차운반선 글로비스 세이프티(Glovis Safety)호에서 선원들이 훈련용 차량에 질식소화덮개를 씌우고 물 분무창으로 화재를 진압하는 모의 훈련을 하고 있다. / 현대글로비스

글로벌 자동차운반선 중 전기차 운송비율이 높은 현대글로비스는 자체적으로 화재 대응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운용 중인 PCTC선에 ‘질식소화덮개’와 ‘물 분무창’ 등 화재 발생 시 소화를 위한 특수 장비를 배치했다.

질소소화덮개는 1500도의 내열성을 갖추도록 특수코팅된 내화섬유로 이뤄진 불연성 재질의 천으로, 불이 난 차량에 덮어 산소 유입을 막아 불을 끄고 열과 연기를 차단한다. 물 분무창은 철문이나 콘크리트벽 내부 등의 좁고 밀폐된 공간을 관통해 화재가 발생한 부위에 직접적으로 물을 뿌릴 수 있는 관과 노즐로 이뤄진 소화용 장비로, 차량 하부에 직접 물을 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울산항에서 진행한  ‘해양선박사고 대응 안전한국훈련’ 현장사진 / 울산항만공사 제공
울산항에서 진행한  ‘해양선박사고 대응 안전한국훈련’ 현장사진 / 울산항만공사 제공

이에 맞춰 정부도 선박 내 전기차 화재 대응 합동점검 훈련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울산항만공사는 해양경찰청, 소방청 등 관계기관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으로 차량들이 전소되고 사상자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 훈련을 진행했다.

울산항은 국내 최대 자동차 수출항으로, 매년 약100만대의 차량을 수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 선호가 늘어나며 차량 수출량 중 전기차의 비중이 약 14%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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