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아시아-유럽 물류비 284% 급증…호르무즈해협 봉쇄시 유가 150달러도 가능
산업연구원 “에너지 의존도 높아 유가 취약성 완화하는 산업구조 전환해야”
지난 3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 중인 선박들의 위치정보가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Lloyd’s List Intelligence) 제공
지난 3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 중인 선박들의 위치정보가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Lloyd’s List Intelligence) 제공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해운 물류비와 유가 상승 등으로 이어져 국내 산업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위협을 가하고 있어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은 28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양국 모두 국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으나 물류비, 유가 상승 등 간접비 상승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빙현지 전문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전면전으로의 확대 가능성이 높지는 않으나 이스라엘의 행보가 미국과 어긋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미국 대선 이후 추이에 대해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며 “확전 시 사태가 빠르게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는 등 최악의 경우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지역을 통과하는 선박을 향해 공격하기 시작하며 호르무즈 해협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피해지역으로 확대됐다. 이에 전세계 선사들이 공격을 피해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자 항해거리 증가로 인한 비용과 보험료 등이 상승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용평가사인 피치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아시아-유럽 노선 요금은 284% 올랐고 다른 주요 동서부 노선 요금도 2배 이상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520p까지 상승하며 지난 2022년 9월 이후 약 20개월 만에 2500p선을 넘어섰다.

덴마크 해운분석업체 씨인텔리전스 또한 최근 보고서에 “올해 1분기 아시아-지중해 운항시간이 이전 6개월에 비해 39% 증가했다”며 “선박 전쟁위험 보험료가 홍해 위기 전 0.05%였지만 지난 4월 0.75~1%까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해양진흥공사(KOBC)는 ‘컨테이너 시황 단기급등 원인 점검’ 보고서에서 컨테이너 시황 단기급등의 원인 중 하나로 ‘희망봉 우회로 인한 선복 공급 부족’을 지목하며 “올해 들어 114만TEU의 신규 선복량이 인도됐음에도 희망봉 우회에 따른 운항거리 증가로 지난 10일 기준 3대 주요 얼라이언스 선사의 아시아-유럽노선 투입 선박 약 36척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타항로에도 파급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석유 의존성이 높은 국내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전쟁으로 인한 국제 유가 상승이 상대적으로 국내 산업에 비용 상승 압력을 크게 작용할 것이라 전망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이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출하는 중요한 통로로, 전세계 LNG 공급량의 21%가 운송되고 있다. 이에 알리레자 탕시리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 사령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무기로 전세계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민간 평가·분석기업 에너지 인텔리전스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해운 운송을 잠재적으로 봉쇄할 경우 세계 LNG 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며 “특히 주요 고객인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향후 혼란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빙현지 전문연구원은 “국내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아 중동전쟁 발생 시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향후 유가 상승 여력과 지속 기간은 공급 차질의 심각성에 따라 달라질 것이나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돼 유가가 약 148.5달러까지 상승할 경우 생산비용이 전산업 3.02%, 제조업 5.19%, 서비스업 1.39% 상승할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빙현지 전문연구원은 “국내는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안정자금 등을 적절히 활용해 대응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공급선 다변화를 모색하면서 유가 충격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산업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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