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 팀에 다양한 전문가 포진해 있는지 확인 필요”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ESG보고서)를 발간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동시에 보고서 작성을 ‘외주’ 맡기는 기업도 일부 생기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 경우 기업에 불리한 내용이 은폐되면서 '위장 ESG(ESG 워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즈니스 타임스는 27일(현지시간) 외부 컨설팅팀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을 맡으면서 ‘위장 ESG’ 논란이 생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ESG 보고서는 기업 활동의 긍정·부정적 영향과 이에 대한 대응 조치를 이해관계자에게 설명하는 것이 목적이다. 유럽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보고서 발간이 의무화되고 있으며, 한국도 대다수 기업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하지만 외부에서 고용된 컨설턴트가 기업의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부정적 내용이 일절 없는 보고서를 만드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컨설턴트와 기업이 합작해 부정적인 정보를 은폐하면서 회사의 지속가능성이 약해지고 ‘위장 ESG’ 논란으로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한 컨설팅 회사가 주요 석유·가스 기업을 대상으로 ESG보고서 작성을 오랫동안 도와주면서 회사 자체의 지속가능성이 약화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기업이 좋지 않은 의도로 특정 글로벌 표준을 충족하거나 대외적으로는 책임감 있는 기업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ESG보고서가 그 자체로 혹은 시간이 제한된 프로젝트로 취급될 때 외부 컨설턴트와 기업 간에 권력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업의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측정 및 공시 전략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권력 불균형이 발생하면 컨설턴트는 주어진 기간 내에 보고서를 완성하기 위한 단순 서비스 제공자로 고용된다.
이렇게 되면 컨설턴트는 고객사에서 받은 정보를 분석하지 못하고 단편적인 것에만 의존하거나 조직 구성원이 보고서를 빠르게 완성하도록 일반화된 양식을 사용해야 한다.
또한 보고서에 기업이 요구하는 정보만 들어갈 수 있다. 보고서 작성을 컨설턴트에게 맡기면서 편견 없고 독립적인 관점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 회사에 의해 검토되면 처음과 내용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이와 함께 규정과 표준 준수 압박이 기업의 시각을 좁히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규칙을 준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사의 도전 과제, 개선 목표, 나아갈 방향 등 숫자 뒤에 숨겨진 것을 설명하기 위해선 더 깊이 분석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컨설턴트가 그저 제시된 피상적 자료만 활용해 보고서를 작성한다면 마케팅 자료와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하려는 컨설팅 팀에 다양한 전문가가 포진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SG보고서는 기후 문제부터 사회적 포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데, 한 명의 컨설턴트가 이 모든 주제를 동시에 다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이 주제를 전문적으로 분석해서 보고서 작성에 도움을 줄 팀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보고서 작성의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단순히 마케팅 자료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ESG보고서는 비즈니스의 영향, 위험 및 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행 계획을 제시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많은 국가가 기업의 ESG보고서에 대한 외부 보증을 의무화하는 법을 제정할 수 있다”며 “보고서에 긍정적인 성과만 가득하다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가능한 회사의 모든 정보를 담아 위장이 아닌 진짜 ESG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연수 기자 yshi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