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1분기 이자만 하루 평균 167억원 부담
"유가 자유화 같은 조치 적용해야"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한전의 노력만으로는 대규모 누적적자를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했다."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최근 요금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한국가스공사 역시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 등으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 다만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요금인상 보다도 시장 체제가 변화해야한다는 지적이다.
◆ 한전 '42조원' 가스公 '15조원'...자구책으론 역부족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과 가스공사는 각각 1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한전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조2993억원으로, 3분기 연속 흑자 행진이다. 그럼에도 누적 적자는 여전히 42조원에 달했다.
가스공사의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9215억7700만원이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4069억2500만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실적은 호조세인 반면 미수금은 증가세다. 지난 1분기 도시가스용 미수금은 4129억원을 기록, 누적 14조1997억원에 달한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영업이익 증가 등으로 실적 개선이 이뤄졌지만, 누적 미수금이 15조3955억원에 달하는 등 심각한 상황"이라며 "재무개선을 위해 가스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022년에만 10조원가량이 늘어났다. 이후에도 연료비 상승을 가스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미수금은 15조원을 넘겼다.
더구나 양사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1분기에 이자비용으로 한전은 1조1500억원을, 가스공사는 4100억원을 냈다. 양사가 올해 1분기에 부담한 이자만 하루 평균 167억원에 달했다.
이러한 이유들로 요금인상은 매번 검토됐지만, 정치권과 정부의 압력에 요금은 동결됐다. 결국 지난해부터 요금인상 대신 임직원 급여를 반납하는 등 자구책을 내놨다. 한전의 경우 6월부터 희망퇴직을 단행한다. 다만 유의미한 부채감소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인건비 비중이 낮은 구조이기 때문에 이러한 자구책은 보여주기식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현재로서는 요금인상이 필요하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요금인상 마저 한전과 가스공사가 단독으로 결정하기 힘든 구조다. 요금 조정은 산업통상자원부가 한전에서 인상 요인등을 보고를 받은 뒤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결정된다. 최근에는 당정 협의를 통해 여당 의견까지 반영되고 있다. 물가안정을 우선시하는 기재부를 비롯해 여론을 의식하는 정치권 의견까지 들어가면서 요금인상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가장 최근 전기·가스요금 조정시기는 4·10 총선과 맞물리면서 또 다시 동결됐다. 윤석열 정부는 물론 문재인 정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2021년 한전의 누적적자가 5조원을 넘겼을 때도 요금은 동결됐다.
◆ "전기요금, YS시절 '유가 자유화' 같은 조치 필요"
문제는 현재 전력산업체제다. 이런 상황에서 요금 정상화는 물론 재생에너지 확대도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한전과 가스공사의 요금 왜곡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대로면 공멸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재생에너지 시장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의 변동성 적응을 위해서라도 요금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시간별 전력수급에 따라 요금을 달리 적용하는 변동현 요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전력망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석 위원은 "전기는 시간과 지역이 중요하다"며 "시간에 따라 1000배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연한 요금제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면서도 국내 적용은 회의적이었다. 현재 체제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시장의 근본적 변화가 함께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석 위원은 "정치권과 기재부가 한전을 통해 물가 조정을 하고 있다. 경직성을 띈다"며 "전기요금은 김영삼 정부에서 1997년 시행한 유가 자유화, 그 수준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라진 기자 jiny3410@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