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사태 관련, 양측 모두 자세한 언급 피해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맞아 새로운 공동선언 촉구
최태원 SK회장, 새로운 경제협력 관계 모색 강조
[한스경제=조나리 기자] 일본 도쿄에서 지난 13일부터 2박 3일간 진행된 한일경제인회의가 폐막했다. 1969년부터 매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열린 회의지만, 올해는 네이버 라인야후 사태 긴장감이 최고도에 달한 시점에 이뤄져 눈길을 모았다. 양국 경제인들은 신산업 분야에서의 협력과 스타트업·벤처 육성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다만 최근 논란이 된 라인야후 사태와 관련해서는 양측 모두 말을 아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한국과 일본 경제인들은 지난 15일 도쿄 오쿠라 호텔에서 열린 제56회 한일경제인회의를 마치며 ‘미래로 이어지는 한일 파트너십’이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또한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는 내년에 양국 정부간 새로운 파트너십이 선언되기를 기대한다고도 밝혔다.
한국 측 단장인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삼양홀딩스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이제는 양국 경제계가 한 단계 밸류업하기 위한 활동이 필요하다”면서 “향후 1년간 (공동성명에 담긴) 협력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양국 경제인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공급망 구축 및 공동자원 개발 △반도체 △디스플레이 △디지털전환(DX) △녹색전환(GX) △수소 등 신산업 분야의 스타트업 육성에 협력하기로 했다. 아울러 양국 정부를 향해서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해 양국 간 우호협력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새로운 파트너십이 선언되기를 기대한다”면서 “내년에 새로운 한일 공동선언을 체결해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자”고 촉구했다.
일본 측 단장인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전 미쓰비시상사 회장)은 “6년 만에 도쿄에서 대면 행사로 열린 이번 한일경제인회의가 성공리에 끝났다”며 “전체적으로 유익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라인야후 사태와 관련해서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 “한일, 이대로 괜찮은가”...질문 던진 최태원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한일 관계에서 새로운 시각의 협력을 모색할 것을 촉구했다.
최 회장은 지난 14일 한일경제인회의 기조연설에서 “한국과 일본 간 많은 경제협력을 해왔지만 이제는 이대로 괜찮은가 물어 볼 수밖에 없다”면서 “이대로 괜찮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여태 해보지 않은 것을 모색해볼 때가 되지 않았냐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 연임 기자간담회에서 했던 ‘대한민국은 이대로 하면 괜찮은가, 만일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이제는 해보지 않은 것을 해야 할 때가 오지 않았는가’라는 발언을 한일관계에 대입한 것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3월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으로 시작된 한일 셔틀외교 재개에 대해 “무역분쟁이 종식됐다”면서도 “아쉽게도 온기가 경제까지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 두 나라가 중요한 경제 파트너임에도 양국 교역은 10년째 제자리”라고 지적했다. 또한 최 회장은 저출산 고령화 등 양국 공통 문제를 언급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신흥국에 추월당할지 모르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최 회장은 이날 연설에서 한국과 일본 간 관세 없는 자유무역 실행만으로 양국의 실질 GDP(국내총생산)와 소비자 후생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장기 효과 파급력을 계산한다면 두 나라 간 경제협력이 가져올 장점이 상당히 크다”면서 “12개 산업분야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한국은 기계산업을 제외한 전 분야에서, 일본도 대부분 산업분야에서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 회장은 “한일 협력 모색을 위한 공동 연구 플랫폼을 만들어 즉시 할 수 있는 성공 사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 예로 에너지, 수소, 양자, 관광상품 공동 개발을 들었다. 끝으로 최 회장은 “내년은 양국의 국교정상화 60주년이 되는 해”라며 “국민들이 양국 경제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기업인들이 나서서 협력을 지지할 필요가 있다”며 당부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 한국 측 경제인으로는 김윤 회장을 단장으로 윤덕민 주일본대한민국특명전권대사, 최태원 SK 회장, 김동욱 현대차 부사장, 김원경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최윤 OK금융그룹 회장, 김상균 포스코 부사장, 윤 주 한화재팬 사장 등 107명이 참가했다.
일본 측 경제인은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을 단장으로 스가 요시히데 제99대 내각총리대신·일한의원연맹 회장, 모리 타케오 전 외무사무차관, 아소 유타카 부회장, 우에다 카쓰히로 부회장, 오카 모토유키 부회장, 고가 노부유키 부회장, 이미즈 하루히로 부회장 등이다.
조나리 기자 hansjo@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