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소비자물가, 기온보다 강수량 영향 많이 받아
강수량 100mm 변동시 소비자물가 최대 '0.09%p↑'
근원물가 변동 미미..."통화정책 대응의 필요성 적어"
여름철 강수량이 100mm 증감할 경우 소비자물가는 최대 0.09%p 상승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여름철 강수량이 100mm 증감할 경우 소비자물가는 최대 0.09%p 상승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기후위기가 소비자 물가에 단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기후변화 가운데 강수량이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컸으며, 이는 소비자 물가가 단기적으로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다만 근원물가의 변동은 미미해 통화정책 대응의 필요성은 적다고 판단했다.

이승희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 '기상여건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을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기온과 강수량 등 날씨 충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구조적 벡터자기회귀모형을 이용해 실증·분석한 결과로, 기간은 2003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다. 

분석 결과 기온과 강수량 변동이 소비자물가를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과 강수량 충격은 1~2개월가량 소비자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 단기적 영향에 그쳤다. 이는 날씨 충격이 1개월만 발생했을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그 이상 지속된다면 영향력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봤다. 

기온보다는 여름철 강수량을 중심으로 기상여견 변화는 단기간 신선식품 가격 급등에 영향을 줬다.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을 가져왔다. 

소비자물가는 여름철 강수량이 과거 추세 대비 100mm 증가하는 경우 단기적으로
0.09%p 상승했다. 100mm 감소하면 0.08%p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기온은 과거 추세 대비 10도 변화가 일어날 경우 소비자물가는 단기적으로 0.04%p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기간 중 전월을 통틀어 월평균 기온의 표준편차는 9.2℃였는데, 이 추세에서 벗어난 경우 물가 상승률이 더 높아졌다는 의미다.

이 위원은 "여름철의 강수량이나 기온으로 인해서 물가에 대한 변동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지구온난화로 인해서 여름철 기온이 상승하고 있고 집중호우 등 기상 이변의 발생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앞으로 물가 변동성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단기적 물가 불안은 더욱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분석했다. 지구온난화로 기상 여건의 변화가 잦고, 변화 강도 역시 강해질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봄과 가을, 겨울 등 여름철 외 다른 계절의 날씨 충격은 소비지물가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봤다. 이 위원은 " 여름철에 변동성이 좀 더 확대되는 경향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기온과 강수량 등 날씨 충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 한국개발연구원(KDI) 제공. 
기온과 강수량 등 날씨 충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 한국개발연구원(KDI) 제공. 

반면 변동성이 심한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날씨 충격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이 위원은 "신선식품 가격 상승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신선식품 가격 변동을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과일을 중심으로 신선식품 가격이 이례적으로 급등하면서 소비자물가까지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이에 따른 통화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위원은 신선식품 가격 변동을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최근 신선식품 가격 변동의 경우 여러 요인으로 유발된 것이기는 하지만 주로 공급 부족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농산물의 안정적 공급을 유도할 수 있는 구조적 방안으로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농산물 수입 등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품종 개량이 등 기술 혁신들로 기후 적응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라진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