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개발·지원조직 대상 인력 감축…노조 “경영진 자아성찰 찾아볼 수 없어”
[한스경제=김정연 기자] 국내 대표 게임사인 엔씨소프트(이하 엔씨)가 실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권고사직 통보로 인한 노사 갈등의 분위기는 커지는 데다, ‘슈퍼 계정’ 의혹까지 수면 위로 오르면서 엔씨를 둘러싼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엔씨는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127억원, 13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8%, 83% 감소한 수치다. 그간 엔씨의 실적을 견인해 온 ‘리니지’ 지식재산권(IP) 게임의 매출이 감소한 데다 신작 ‘쓰론 앤 리버티(TL)’의 흥행이 저조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연내 출시 예정인 TL 글로벌 출시를 위한 마케팅비 증가의 영향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신용평가도 최근 엔씨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은 ‘AA’를 유지했다. 한신평은 핵심 IP인 리니지 시리즈가 지난 2022년을 기점으로 경쟁력이 크게 악화되는 등 영업 변동성이 커졌다는 점을 전망 햐향 이유로 꼽았다.
실적 악화에 직면한 엔씨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통보하는 등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1월 자회사 엔트리브의 권고사직을 단행한 이후 3개월 만이다.
엔씨 노조 등에 따르면 엔씨는 최근 비개발·지원 부서에 소속된 직원을 중심으로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인원 감축 규모에 따른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으나 전체 인력의 5% 이상이 감축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엔씨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엔씨의 총 직원 수는 5023명이다. 직군별로는 게임 개발과 관련된 연구개발직이 3591명으로 가장 많았고 사업·경영관리직 1107명, IT·플랫폼 직군 325명 등이다.
엔씨가 권고사직을 단행하자 노사 갈등은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엔씨 노동조합은 지난달 25일 전사 메일로 김택진·박병무 공동대표를 향해 “지금 당장 권고사직을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노조는 “경영진은 한결같이 시장 변화로 힘들고 업계 전반이 어렵다고만 하지, 자아 성찰의 모습은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며 “회사는 직원들을 수술대 위로 올리고 있지만, 우리는 어떤 설명도 들은 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동종 업계 동일 규모 대비 몇 배나 많은 임원, 직원과의 연봉 격차 1위로 자주 기사가 나오는 김택진 대표, 김 대표의 보상을 지금까지 결정한 박병무 대표는 성과만큼 보상받고 있는 게 맞느냐”고 지적했다. 엔씨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해 급여 25억5900만원과 상여 46억6500만원 등 총 72억46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다만 지난해 악화한 실적 등이 반영돼 보수가 한 해 전보다 41% 줄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엔씨는 ‘슈펑 계정’으로 지난달 23일부터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조사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리니지M’과 ‘리니지2M’ 이용자 1000명은 공정위에 슈퍼 계정 의혹을 조사해달라며 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 엔씨가 관리자 권한을 이용해 강력한 아이템을 가진 캐릭터를 생성해 이용자 간 경쟁 콘텐츠에 몰래 참여했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주장이다.
공정위는 엔씨가 실제로 슈퍼 계정을 활용해 경쟁 콘텐츠에 참여하거나 부당한 이득을 취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아울러 아이템 확률 조작이 리니지M 등 엔씨의 게임에서 발생했는지도 함께 들여다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연 기자 straight30@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