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목표 달성에 실패한 한국 23세 이하(U-23) 남자 축구대표팀의 황선홍 감독이 2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로 귀국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목표 달성에 실패한 한국 23세 이하(U-23) 남자 축구대표팀의 황선홍 감독이 2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로 귀국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강상헌 기자] 대한축구협회(KFA)의 헛발질과 황선홍(56)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 감독의 무능함이 한국 축구가 40년간 쌓아온 공든 탑을 무너뜨렸다.

2024년 4월 26일은 한국 축구를 넘어 한국 스포츠계에 잊을 수 없는 참사의 날이 됐다. 황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축구 대표팀은 26일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와 120분 연장 접전 끝에 2-2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10-11로 졌다.

한국은 예상치 못하게 일찍 짐을 쌌다. 2024 파리 올림픽 남자축구 본선 진출권을 따내지 못하며 굴욕을 당했다. 10회 연속 올림픽 남자축구 본선 진출에 결국 실패했다. 한국은 지난 1984년 대회 이후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게 됐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관련 임원 회의를 끝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관련 임원 회의를 끝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수 구성 준비부터 결과까지 허술

예견된 참사였다. 준비 과정부터 허점이 많았다. 황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최종 모의고사를 치를 때 U-23 대표팀에 없었다. 여기엔 정몽규(62) 회장을 필두로 한 축구협회의 헛발질이 있었다. 황선홍호는 대회를 한 달여 앞둔 3월에 아시아축구연맹(WAFF) U-23 챔피언십에 참가해 최종 모의고사를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기간 축구협회가 황 감독에게 3월 A매치 태국과 2연전을 지휘하는 임시 감독직을 제안했다. 이후 황 감독이 A대표팀 임시 감독을 수락하면서 WAFF U-23 챔피언십 기간 팀을 지휘하지 못했다. 결국 3월 A매치 기간이 끝난 뒤에야 다시 황 감독이 U-23 대표팀을 점검하고 선수를 선발해야만 했다.

U-23 대표팀의 완성도 부족은 대회를 코앞에 둔 시기에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려했던 것처럼 황 감독은 소속팀 반대로 유럽파 선수들을 소집하지 못했다. 여기에 주축 선수들의 부상 악재도 맞았다. K리거들로 새판을 짜야 했지만 황 감독이 A대표팀 겸임 등을 하면서 자리를 비운 탓에 대체 선수를 제대로 확보해 두지 못했다. 결국 중앙 수비수 부족 등 몇몇 포지션에 구멍을 안고 대회에 나섰다. 선수 구성에서 플랜 B, 플랜 C로 올림픽 본선 진출에 도전한 것이다.

호흡을 많이 맞춰보지 못했던 선수들로 구성된 한국은 급조된 팀 느낌이 강했다. 조직력 부족을 드러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주축 선수로 올라선 일부 K리거들의 움직임은 기대 이하였다. 미드필더들은 공격 상황에서 창의적인 전개를 펼치지 못했고 수비수들의 안정감도 부족했다. 프로축구 K리그엔 젊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 차원에서 22세 이하(U-22) 선수를 의무적으로 출전시키는 제도가 있는데 이번 황선홍호에는 이 제도의 수혜를 받은 선수들이 다수 포진했다. 하지만 이들은 연령별 아시아 무대에서조차 자신의 기량을 증명해 내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황선홍 한국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 /KFA 제공
황선홍 한국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 /KFA 제공

◆지도력 한계 드러낸 황선홍 감독

‘도하 참사’를 되짚어보면 황 감독의 결정은 사실상 패착이었다. 황 감독은 지면 곧바로 탈락하는 토너먼트에서 파격적인 선발 라인업을 내세웠다. 인도네시아와 8강전에서 측면 공격수 강성진(21)을 최전방 공격수에 선발로 출격시켰다. 조별리그 3차전 일본전(1-0 승)에서 경기 내내 수비적으로 아쉬움을 노출했던 백 3도 그대로 가동했다. 그 결과 한국은 인도네시아전에서 빈공과 수비 불안을 동시에 겪었다. 결국 슈팅 수에서 8-21로 밀렸고 점유율(%)에서도 47-53으로 우위를 보이지 못하며 40년 만에 올림픽 탈락이라는 쓴잔을 들이켰다.

2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황 감독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던 선수 선발 기용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선수 선발 기용을) 쉽게 결정하지 않는다. 선수 한 명을 결정해도 밤새워 논의해서 결정한다.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목표 달성에 실패한 한국 23세 이하(U-23) 남자 축구대표팀의 황선홍 감독이 2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로 귀국한 뒤 인터뷰를 준비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목표 달성에 실패한 한국 23세 이하(U-23) 남자 축구대표팀의 황선홍 감독이 2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로 귀국한 뒤 인터뷰를 준비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황 감독의 전술 부재도 대회 내내 도마 위에 올랐다. 황선홍호는 개회 기간 상대의 밀집된 중앙 수비를 뚫어내는 데 애를 먹었다.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때 필요한 세부 전술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날카로움이 떨어지는 크로스만 남발했다. 심지어 인도네시아전에선 신장 178cm인 강성진을 페널티 박스 안에 두고 의미 없는 크로스만 올리면서 공격 기회를 허비하기도 했다.

수비 전술도 문제가 많았다. 황선홍호는 이번 대회 전까지 줄곧 백 4만을 활용했다. 하지만 중앙 수비수의 이탈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본전부턴 백 3를 가동했다. 문제는 일본전에서 백 3가 많은 수비 문제를 노출했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는 이를 분석해 한국의 수비를 집요하게 공략했다. 하지만 황 감독은 한국의 수비 약점에 대한 경기 전 준비도, 경기 중 대응도 전혀 하지 못했다.

황 감독은 전술 부재에 대해 “우리가 중앙 수비 쪽에 문제가 있어서 부득이하게 백 3로 전환을 했다. 지금 있는 자원으로는 백 3가 제일 좋겠다고 판단해서 내린 결정이다”라며 “그렇다고 내려와서 수비만 하자는 건 아니었다. 미드필드에서 압박을 가하자고 했는데 원활하게 안 됐다. 전적으로 제가 판단한 것이고 제 실수였던 것 같다”고 고개를 떨궜다.

강상헌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