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유럽,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30% 증가
레바논은 암 발병 연령 낮아지고 발병률 2배 증가
“재생에너지 전환과 기후변화 대비 의료 시스템 필요”
지난해 유럽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30% 증가했고, 레버논에서는 대기오염으로 암 발병률이 2배 높아졌다. 폭염 예시 사진. / 이미지투데이
지난해 유럽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30% 증가했고, 레버논에서는 대기오염으로 암 발병률이 2배 높아졌다. 폭염 예시 사진. / 이미지투데이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지난해 폭염과 대기질 악화로 유럽과 레바논에서 암 등 질병 발병률이 높아지고 사망자가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유럽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20년 전보다 약 30% 증가했고, 레바논은 디젤 발전기로 인한 대기오염으로 암 발병 위험이 두 배 이상 늘었다. 기후변화가 빨라지고 있지만, 보건시스템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와 세계기상기구(WMO)는 22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기후보고서를 내놓으며 최악의 폭염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열 포획 오염물질이 지난해 유럽 기온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면서 유럽 전역이 전례 없는 고온에 시달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남부 유럽의 41% 전례 없는 더위를 겪었고, 체감온도도 높았다.

지난해 유럽 기온은 11개월 동안 예년 평균을 웃돌았으며, 지난해 9월 평균 기온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더운 날씨로 인한 사망률이 20년 만에 30% 증가했다면서 유럽인들이 낮에는 더위로, 밤에는 불편한 온기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온열질환 사망자 수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과학자들은 2022년 7만 명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일례로 이탈리아 북부 로디에서는 노면 표시를 그리던 한 남성이 쓰러져 사망했고,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일부 지역은 체감온도가 46도를 넘는 극심한 폭염 스트레스가 최대 10일 이상 지속됐다.

보고서는 이와 같은 현상이 엘니뇨의 영향도 있지만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프리데리케 오토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 기후 과학자는 “화석연료 배출로 인한 추가적인 열이 많은 사람에게 삶과 죽음의 차이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간이 계속 석유와 가스, 석탄을 사용하면 폭염이 심해지고 취약한 사람들은 계속 사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이어 고온 건조한 날씨로 인해 대형 산불이 빈발했으며 특히 포르투갈과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부 유럽에서 9만6000헥타르(ha)가 탔고, 유럽 전체적으로는 50만ha가 사라졌다.

이에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폭염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럽환경청(EEA)는 지난달 EU의 의료 보건서비스 분야 정책에 기후 대책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EEA의 분석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의 1980~2022년까지 이상기후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총 6500억유로(약 953조원)를 넘었다.

EEA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지 못하는 상황은 EU가 예상치 못한 극한 기후변화에 그대로 노출되도록 할 것”이라며 “폭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비판했다.

카를로 부온템포 C3S 국장은 “지난해 유럽은 많은 비로 홍수 피해를 봤지만 동시에 역대 최대 규모이 산불과 심각한 해양 폭염을 경험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가장 더운 해를 기록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극한으로 더워지고 있으며,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설레스트 사울로 WMO 사무총장은 “기후 행동의 비용이 지금은 많아 보일 수 있지만 행동하지 않았을 때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훨씬 더 많다”고 강조했다.

레바논에서는 디젤 발전기가 초래한 대기오염으로 인해 암 발병률이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베이루트아메리칸대학교(ABU) 연구팀은 22일(현지시간) 지난 5년 동안 대기오염으로 암 발병 위험과 발병률이 2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연구를 주도한 나자트 살리바 대기 화학자는 2.5마이크로미터(PM 2.5) 이하의 초미세먼지가 세제곱미터(㎥)당 60마이크로그램(μg)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사람이 1년에 3~4일 이상 노출되면 안 된다고 밝힌 15μg/㎥의 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연구에 참여한 종양학자들은 2020년 이후 암 발생률이 매년 30%씩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암에 걸리는 환자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종양의 생존률이 더 올라갔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부연했다.

살리바 연구원은 “전력회사들이 도시 내에서 디젤을 태워 발생한 연기가 지역의 공기를 오염시켜 돈을 벌고 있다”고 지적했다. 레바논은 2017년 약 9억달러(약 1조2400억원) 상당의 발전기용 디젤을 수입했는데, 2022년에는 19억달러(약 2조6100억원)로 급증했다.

그는 “레바논의 재생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를 위해 다양한 국제 원조가 들어왔지만, 정치적으로 마비되고 경제가 무너지면서 환경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그 어느 것 하나 깨끗하지 않아 EU가 지원한 대기 오염 모니터마저도 중단됐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의 연구에 따르면 레바논에서 지난 2018년 대기오염으로 인해 2700명이 조기 사망했는데, 이는 이집트와 함께 중동에서 가장 많았다. 경제적 비용은 레바논 국내총생산(GDP)의 2%에 해당하는 14억달러(약 1조9200억원)에 달한다. 줄리엔 제이레이사티 그린피스 중동 및 북아프리카 담당자는 “국제적 자금을 지원받은 프로젝트 중 상당수가 운영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파들로 쿠리 박사는 “레바논 사람들이 매일 공기 중 노출되는 발암물질의 40%가 디젤 발전기”라며 “수년 간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폐암 등 다양한 질병 발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살리바는 레바논이 큰 악순환에 갇혀 있다며 “정부가 전력 통제권을 되찾아야 한다. 그리고 오염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하루 빨리 디젤 발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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