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미국선 여전히 비공식 조사중…안심하기엔 일러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픈AI 투자와 관련해 EU조사를 피해 갈 수 있을 듯하다. MS가 오픈AI사에 높은 금액을 투자하며 49%의 지분을 가져가긴 했지만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빅테크 견제에 열을 올리던 EU의 칼날이 물러지면서, MS의 인공지능(AI) 시장 확장이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블룸버그는 17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경쟁총국이 'MS의 오픈AI 투자는 기업인수합병(M&A)인가'에 대한 공식조사에 착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MS는 2019년부터 오픈AI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지금껏 총 130억달러(17조5천억원)을 투자해 오픈AI 지분 49%를 확보했다. EU는 MS가 오픈AI에 130억달러를 투자한게 기업인수라고 보기 어렵고, MS가 오픈AI의 경영을 통제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U M&A 규정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M&A는 경쟁당국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M&A로 인해 시장의 경쟁이 제한된다면 M&A에는 제약이 따른다. EU M&A 심사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인수기업의 피인수기업에 대한 지분율이 50% 이상이 돼야 하는데, MS의 오픈AI 영리 법인지분은 49%이므로 이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또 이 영리법인의 통제권은 비영리재단이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EU는 지난해 샘 올트먼 오픈AI 해고와 복귀 스캔들 이후 MS가 가진 오픈AI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고 보고, 지난 1월 회사의 투자가 독과점 행위인지 살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1월 오픈AI 경영진 간 내홍에서, MS가 오픈AI에 미치는 영향력을 가늠할 만한 지점이 있었다. 17일 오픈AI가 샘 올트먼 CEO(최고경영자) 해임을 발표했다가 번복했고, 이에 회사 임직원 770명 중 700여명 이상이 올트먼 복귀를 요구하며 MS로의 이직을 통보했다. MS는 올트먼과 오픈AI 인력을 대거 흡수하겠다고 즉각 밝혔다. 이 일을 빌미로 외부 투자자들의 경영참여를 허용하지 않는 오픈AI에 경영방식 변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MS는 사태가 끝난 이후 오픈AI 이사회에 의결권 없는 참관인(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했다. 경쟁당국은 이 과정에서 MS가 오픈AI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했다.
MS와 오픈AI의 동맹은 현재 테크업계의 가장 성공적 전략적 제휴 사례다. 이 동맹으로 MS는 오픈AI의 최신기술을 먼저 활용하면서 AI 레이스를 주도하고 있고, 오픈AI는 거대언어모델(LLM)을 자금 걱정 없이 개발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오픈AI가 비영리단체를 표방하고 있어, MS는 오픈AI LP 이익의 일정 비중만 합의된 한도까지만 받을 수 있다. 이런 동맹 형식으로 MS는 반독점 논란을 피할 수 있었다.
현재 MS는 오픈AI 최대 주주지만 이사회 의석은 없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정식 조사에 착수하기 위해서는 두 기업 간 지속적인 지배력 변화가 있었다는 증거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MS는 "오픈 AI와 파트너십이 두 회사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더 많은 AI혁신과 경쟁을 촉진했다"고만 언급했다.
MS는 EU의 강도높은 정식 조사를 피하며 한 숨 돌릴 수 있게 됐다. 현재 MS는 AI 강화를 위한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다. 최근 오픈AI와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AI용 데이터센터 설립계획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착수했고,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의 공동창업자 무스타파 술레이만을 전격 영입했다. 9일에는 일본 내 AI 인프라 강화를 위해 2년 간 29억달러(3조9872억)의 자금을 쏟기로 했고 16일에는 역내 AI패권을 꿈꾸는 UAE를 찾아 국영 AI기업 'G42'에 15억달러(2조782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MS는 다른 지역에서의 비공식적인 조사를 받고있다. 영국과 미국 등 다른 지역은 여전히 MS-오픈AI 파트너쉽에 대한 조사 여부를 검토 중인 상태다.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MS와 오픈AI의 파트너십이 영국 기업과의 경쟁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조사 여부를 검토 중이며, 미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도 조사 여부 검토에 있다.
로이터는 MS가 이러한 조사를 피하기 위해 다른 AI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MS는 지난 2월 미스트랄 AI에 대해 1500만유로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도 EU가 조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있다.
MS, 아마존, 구글 등은 최근 몇 년 동안 AI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M&A심사를 회피하고 있다. 오픈AI의 경쟁사 앤트로픽은 아마존으로부터 40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구글은 2021년 AI 업체인 코히어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최근 전례없는 미국 정부와 EU의 반독점 규제로 직간접적인 압박을 받던 빅테크 기업들은 이번 EU의 결정으로 반독점 조사 가능성을 낮추게 됐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4일 “우린 이 같은 일이 우리의 통상적인 감시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식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며 “이런 일이 트렌드가 되고 그 트렌드가 합병 규정을 우회하는 것으로 보인다면 당연히 원상 복구·시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현 기자 awldp219@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