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제유가 상승→원재료·중간재 수입 물가 상승→기업 비용 상승 견인
“중동전쟁까지 고려해 원유관세 인하, 전략적 비축유 방출 등 선제 대비 필요”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경우 한국 산업도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경우 한국 산업도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경우 한국 산업도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동전쟁이 발발하면 한국 산업의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꼽히는 고유가 상황이 펼쳐져 산업별로 피해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이 13일(현지시간) 밤부터 14일 오전까지 이스라엘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무인기)을 200발 넘게 발사한 이후 이스라엘이 곧 이란의 공격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도 14일 이스라엘 공습을 감행한 후 재보복을 예고하고 있어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동전쟁이 본격화하면 가장 먼저 국제유가부터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Bloomberg)와 글로벌 경제조사기관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에 따르면 중동 내 전면전 발발 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각각 150달러, 13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이란이 이스라엘과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작전을 펼칠 경우 해협 봉쇄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에너지 수급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미국 에너지 정보국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흐름은 하루 평균 2100만배럴로 전 세계 석유소비의 21%를 책임지고 있다.

과거 중동에서 전쟁의 포성이 울리면 대부분 수요와 공급 충격이 일어나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양상을 보였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973년 10월 발발한 4차 중동전쟁에서는 국제유가가 5개월 만에 배럴당 2.4달러에서 13달러까지 수직상승했다. 1980년 9월 시작된 이란, 이라크 전쟁에서는 35.8달러였던 국제유가가 2개월 만에 39.8달러로 오르면서 11.2% 상승했다. 1990년 8월 발발한 걸프전쟁에서는 2개월 만에 배럴당 16.8달러에서 31.6달러로 오르며 87.8% 상승한 바 있다.

산업별 유가, 수입 중간재 물가 증가율과 재료비 증가율의 상관관계(2000~2022년) / 산업연구원
산업별 유가, 수입 중간재 물가 증가율과 재료비 증가율의 상관관계(2000~2022년) / 산업연구원

국제유가가 고공행진하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되는 국가는 중동산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의 동아시아 국가들이다. 특히 한국의 대(對)중동 원유 수입은 2022년 한해 동안 전년대비 7.6%p 증가하며 67.4%를 기록하는 등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더욱이 작년 3분기까지 누적 기준 의존도는 72.8%로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추세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민주 산업연구원 동향·통계분석본부 연구원은 “중동전쟁이 발발하면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이는 원재료와 중간재 수입 물가를 상승시켜 기업의 비용 상승을 견인할 가능성이 높다”며 “유가와 산업별 재료비 증가율의 상관관계를 살펴봤을 때 재료비 규모가 큰 화학, 석유정제, 1차 금속산업에서의 상관관계가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별 유가, 수입 중간재 물가 증가율과 재료비 증가율의 상관관계(2000~2022년) / 산업연구원
산업별 유가, 수입 중간재 물가 증가율과 재료비 증가율의 상관관계(2000~2022년) / 산업연구원

국제유가가 오르면 한국의 산업별 수익성도 악화될 전망이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상 항공·해운 등 물류업은 물론이고 석유화학·자동차·조선·철강 등 업종에서도 물류비와 함께 생산 원가가 치솟을 수 밖에 없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15년 이후 산업별 수익성 증가율과 유가 변화율 간 상관관계’에 따르면 유가가 상승했을 때 대체로 수익성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유가가 하락했을 때에는 한국 대부분 산업의 수익성이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취약한 업종으로는 석유화학산업이 꼽힌다. 화학산업은 유가 상승이 재료비 상승을 가져오는 반면 매출 증가는 상대적으로 미약해 유가 상승에 가장 취약한 업종인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철강산업의 경우에는 유가 상승이 에너지원 가격의 상승을 견인해 석탄 가격을 올리고, 이로 인해 금속 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다소 감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주 연구원은 “한국은 원유 수입국으로 국제유가 변화에 취약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향후 유가의 급격한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원유 관세 인하, 정부의 전략적 비축유 방출 등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특히 화학산업, 1차 금속산업, 석유정제산업과 같이 유가 상승에 높은 비용 상승이 동반되는 산업에 추가 정책을 지원하며 충격 확산을 막을 필요가 있다”며 “가치사슬 후방산업에 가까운 이들 산업의 비용 상승은 타 산업의 비용에 전가되기 쉽기 때문에 보다 촘촘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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