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테슬라, 보급형 모델로 가격 경쟁력 확보한다는 전략
[한스경제=박시하 기자] 올해 1분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1분기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하며 뚜렷한 수요 둔화세를 보였다. 지난 4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2만555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3%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전기차 관련 사고 증가 및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수요가 감소했다는 분석과 함께 당분간 전기차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자동차 업계는 올해 주요 자동차 제작사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은 보급형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있어 판매가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난해부터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캐즘에 빠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기차 도입 초기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에 관심이 있었던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졌던 시기를 지나 일반 대중에 의해 소비가 이뤄지는 시기로 접어들면서 수요가 둔화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전기차 판매량은 1분기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들며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전기차 수요가 감소한 주요 원인으로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전기차 관련 사고를 꼽힌다. 환경부는 지난 2월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방안’을 공개하면서 성능, 안전, 환경, 사후관리 등을 종합 평가해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시 기준으로 테슬라 모델Y 보조금은 지난해 650만원에서 올해 195만원으로, KG모빌리티 토레스 EVX 보조금은 지난해 695만원에서 올해 457만원으로 줄어들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또한 전기차 급발진 의심 사고 및 화재 역시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지난해 11월 한국교통안전공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를 운용하는 데 있어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으로 충돌 후 화재(29.3%)와 충전 중 화재(21.1%)라고 응답한 사람이 절반을 넘겨 화재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고, 전기차 급발진(16.7%)이 뒤를 이었다.전기차 판매가 계속해서 감소한다고 볼 수도 없고,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더 많은 전기차 구매자에게 혜택을 주고 에너지효율과 폐배터리 재활용 등 친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한 정책 결정이라는 점에서 환경부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를 잘못됐다고는 할 수 없다”며 “다만 전기차 수요 둔화와 광물 가격 하락으로 배터리업계 수익이 악화되고 있고, 중국 전기차의 글로벌 진출 확대와 이에 맞서는 테슬라의 가격 인하 정책으로 자동차업계도 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를 유인할 정책이 나왔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화재 발생률이 내연기관차보다 높지 않다고 하지만, 전기차 화재시 열폭주 현상으로 진압이 쉽지 않고 순식간에 대형 화재로 커지기 때문에 화재 규모나 피해를 고려했을 때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 심리가 위축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급발진 의심 사고 역시 아직까지 국과수에 의해 전기차 급발진이라고 밝혀진 적은 없지만, 급발진이 발생하면 운전자가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최근 급발진 추정 사고가 전기차에서 빈발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 타기가 불안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올들어 가격 경쟁력이 높은 보급형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있어 전기차 판매량이 반등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대표적인 전기차로 기아 ‘EV3’와 테슬라 ‘모델3’가 꼽힌다.
기아는 올해 대중화 모델 EV3를 출시한다. EV3는 기존에 출시한 EV6와 EV9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최초로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음성 서비스가 탑재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기아는 지난 5일 열린 ‘2024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26년까지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가 줄어들 것을 대비해 전기차 대중화 모델을 투입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테슬라는 지난 4일 모델3의 공식 판매를 시작했다. 특히 모델 3 후륜구동(RWD) 모델이 예상보다 저렴한 5199만원에 출시되면서 테슬라 공식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구매를 인증하는 게시물을 속속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모델Y RWD 모델이 소위 대란을 일으키며 전기차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처럼 모델 3 RWD 역시 전기차 판매를 반등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가격을 인하한 후 판매량이 치솟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다”며 “기존에 출시한 차량의 가격을 큰 폭으로 내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가성비가 좋은 소위 저가형 전기차를 출시하는 것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제품 포트폴리오를 탄탄히 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박시하 기자 seeha@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