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성노 기자] 디지털 금융이 일상화되면서 소비자의 금융사 선택 폭이 넓어지고, 이동 역시 쉬워지면서 브랜드 충성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은행권은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상 프로그램을 개편 및 강화하며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고, 신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의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금융 고객의 거래은행에 대한 만족도는 높으나, 상대적으로 충성도는 낮은 양상으로 나타났다.
미국 IT기업인 이팸시스템즈(EPAM)의 '소비자 금융 보고서 2024'에 따르면, 금융 고객 83%는 거래 은행에 만족한다고 답변했으나, 약 30%는 12개월 내에 주거래 은행을 변경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다만 거래 은행에 불만족한다고 답한 고객 38%는 보상이나 인센티브 등이 제공될 경우, 만족도가 상향될 것으로 응답했다.
고객 충성도는 긍정적인 경험에 기반한다. 충성도가 높은 고객일수록 이용 빈도가 높고 이용 상품도 다양하며, 유지율 또한 높게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거래 은행에 긍정적인 경험을 한 고객은 예금 잔액을 늘릴 가능성이 2~3배 높으며 신규계좌 개설 및 신규 상품 가입 확률 또한 최대 5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액센츄어(Accenture)는 디지털 일상화로 인해 거래 은행 변경이 손쉬워진 최근의 경영 환경에서 고객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선 단순한 보상 포인트 지급이 아닌, 감정적 혜택이 부가된 관계형 보상 프로그램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액센츄어는 성공적인 보상 프로그램을 설계하기 위해선 △이해하기 쉬운 명확한 보상 △다양한 옵션 △달성 가능한 구조 보상 △보상 활용 용이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국내외 은행권 역시 고객 이탈을 막고,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먼저 글로벌 금융사는 고객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주는 다양한 보상을 제공하고 있으며, 경험 기반 보상아나 개인화된 서비스, 파트너십 기반 보상 등을 주요 옵션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 바클리즈(Barclays)는 매월 최소 사용 금액(800파운드)을 유지하고, 이용료(5파운드)를 지급하면 지출 때마다 최대 15%를 캐시백하고, 보유한 금융 상품별 월간 현금 보상(주담대 보유시 3파운드) 등을 제공해 동사 체크카드 지출을 장려하고, 금융상품 추가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영국 로이드 뱅크(Lloyds Bank)는 일정 조건(계좌를 보유하고, 2건 이상의 자동이체 설정 등)을 만족한 고객에게는 금리 쿠폰 등의 금융 혜택과 함께 디즈니 플러스 1년 구독료 지원, 외식 할인이나 여행자·운전자 보험 등, 일상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잔액 기준으로 4가지 등급을 구분한 뒤 금리 쿠폰·신용카드 캐시백·투자 서비스 수수료 할인·주담대 수수료 할인 등의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케이뱅크가 보상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케이뱅크의 앱에서 게임처럼 즐기고, 즉시 현금으로 보상하는 ‘돈나무 키우기’ 서비스는 출시 3주일 만에 이용자수 60만명을 돌파했다. '돈나무 키우기'는 케이뱅크 앱에 출석하거나, 앱 안의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면 된다. 최종 성장단계(7단계)까지 돈나무를 키우면 100원에서 최대 10만원까지 현금을 받을 수 있다.
토스는 '만보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목표지점마다 특정 걸음 수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면 랜덤 포인트를 지급한다. 포인트 지급 횟수는 7번이며, 리워드는 최대 1000원이다.
KB국민은행은 KB스타뱅킹 내 금리확인 화면에서 ‘발자국 스탬프 찍기’를 매월 1회씩 6회 모두 완료한 경우, 발자국 찍기 우대 이율 연 1.0%p를 준다. '금리 확인' 기능을 통해 현재까지 적립한 우대 금리를 확인할 수 있어 미션 달성을 위한 동기부여와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선 고객 충성도 제고를 위해 은행권이 다양한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여론조사업체인 '스태티스타(Statista)'와 '조원씨앤아이' 등에 따르면, 국내 은행 손님만족도(CSAT)는 32개 국가 중 25번째로 낮은 수준이며, 금융 소비자 72%는 대출금리 인하 시 주거래 은행을 변경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령화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도 금리 쿠폰, 등급별 수수료 면제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으나 이벤트에 한정된 혜택이거나 일부 금융서비스에 다소 집중된 경향이 있어 긍정적 경험 기반의 보상, 여러 상품 연계, 일상 혜택 등으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성노 기자 sungro5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