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포집·블루수소 생성 투자는 미미..."2050 넷제로, 갈길 멀어"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통과된 후 탄소 배출량 감축 속도와 재생에너지 투자가 늘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탄소 감축 속도는 두 배로 증가했고, 글로벌 기업이 80개 이상의 태양광, 풍력 및 에너지 저장 기술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세액공제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수소 등 기타 재생에너지 성장은 더뎌서 탄소중립까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정책 연구기관 로디움 그룹(Rhodiun Group)과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에너지환경정책연구소(MIT CEEPR)가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 ‘클린 투자 모니터'에 따르면 미국은 청정에너지와 전기차에 지난해 4분기에만 670억달러(약 90조원)를 투자해 2022년 같은 기간보다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3년 미국의 친환경 분야 총투자 규모는 직전 연도 1740억달러(약 235조원)보다 38% 늘어난 2390억달러(약 323조)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생산 및 산업 탈탄소화에 투자된 720억달러(약 97조3000억원) 중 유틸리티 규모의 태양광 및 저장 장치에 530억달러(약 71조6000억원), 풍력에 25억달러(약 3조3700억원)를 투자했다. 그린수소, 탄소 관리, 지속가능한 항공 연료 등 신흥 기후 기술(ECT) 분야에 대한 투자는 43억달러(약 5조8000억원)로 급증했다. 이는 2022년 4분기 대비 10배 증가한 것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IRA가 아시아와 유럽 기업이 미국에 더 많이 투자하도록 장려했고, 유럽연합(EU)은 미국에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와 산업 인재를 빼앗길 것을 우려해 기업에 녹색 산업 계획을 개발하도록 유도하면서 전력, 배터리 제조 등 전통적인 부문에 투자가 쏠렸다고 분석했다. 또한 아시아 기업들이 전기차 및 기타 친환경 에너지 품목에 필요한 첨단 기술 시장 선점에 대한 우려도 미국이 반도체 공장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유도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바이든 정부의 직접 지출과 전기차 보조금 지급액이 초기에 예상한 4000억달러(약 540조원)를 훨씬 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IRA로 지출되는 정부 예산이 2031년까지 총 1조2000억달러(약 162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인프라 확충은 정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각 주(州)와 지방정부의 규제로 인해 새로운 송전선 개발이 지연되고 있고, 75억달러(약 10조원)를 투자한 전기차 충전소는 예상만큼 빠르게 확대되지 않았다. 지가르 샤 미 에너지부 대출 프로그램 책임자는 IRA가 수소, 탄소 포집, 지열 및 원자력 분야를 장려하지 않아 이 분야 성장이 더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석유기업들은 IRA의 치우친 투자와 혜택에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휴스턴에서 개최된 세라위크 에너지 컨퍼런스(CERAWeek Energy Conference)에서 경영진들은 규제로 인해 신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이 어려워져 석유 시추 현장에서 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약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런 우즈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는 “텍사스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 공장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폐기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컬럼비아 대학교의 글로벌 에너지 정책센터 창립 이사 제이슨 보르도프는 “글로벌 기업들이 수소와 전기차 모두 IRA 요건을 맞추는 데 장벽이 많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로만 크라마척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상품 인사이트의 기후 시장 및 정책 분석 책임자도 IRA가 태양광, 배터리 등에 치중하면서 수소 공장이나 유전 탄소 포집 시스템과 같이 석유기업이 선호하는 프로젝트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업계 반발에도 불구하고 기후법은 미국이 탄소 배출량을 연간 4% 감축하는 데 기여했다. 미 전역 9개 연구팀은 법 시행 전보다 속도가 2배 증가했다고 사이언스 저널에 밝혔다.
일부 전문가는 이 속도가 더 빨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연구에 참여한 프린스턴대학교 제시 젠킨스 기계 및 항공우주 공학 교수는 “법 시행 후 탄소 배출 감축 속도가 빨라졌지만, 2030년 기후 목표를 달성하고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려면 이를 3배로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연수 기자 yshi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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