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는 부정적...“온실가스 배출 감축이 유일한 기후대응 방법”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산호초가 하얗게 변해 죽는 ‘산호 백화 현상’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 2월 해수면 온도는 21.06도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세계 최대 산호초 군락지인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에서는 대규모 백화 현상이 또 나타났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기후변화로 달라진 해수면 온도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슈퍼 산호’를 개발하고 있다. 이 슈퍼 산호가 산호초 폐사를 막고 기후대응 방법이 될지 주목된다.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은 1일(현지시간) 호주 해양과학연구소(AIMS) 소속 과학자들이 ‘슈퍼 산호’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산호초는 해양 생물과 사람에게 필수적인 해양 동물이다. 전체 해양 생물종의 4분의 1이 산호초에 의존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해안에 부딪히는 파도의 힘을 분산시킬 수 있어 홍수 방지 등의 역할도 한다.
해양 생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지금 속도로 계속된다면 전 세계 산호초의 90%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수십 년 안에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이 1.5도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수온 상승으로 이어져 전 세계 산호초 대부분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플로리다와 카리브해의 수온이 더 올라가면서 일부 산호는 하얗게 변하기 전에 죽었고, 가장 민감한 종인 사슴뿔산호의 경우 4분의 1도 채 살아남지 못했다. 또 세계 최대 산호초 군락지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는 수온 상승으로 지난 8년 동안 5번의 대규모 백화 현상이 일어났다.
이에 AIMS 과학자들은 여러 종의 산호초를 교배해 극심한 수온 변화를 견딜 수 있는 종을 개발하고 있다.
데이비드 와첸펠드 AIMS 책임연구원은 “산호초는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동물 중 하나”라며 “미래 과학 기술로도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를 보호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의 핵심은 산호초가 빠르게 변하는 바닷속에서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느냐다. 이들은 다양한 온도의 바닷물이 담긴 탱크 안 산호초에 등급을 매기고, 더 높은 온도의 물로 옮겨 얼마나 살 수 있는지 테스트한다. 이는 수온이 상승하면 산호초와 그 안에 사는 미세조류 사이 공생관계가 깨지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산호와 미세조류는 영양분을 주고받는 공생관계인데 산호초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수온이 달라지면 이 조류가 배출돼 하얗게 변한다. 수온이 정상화되면 회복되지만, 높은 온도가 지속되면 결국 죽는다. 그러나 백화 현상은 모든 종에 일률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애니카 램 연구원은 “같은 종 안에서도 열에 대한 민감도가 다르다”며 “이를 극복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개체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슈퍼 산호는 높은 수온뿐만 아니라 △겨울철 기온을 견딜 수 있어야 하고 △다른 개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며 △유전적 다양성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연구원들은 산호초 재배부터 유전자 조작 기술까지 이용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당국의 허가 아래 산호초가 자라면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 풀어 야생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도 실험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산호초를 복원하는 데 사용할 이른바 ‘내열성 산호’를 키우는 것이 목표다.
연구를 이끄는 마들렌 반오펜 AIMS 수석연구원은 “모든 것을 생명 공학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며 “이번 연구는 산호초 폐사를 막기 위한 해결책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해양 생물학자들은 슈퍼 산호 개발을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산호초 유전자를 생물학적으로 조정해도 인간이 초래하는 미래 기후에서 살아남을 산호를 만들 수 없고 그저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호주 제임스 쿡 대학의 산호 과학자 테리 휴즈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규모를 고려할 때 수조에서 키울 수 있는 산호의 양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엄청난 수의 산호를 키우려면 대규모 수족관 시설을 건설해야 하고 규제 당국은 슈퍼 산호 배치가 야생 개체군에 어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지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만이 유일한 기후대응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신연수 기자 yshi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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