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 비결은 빠른 스타트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이하 강원2024)에서 아시아 봅슬레이 역사가 새로 쓰였다. 소재환(18·상지대관령고)이 금메달을 목에 걸며 동계청소년올림픽 역사상 썰매 종목에서 최정상에 선 최초의 아시아 선수가 됐다.
소재환은 23일 강원도 평창의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강원2024 봅슬레이 남자 모노봅(1인승) 경기에서 1, 2차 시기 합계 1분48초63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대한민국 선수단의 두 번째 금메달이자 썰매 종목 첫 금메달이었다. 대회 개막 전부터 유력한 메달 후보였던 그는 중학교 3학년 때가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압도적인 레이스로 금메달
육상 투포환을 하다가 감독의 권유에 의해 봅슬레이로 종목을 바꾼 소재환은 불과 2년 전인 2021년부터 대회에 나서기 시작해 마침내 한국 동계스포츠에 인상적인 족적을 남겼다. 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소재환은 운동과 수면, 경기라는 3가지 패턴으로 삶을 단순화해 왔다. 키 176cm인 그는 파워에다가 스피드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회 전까지) 유튜브에서 주로 경기 영상을 찾아봤다”는 그는 “과거 메달을 받았던 순간이 가장 설렜다”고 털어놨다.
소재환은 지난해 전국 봅슬레이 스켈레톤 스타트 선수권 3관왕에 올랐던 봅슬레이 기대주다. 올 시즌엔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유스 시리즈에 8차례 나서 금메달 5개, 은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소재환은 살면서 이루고 싶은 꿈과 관련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해왔다.
비록 성인올림픽은 아니었지만 이번 동계청소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며 같은 연령대 최고 선수로 우뚝 섰다. 그는 대회 1차 레이스를 53초80으로 마치면서 개인 최고 기록과 평창 트랙 기록을 모두 새로 작성했다. 2위(54초79)인 튀니지의 조나탕 루리미에 0.99초 앞선 기록이었다. 100분의 1초로 승부가 가려지는 봅슬레이에서 1초 차이를 뒤집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소재환은 1차 레이스에서 이미 금메달 획득의 9부 능선을 넘었던 셈이다.
소재환의 금메달은 20일 쇼트트랙 남자 1500m 주재희(한광고)에 이은 대한민국 선수단의 2번째 금메달이자, 올해로 4회째인 동계청소년올림픽에서 한국이 썰매 종목(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에서 처음으로 획득한 메달이다.
설상 종목을 통틀어선 2회째인 2016년 릴레함메르 대회 때 크로스컨트리의 김마그너스(금메달 2개·은메달 1개),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정유림(동메달) 이후 8년 만의 동계청소년올림픽 입상자다. 소재환은 동계청소년올림픽 역사상 아시아 선수 최초의 썰매 종목 금메달리스트로도 기록됐다.
◆선전 비결은 빠른 스타트
소재환은 경기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이전에 없던 메달을 국내에서 열린 대회에서 따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큰 기대를 받았던 만큼 긴장하고 부담도 느껴서 사실 오늘 새벽 3시쯤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물론 컨디션이 좋았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여기서 계속 봅슬레이를 타왔기 때문에 강추위에 대한 염려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금메달 획득 비결에 대해선 "(1차 레이스에서) 54초대 초반 정도를 예상했는데 그보다 훨씬 좋은 기록이 나왔다. 완전히 각성하고 스타트도 최대로 한 덕분인 것 같다. 올림픽이라 아이스메이커들께서 얼음도 잘 만들어주시고 정비를 잘해주신 덕도 본 듯하다"고 돌아봤다.
그는 "유스 시리즈 10차 대회에서 실수로 은메달을 딴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올림픽이란 무대에서 금메달을 따내 정말 행복하다"며 “그동안 시상대에 안 올라오던 선수들이 섰고 특히 한국과 중국(동메달 츠샹위)이 올라가면서 아시아 봅슬레이의 영향력을 보인 것 같아 그 점도 기쁘다”고 말했다.
소재환의 인생 좌우명은 ‘노력은 설명하는 것이 아닌 증명하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증명에 성공한 그는 “아직 경험이 없어서 대회에 나가면 긴장을 많이 하고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데 그런 부분을 보완하며 차근차근 가보겠다"고 꾸준한 성장을 다짐했다.
한편 24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쇼트트랙 2000m 혼성계주에서는 주재희, 김유성(이상 한광고), 정재희(한강중), 강민지(인천동양중)로 구성된 한국 쇼트트랙 청소년 대표팀이 준결선에서 3분14초302의 기록으로 4개 팀 중 최하위에 그쳐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대표팀은 1위로 달리다가 정재희가 넘어지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 쇼트트랙은 7개의 금메달이 걸린 이번 대회를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마무리했다. 역대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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