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 노디스크 위고비, 덴마크 무역흑자 이끌어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비만 치료제가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헬스케어 분야가 왜 4차산업의 핵심인지 방증하고 있다. 특히 스위스 로슈,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 미국 일라이 릴리 등 글로벌 톱티어 제약바이오 기업들까지 참전하면서 관련 시장은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아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일라이 릴리의 비만 치료 신약 ‘젭바운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허가승인을 획득, 현시 시장에서 본격 판매된다.
건강보험 적용 환자의 경우 주 1회 또는 3개월 처방에 대해 최저 25달러(약 3만 2500원),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환자의 경우 1개월 처방에 대해 550달러(71만 5000원)로 구입할 수 있다. 정가는 한 달에 약 1059.87(약 137만 7800원)달러다.
젭바운드는 제2형 당뇨병 치료를 위해 고안된 GLP-1 작용제지만, 식욕을 줄이고 위에 들어간 음식물이 천천히 소화되도록 도우면서 비만 치료제로 개발됐다. 후기 임상에서 환자의 체중을 평균 20%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은 젭바운드의 내년 매출이 20억달러(약 2조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한다. 게다가 일라이 릴리는 젭바운드 출시를 앞두고 올해 주가가 60% 급등, 헬스케어 기업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로슈는 미국 ‘카못(Carmot)’을 27억달러(3조 5000억원)에 인수, 비만 치료제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카못의 주요 파이프라인은 ‘CT-388’이다. 임상 2상 준비가 완료된 2중 GLP-1·GIP 수용체 작용제로 제2형 당뇨병 유무에 관계없이 주 1회 투약하는 피하주사(SC) 제형이다. 단독 및 병용요법으로 체중 감량 효과를 내며 다른 적응증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CT-996’은 1일 1회 먹는 약으로 개발 중이다. 제2형 당뇨병 유무에 관계없이 비만 치료를 위한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CT-868’은 과체중 또는 비만이 있는 제1형 당뇨병 환자의 치료를 위해 1일 1회 피하주사하는 2중 GLP-1·GIP 수용체 작용제로 현재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다.
앞서 로슈가 비만·당뇨 치료제 개발사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0년대 초반 먹는 비만약 ‘제니칼’을 출시했지만, 부작용 논란으로 그간 관련 분야 신약개발을 멈췄다.
로슈 측은 “CT-388에 대한 기존 임상 데이터는 차별화된 효능으로 체중 감량을 달성하고 유지할 수 있는 동급 최고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체중 감량에도) 근육량이 유지되는 것과 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기존 로슈의 파이프라인과 결합해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마스 쉬네커 로슈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비만은 다른 많은 질병의 원인”이라며 “카못의 심혈관 및 대사 질환 관련 파이프라인을 결합함으로써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AZ는 지난달 중국 에코진의 비만 치료 후보물질 ‘ECC5004’를 최대 20억달러(약 약 2조 6000억원) 규모로 도입했다.
ECC5004는 미국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GLP-1 수용체 작용제로 1일 1회 먹는 약으로 개발 중이다.
계약에 따라 에코진은 선급금 1억 8500만달러(약 2405억원)을 받는다. 이후 단계별 기술료 및 순매출에 비례한 단계별 경상기술사용료(로열티)로 최대 18억 2500만달러(약 2조 3725억원)를 추가로 받는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 거금을 들이면서까지 비만 치료제 시장에 뛰어들 이유는 있다. 해당 약물들을 상용화만 해내면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밴티지마켓리서치는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가 지난해 15조 5000억원에서 2030년 52조 1000억원으로 급증한다고 전망했다.
비만 치료제 시장을 이끌고 있는 노보 노디스크의 ‘삭센다’와 ‘위고비’, ‘오젬픽’은 덴마크 무역 흑자의 원동력이 되는 등,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삭센다와 위고비의 지난 3분기까지 글로벌 매출은 각각 86억 7400만 덴마크크로네(약 1조 6462억원), 217억 2900만 덴마크크로네(약 4조 1248억원)로 추산된다. 지난해 일라이 릴리의 출시된 마운자로는 같은 기간 29억 5750만달러(약 3조 844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셀럽들의 간증으로 비만 치료제 시장은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단연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입으로 먹는 경구제, 마이크로니들 등 투약 편의성을 개선한 다양한 제형을 선보인다면 후발자라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변동진 기자 bdj@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