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캐시백 방식 상생금융 비용 선인식될 경우 실적 예상치 하회 가능성
[한스경제=권현원 기자] 최근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고객 손실 가능성과 상생금융 비용 부담 등의 영향으로 은행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에선 금리·배당, 규제 불확실성 측면에서 당분간 쉬어가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금융지주와 은행을 구성 종목으로 하는 ‘KRX 은행’ 지수는 지난 1일 기준으로 전 거래일 대비 0.89%가 내린 648.98로 마감했다. 해당 지수는 지난주 거래일별 등락률이 △27일 -6.2% △28일 +0.92% △29일 -1.12% △30일 +1.10%를 기록했다.
은행주는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대비 초과 하락하는 모습이다. 이에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 주 은행주는 0.8% 하락해 코스피 상승률인 0.3% 대비 또 다시 초과하락했다”며 “6주째 소폭이지만 초과하락세가 지속 중이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초과하락의 배경으로 ‘홍콩 H지수 ELS의 고객 손실 가능성’을 지목했다. 그는 “은행주 초과하락의 배경에는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 H지수 ELS의 고객의 손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언론 보도 때문이다”며 “홍콩 H지수 ELS 판매 잔액이 압도적으로 많은 KB금융의 경우, 주가가 크게 하락하며 은행주 약세를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KB금융지주의 주가는 1일 기준으로 5만 1900원선까지 내려앉았다. 1주간 3.4%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KB국민은행의 내년 상반기 만기도래 ELS 판매 규모가 가장 크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방금융 중에서는 JB금융이 1주간 3.8%의 하락 폭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최 연구원은 “매일 유입되던 자사주 매입이 21일로 중단되면서 외국인이 상당규모 순매도로 돌변한 점이 주가 약세의 배경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ELS 상품의 본격적인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관련 은행들에 대한 투심 약화 현상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최 연구원은 “결국 홍콩 H지수의 주가 등락이 관건일텐데 내년부터 만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기 때문에 아무튼 판매잔액이 많은 은행들에 대한 투자심리 약화 현상은 불가피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금융당국이 금융권에 상생금융을 주문하면서 부담을 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은행권은 약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어려울 때도 국민들과 함께하는 ‘따뜻한 은행’이 됐으면 한다”며 “이를 위해 지난주 지주사 간담회서 논의된 상생금융 방안과 관련해 조속히 합리적 방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은행권 논의를 적극 지원하며 제2금융권을 이용하고 계시는 소상공인 분들도 금리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제15대 은행연합회장으로 취임한 조용병 회장도 취임사를 통해 “은행은 경제생태계의 일원으로서 구성원 모두와 협업·공생하고 효율적인 생태계가 유지되도록 촉진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경제생태계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은행이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어려웠던 이유를 고민해 보고 은행 입장이 아니라 국민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의 상생금융과 관련해 증권가에서는 캐시백 방식의 상생금융 비용이 4분기 선인식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4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하회할 가능성이 있으며 배당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최 연구원은 “약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대책을 마련하는 은행권이 고금리로 대출받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이자를 일부 돌려주는 캐시백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며 “특정계층의 대출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방안은 고신용자가 저신용자보다 대출금리가 더 높아지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순이자마진(NIM) 측면에서도 왜곡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적인 환급 지원 규모의 윤곽이 잡혀질 경우 예상 캐시백을 충당금 또는 영업비용 형태로 선인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르면 4분기 중 상생금융 관련 비용 처리가 가능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최대한 4분기 중 많은 규모의 상생금융 비용을 인식하려는 노력이 예상됨에 따라 이를 반영할 경우, 은행의 4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할 크며, 주당배당금(DPS)도 시장 기대치를 밑돌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올해 DPS가 지난해보다 낮아질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상생금융 비용이 선인식될 경우 배당이 예상보다는 적어지는 상황이 발생하겠지만 ‘불확실성의 선제적 반영’이라는 점에서는 주가에 크게 부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 연구원은 “배당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경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은행들이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늘릴 가능성은 오히려 더 커졌다”면서도 “다만 미국 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국내 금리에도 영향이 예상되고, 올해부터 은행들이 배당선진화 방안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12월 배당랠리 가능성은 낮아졌으며, 총선 직전인 내년 1~2월까지는 규제 불확실성 또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은행주는 쉬어가는 흐름이 예상된다는 기존 의견을 계속 유지한다”고 전했다.
권현원 기자 hwkwo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