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중대·명백한 경우만 고발하도록 규정한 공정거래법 위배
“법 위반 판단 없이 고발은 전속고발권 취지에도 배치”
공정위는 경제 분야 전문성 바탕으로 조사권과 고발권 보유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고발지침 행정예고안이 연일 논란이다. / 한스DB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고발지침 행정예고안이 연일 논란이다. / 한스DB

[한스경제=조나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고발지침 행정예고안이 연일 논란이다. 기업은 물론 경제단체들도 공정위에 공동 의견안을 제출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19일 일감몰아주기 행위를 한 사업자를 고발할 경우, 특수관계인도 원칙적으로 고발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대해 경제계에서는 고발사유가 추상적이고 불분명해 ‘여론재판’ 우려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 “특수관계인 원칙 고발, 상위법 어긋나고 여론재판 우려”

지난 6일 한국경제인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종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 6개 경제단체는 공정위 행정예고안에 대한 기업 의견을 수렴해 공정위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문제가 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의 위반행위의 고발에 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침’ 개정안은 일감몰아주기 행위를 한 사업자의 특수관계인(총수일가)을 원칙적으로 고발하도록 했다.

또한 고발 대상 행위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예외적 고발 사유를 신설해 고발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가 신설한 예외적 고발 사유는 △생명·건강 등 안전에의 영향 △사회적 파급효과 △국가재정에 끼친 영향 △중소기업에 미친 피해 △이와 유사한 사유 발생 시 등이다.

경제단체는 이처럼 고발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행정예고안에 대해 상위법(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공정위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위반으로 특수관계인을 검찰에 고발할 시, 특수관계인이 사업자에게 사익편취를 지시하거나 관여해야 하고, 위반의 정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위반 행위도 경쟁질서를 현저히 해칠 정도의 중대성이 인정돼야 한다.(법 제47조 제4항, 제129조 제2항)

반면 고발지침 행정예고안은 사업자의 일감몰아주기 위반이 인정되면 특수관계인의 관여 여부나 법 위반 정도 등을 따지지 않고 원칙적으로 고발하도록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예외적 고발 사유의 경우 상위법의 고발 요건 범위를 벗어날 뿐만 아니라, 여론에 따라 고발당할 수 있다는 게 경제계의 주장이다.

경제단체는 “예외적 고발사유가 추상적이고 불분명해 수범자가 어느 경우에 고발 대상이 되는지 예측하는 것이 사살상 불가능하다”면서 “특수관계인이 위반 행위가 없더라도 여론에 따라 불합리한 일을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공정위, 고발지침 행정예고안 배경은?

공정위는 이번 고발지침이 사익편취행위(일감몰아주기)에 대한 특수관계인의 관여와 관련해 간접·정황 증거도 인정할 수 있다는 최근 대법원 판례를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가 언급한 최근 대법원 판례는 지난 3월 태광그룹 사익편취 사건을 말한다.

당시 대법원은 특수관계인 관여에 대해 “특수관계인이 계열회사의 임직원 등에게 부당한 이익제공행위를 장려하는 태도를 보였거나, 해당 거래의 의사결정 또는 실행과정에서 보고를 받고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승인했다면 위반 행위에 관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특수관계인의 관여 여부에 대해서도 “사업자와의 관계, 법률적 지위, 동기와 경위, 결과(이익 귀속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면서 “특수관계인은 기업집단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례와 별개로 일각에선 특수관계인의 관여 행위 입증을 공정위가 검찰에 넘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경제계에선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취지에도 반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제단체들은 “공정위는 경제 분야 전문기관으로서 법령 위반 사건에 대해 독점적인 조사권과 전속고발권을 행사 할 수 있다”면서 “만일 공정위가 특수관계인의 관여 정도를 입증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특수관계인을 고발한다면 전속고발권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이번 지침에 대해 ‘검찰권 강화’로 규정, 비판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더욱이 정부는 지난해 8월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기업인에 대한 형벌조항을 줄이는 내용의 형벌 규정 개편을 발표, 이번 고발지침과도 기조가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조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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