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근현 기자] ‘무기체계의 무인화’가 이번 서울 ADEX 2023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무인 무기체계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충돌에서도 사용되면서 전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장을 누비고 있는 러시아 최신 전차에는 우스꽝스러운 보호 장비가 설치됐다. 우크라이나 드론의 폭탄공격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가 전차에 철망을 설치한 것이다. 이런 철망은 과거 2차 세계대전에나 사용됐을 법한 보호 장치다. 이스라엘 역시 하마스의 드론 공격에 전차들이 무참히 부서지자 러시아와 같은 보호 장치를 설치해 전차를 보호하고 있다. 21세기 최신 무기체계를 20세기 구세대 방식으로 보호하고 있는 셈이다.
몇 천억을 호가하고 최신 전자 장비를 보유한 지상전 최강 전차들이 고작 몇 백만원짜리 무인 드론에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기존 방위산업체들도 무인화에 대해 개발진행을 하고 있었지만 이 두 전쟁으로 인해 방산의 무인화는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이러한 기조에 힘입어 이번 서울 ADEX 2023에 참여한 방위산업체들 역시 미래 전장에 사용될 무인 무기체계들을 앞세워 세일즈에 나서고 있다.
먼저 대한항공은 중고도 무인기(MUAV) 실 기체와 사단무인기, 발사대, 지상 통제 차량, 다목적 스텔스 무인기, 저피탐 무인 편대기, 전술급 사단 무인기 등 다양한 플랫폼을 선보였다.
LIG 넥스원은 유도무기와 레이더, 통신, 항공전자 등 정밀 유도 무기체계와 무인 헬기를 비롯한 무인기를 소개했다. 또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KGGB 유도 폭탄을 선보이고, 실내에서는 다층 대공 방어체계에 대한 소개, 하이브리드 수송드론을 선보였다.
현대로템은 30t급 차륜형장갑차 공개와 더불어 무인을 기반한 차세대 전차의 최신 콘셉트 모델도 공개했다. 현대로템의 차세대 전차 콘셉트 모델은 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와의 협업해 디자인됐다. 미래 전장 환경을 고려한 스텔스 형상 구현 및 무인화, 자동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차체 및 포탑 곳곳에 벌집의 육각형 구조에서 영감을 얻은 허니콤(Honeycomb) 형상의 장갑을 적용해 튼튼하고 가벼우면서도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한 생체모방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번에 공개된 차세대 전차 콘셉트 모델은 130mm 대구경 활강포가 장착된 무인포탑 적용 및 드론 탑재로 유무인 복합체계 운용개념을 실현했다.
현대로템은 민간 활용 무인체계 기술도 선보였다. 무인체계 기술 중에 상용화를 추진하는 다목적 무인차량은 현대로템이 자체 개발한 전동화 기반의 무인 플랫폼이다.
기동타격, 수색, 정찰, 보급 등 임무에 따라 다양한 장비를 탑재해 운용할 수 있다. 앞사람을 따라가는 종속주행을 비롯해 원격주행, 경로점 자율주행 등 다양한 무인 운용 기능을 갖췄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최초의 군용 무인차량으로 군에 납품해 기술력과 신뢰성을 입증받았다"고 했다.
다목적 무인차량 중 하나인 무인 콘셉트카 '유팟(U-POD)'이 이번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된다.
유팟은 현대로템의 다목적 무인차량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무인 전동 차량이다. 현대자동차와 협업해 개발했다. 현대로템 다목적 무인차량의 다양한 특장점을 갖고 있는 게 특징. 다목적 무인차량처럼 전동으로 움직이며 원격 및 자율주행은 물론 앞 사람을 따라가는 종속 주행까지 할 수 있다. 360도 제자리 회전이 가능하다. 좌우 구동축 별도 제어로 회전 반경을 줄이는 등 기동성이 우수하다. 에어리스 타이어를 장착해 예기치 못한 펑크 우려에서도 자유롭다.
KAI는 KF-21의 실물을 일반 관람객들에게 최초로 공개한다. 야외전시와 더불어 시범 비행도 볼 수 있다. KF-21은 대한민국 공군과 인도네시아 공군이 도입할 예정인 4.5세대 전투기로 노후화된 F-4팬텀II와 F-5제공호를 대체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설계 형상을 'F-22랩터'와 'F-35라이트닝'과 유사한 스텔스 형상으로 만들어, 향후 스텔스기로 전환도 추진될 예정이다. 또 6세대로의 업그레이드가 이뤄질 경우 유무인복합체계를 겸비한 6세대 항공기로 진화된다.
이번 전시회에 새로운 개념도 소개됐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을 넘어 미래형항공기체(AAV)를 지향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KAI는 차세대 중형 위성 2호, 차기 군단 무인기 모형도 선보인다.
한화는 글로벌 리더급 화력, 기동, 대공, 무인화, 유도무기 체계, 레이더 기술을 공개했다. 한화오션은 무인 잠수함, 무인 군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 등 무기체계의 무인화 등을 제시했다. 육˙해˙공˙우주를 아우르는 차세대 무인화 기술들이 대거 소개됐다.
전세계가 재무장 기조로 돌아서면서 방위산업은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대목’이라는 평가를 받는 현재, 서울 ADEX 2023은 우리 방위산업체들에 기회가 될 전망이다.
현장을 둘러본 외국 국방 관계자는 “현존하는 한국의 베스트 셀러 무기체계와 미래의 무인 무기체계를 한눈에 둘러 볼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며 “고국으로 돌아가 한국의 무기 체계 수입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하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