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금융시장 그린워싱, 1년간 148건...대다수는 유럽 금융 기관
"그린워싱 사례 50% 이상, 화석연료 언급 또는 관련 회사와 연계"
그린워싱 기업, 사회적 가치 부풀리는 '사회적 워싱'에도 연루
세계 금융 시장의 그린워싱 사례가 1년 새 70%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pxfuel
세계 금융 시장의 그린워싱 사례가 1년 새 70%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pxfuel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세계 금융시장의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사례가 1년 새 7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 및 가스 개발 지원을 단계적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과 달리 친환경 이미지만 쫓은 기업들이 많아진 것이다. 

ESG 데이터 평가기관인 랩리스크(Reprisk)가 발표한 10월호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은행과 금융 서비스 회사의 그린워싱 사례는 148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9월 기준인 86건보다 약 72.1% 늘어난 수치다. 특히 유럽 금융 기관의 그린워싱은 106건으로, 전체 71.6%를 차지했다. 

그린워싱은 기업이나 조직이 명성과 수익을 높이기 위해 투자자나 소비자에게 지속가능성 등과 관련된 오해의 소지가 있는 광고나 주장을 뜻한다. 규제기관은 소비자와 투자자의 신뢰를 높이고 지속가능한 투자를 위해 그린워싱 근절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다만 관련 법안이 없어 규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은 규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아울러 기업의 기후 대응과 관련한 정보공개 공시 의무화도 임박했다. 대표 기후 공시 제도인 △국제회계기준(IFRS)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 △유럽연합(EU)의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등이 공시 기준을 정했거나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랩리스크는 2007년부터 그린워싱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2022년 10월부터 12개월 동안 전 세계 은행 및 금융 서비스 업계의 사례를 집계했다. 이들은 기업이 환경과 관련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활동 등을 할 때 그린워싱이 발생했다고 간주했다. 

랩리스크는 "기후 관련 그린워싱 사례의 50% 이상은 화석연료를 언급했거나 금융기관을 석유·가스 회사와 연결 지었다"며 "이런 위험들은 단독으로 발생하지 않는 만큼, 규제 기관들도 문제의 규모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기후 관련 ESG 위험 사고 4건 중 1건은 그린워싱과 관련, 지난해(20%)보다 소폭 늘어났다. 특히 그린워싱과 관련된 기업 3곳 중 1곳도 사회적 가치를 부풀리는 '사회적 워싱'(social washing)에도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서는 기업들이 자신들의 평판과 재무적 성과를 위해 인권 침해, 기업공모,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 '근본적 사회 문제'를 모호하게 평가하는 행동을 '사회적 워싱'이라고 칭했다. 사회적 워싱 기업 역시 기업 자신들의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신뢰도 역시 떨어뜨린다고 평가했다. 

은행 및 금융 산업을 대표하는 UK파이낸스와 유럽은행협회(EBF) 등은 랩리스크 보고서와 관련해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은행권의 화석연료 투자 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영국 비영리단체 셰어액션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넷제로를 발표한 은행의 16%만이 목표를 실행하고 있었다. 넷제로은행연합(NZBA)에 속한 43개 화석연료 투자기업의 대다수의 목표치 역시 기후위기의 최악을 막기 위해 필요한 기준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 초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 은행의 주주들은 석유와 가스 탐사 및 개발에 대한 자금 지원을 단계적으로 줄일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화석연료 개발의 단계적 축소를 요구했음에도 그린워싱 사례는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지난 6월 EU 당국 역시 그린워싱에 대해 "회사가 투자자들에게 지속가능성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있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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