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류 전 모든 방사성 원소 제거할 수 있었다면 논란 되지도 않았을 것" 지적
한국 해녀와도 인터뷰…"이제는 잠수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껴져"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이후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연일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부 해외 환경 전문가들은 "인근 해수에서 검출되는 삼중수소 농도가 기준치 미만이라는 조사 결과가 환경과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것을 뜻하진 않는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27일(현지시간)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하고 한국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원전 사고 12년 만에 방사능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하기 시작했다"며, 이를 우려하는 해외 전문가들의 견해를 보도했다.
BBC는 "유엔(UN) 원자력 규제 기관은 이 물(오염수)이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이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과연 안전할지 의문"이라며 "2011년 쓰나미에 이은 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 냉각시스템이 파괴되고 원자로 노심이 과열 돼 시설 내 물이 고(高)방사성 물질로 오염됐다"고 강조했다.
BBC는 "일본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승인을 받아 점진적으로 방사성폐수를 바다로 방출하고 있다"며 "첫 번째 방류는 지금부터 2024년 3월 말까지 예정된 4번의 방류 중 하나다. 전체 과정은 최소 30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본 내에서도 '일본정부의 설명이 부족했다'는 응답이 과반을 차지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BBC는 "일본정부가 폐수를 바다로 보내기 전에 모든 방사성 원소를 제거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논란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립해양연구소협회도 지난해 12월 일본정부가 공개한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또, BBC는 삼중수소를 제거할 기술이 없어 바닷물에 희석해야 하는 상황을 언급하며 "전문가들 대다수 의견은 삼중수소 방출이 안전하다는 것이지만 모든 과학자가 이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평가들은 삼중수소가 해저, 해양, 생물 및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견해"라고 덧붙였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에너지·환경법 전문가인 에밀리 헤먼드(Emily Hammond) 교수는 "(삼중수소 등) 방사성 핵종의 문제는 과학이 완전히 답할 수 없는 질문"이라며 "(국제) 표준을 준수한다고 해서 환경과 인간에 미치는 결과가 '제로(0)'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와이 대학의 해양 생물학자인 로버트 리치먼드(Robert Richmond)도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일본의 부적절한 방사능, 생태 영향 평가를 봤다"며 "(방류가 시작되면 부정적인 결과가 관측되더라도) 이를 다시 돌이킬 방법은 없다"고 우려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동아시아 원자력 수석 전문위원인 숀 버니(Shaun Burnie)는 지난 4월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의 과학자들이 발표한 논문을 언급하며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생식력 감소와 DNA를 포함한 세포 구조 손상 등 동식물에 직접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BBC는 한국의 해녀들과 인터뷰한 내용도 보도했다.
제주도에서 6년째 해녀 일을 하고 있는 김모 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잠수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며 "우리는 온몸을 물속에 넣기 때문에 스스로를 바다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된 이후 처음으로 실시한 해양 방사능 조사 결과 안전한 수준으로 확인됐다고 27일 밝혔다.
해수부는 방류가 시작된지 하루가 지난 25일 한국 3개 해역(남동·남서·제주) 총 15개 지점에서 해양 방사능 조사를 실시했다. 이 중 결과가 도출된 남동해역의 5개 지점에서 세슘과 삼중수소는 모두 세계보건기구(WHO) 먹는 물 기준치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수부는 오염수 방류에 따른 방사능 수치 변화 여부를 더 면밀히 조사·관찰하기 위해 일본 인근 북서태평양 공해상에서도 해양 방사능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조사는 원전 오염수의 예상 이동 경로를 고려해 후쿠시마 1원전을 기준으로 약 500㎞~1600㎞ 반경 내의 2개 해역 및 8개 정점에서 이뤄진다. 분석 대상은 인공 방사능 대표 핵종인 '세슘-134', '세슘-137'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걸러지지 않는 핵종인 '삼중수소'가 포함된다.
김동용 기자 dy0728@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