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EU 배터리 점유율 중국 상승, 한국 하락 중
중국, EU에 공격적인 투자…가격 경쟁력 무기
“경쟁력 높이려면 정부의 대규모 투자 재원 필요”
K배터리 3사가 EU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2위 전기차 판매 시장이자 배터리 수요가 큰 EU의 배터리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이다. / 연합뉴스
K배터리 3사가 EU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2위 전기차 판매 시장이자 배터리 수요가 큰 EU의 배터리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이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세계 2위 전기차 판매 시장인 EU의 배터리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K배터리' 3사가 EU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CATL 등 중국 배터리 기업의 공격적인 EU 공략에 점유율 격차가 줄고 있다는 위기감도 반영된 것으로도 풀이된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폴란드, 헝가리 등 EU 내 공장 증설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6년부터 폴란드에 진출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배터리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브로쵸와프에 2025년까지 45GWh 규모의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SK온은 헝가리 코마롬 1·2공장에 이어 이반차에 2024년까지 30GWh 규모의 공장을, 2028년까지 30GWh 규모의 공장을 각각 완공할 계획이다. 삼성SDI도 배터리 생산 능력 확대에 2조원을 투자해, 2025년까지 헝가리 괴드에 10GWh 규모의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 EU,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전략적 요충지

K배터리 3사의 이 같은 EU 투자는 EU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EU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는 2030년 1.1TWh에 달해 전 세계 수요의 약 23.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전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는 700GWh에서 33%씩 증가해 2030년에는 4.7TWh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EU 전기차 배터리 공급도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EU의 적극적인 배터리 산업 육성으로 2022년 200GWh였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은 2030년에 1.25TWh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EU가 전 세계 배터리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11%에서 2030년에는 19%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EU는 배터리의 주요 원료인 리튬, 코발트, 흑연의 자급률이 각각 1%, 2%, 1%에 불과해 광물 대부분을 역외에서 조달하고 있다. 배터리 4대 소재의 생산 비중도 분리막 4.5%, 전해액 1.2%에 그치고 있고, 양극재와 음극재 비중도 미미한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 글로벌공급망분석센터 김희영 연구위원은 “EU의 배터리 공급망 중에서도 특히 광물, 소재, 장비, 분야는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여 성장 가능성이 높다”며, “2030년까지 EU 내 예정된 배터리 공장증설 프로젝트에 비해 EU내 배터리 장비업체 수가 매우 적어 배터리 3사를 비롯한 국내 배터리 장비 기업의 진출에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K배터리 3사의 EU 투자에는 중국 기업의 선전으로 점유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위기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력과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EU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어 K배터리 3사의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부상했다. 중국의 2021년 EU 시장점유율은 22.6%에서 2022년 34.0%로 상승한 반면 우리나라는 2021년 70.6%에서 2022년 63.5%로 하락했다.

특히 중국의 높은 가격경쟁력은 K배터리 3사에게는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LFP 배터리에 주력하고 있는 중국은 향후 NCM 분야에서도 부족한 기술력을 가격경쟁력으로 상쇄하면서 EU 내 시장점유율을 높여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국무역협회 글로벌공급망분석센터 김경훈 연구위원은 “NCM 배터리보다 20~30% 저렴한 LFP배터리는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및 소형 모빌리티, 저가형 전기차 시장 확대에 힘입어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중국의 배터리 제조 장비의 평균 가격은 한국의 약 80% 수준으로 배터리 완성품뿐만 아니라 장비시장도 중국 기업이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 기업들은 EU 시장 공략에 더 적극 나서고 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인 중국의 CATL은 지난해 12월 독일에 최초의 해외공장을 완공(14GWh 규모)했으며, 헝가리 데브레첸에도 100GWh 규모의 공장을 착공했다. 지난해 6월 20GWh 규모의 독일 괴팅겐 공장 가동을 시작한 고션 하이테크는 올해 9월 완공을 목표로 6GWh 규모의 공장을 추가 건설 중이다. 

김희영 연구위원은 “주요 완성차 OEM의 전략적 파트너 선정이 본격화될 향후 1~2년이 EU 배터리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결정적 시기가 될 것”이라며, “정부는 수출입은행 신용공여 한도 확대, 투자 세액 공제의 실효성 강화 등 우리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재원을 신속하게 마련할 수 있도록 가용한 정책자금을 최대한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권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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