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LNG연료탱크 소재 '9%니켈 후판', 포스코•현대제철 국산화 성공
포스코, 세계 최초 '극저온용 고망간강' 개발
현대제철의 '극저온 철강재 9%니켈강 후판'으로 제작된 LNG저장탱크가 탑재된 LNG선/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의 '극저온 철강재 9%니켈강 후판'으로 제작된 LNG저장탱크가 탑재된 LNG선/현대제철 제공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IMO(국제해사기구) 환경규제에 따른 친환경연료 추진선의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국내 조선업계는 2026년까지 슬롯(건조 공간)이 가득 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선주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국내 조선업은 LNG선 등 고부가가치선박에서 세계 1위로 도약했다. 이는 국내 조선업의 탄탄한 기술력과 철강업계의 고성능 소재 협력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LNG선 수주가 몰아치는 가운데 국내 조선소가 올해 하반기 카타르 LNG 발주에도 입찰할 수 있는 이유는 용접기술력 덕분이다. 국내 조선소는 주로 LNG운반선을 화물창과 선박을 일체화하는 '멤브레인형 화물창' 방식을 활용하는데 선박과 화물창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인력이 아닌 로봇을 활용해 용접하게 된다. 이는 단기간에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실현할 수 있어 매년 LNG운반선 약 50여척을 건조할 수 있다.

또한 선박 연료로 LNG를 활용할 경우 저장시설 내부를 -165℃ 아래로 유지해야 하는 등의 기술적 조건이 뒤따르는데 국내 철강업체들은 LNG연료탱크에 사용되는 '9%니켈 후판' 분야에서 후발주자임에도 전 세계와 견줄만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9%니켈강 후판'은 조선용, 육상 플랜트용 저장탱크 등 LNG연료 저장시설의 안정성을 위해 사용되는 초고성능 후판으로, -196℃의 극저온환경에서도 깨지지 않는 우수한 강도와 충격 인성(파괴되기 어려운 질기고, 강한 충격에 잘 견디는 성질)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고 용접 성능 또한 우수하다. 과거에는 일본 등 해외 철강사들만 생산할 수 있어 수입에 의존해왔으나, 1993년 포스코가 국산화에 최초로 성공한 이후 2021년 현대제철에서도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

특히 포스코는 지난 2018년 IMO(국제해사기구) '제100차 해사안전위원회(MSC)'에서 독자 개발한 고부가가치소재 '극저온용 고망간강'의 국제기술표준을 전 세계 최초로 승인받아 LNG선 저장•연료탱크분야에서 경쟁력을 한층 더 높였다.

IMO의 '가스연료추진선박기준 규정'에 따르면, 선박용 극저온 LNG 탱크에는 니켈합금강, 스테인리스강, 9%니켈강, 알루미늄합금 4종류만 사용하게 되어 있었지만, 망간(Mn)이 22.5~25.5% 포함된 '극저온용 고망간강' 또한 -196°C에서도 파손되지 않고, 기존 강재보다 인성과 인장 강도(극한 강도)에서 우수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고성능 신소재로 인정받게 되었다. 특히 기존에 주로 사용되던 소재의 원재료인 니켈(Ni), 알루미늄(AI) 등은 일부 국가에서만 생산돼 가격 변동성이 높고 공급량이 부족했지만, 망간은 기존 강재보다 30% 저렴한 가격과 풍부한 매장량으로 가격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제철 또한 지난 2021년 'LNG저장탱크용 극저온 철강재 9%니켈강 후판' 개발을 완료하고, 한국선급(KR), 미국선급협회(ABS), 노르웨이•독일선급(DNV) 등 글로벌 주요 9대 선급의 인증을 받아 국내 철강업의 기술력을 증명하였다. 특히 이번 제품은 국내 용접재료 제조사 현대종합금속과 협력해 용접재료의 전량 국산화에 성공한 사례로, 수입재 대비 30% 저렴하다. 현대제철은 주로 HD한국조선해양과 협력하는데 실례로 2021년 9월 현대중공업이 건조 중인 LNG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대형 연료탱크용 '9%니켈강'을 공급하였고, LNG벙커링선 저장탱크와 소형 연료탱크용 소재로도 공급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철강업계는 조선업계의 수요로 기술개발에 착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이번 '9%니켈강' 개발도 과거에는 일본에서 수입하여 사용했지만, 국가산업발전을 위해 조선업계와 협력한 결과물이다"라고 철강업과 조선업의 상생관계를 설명했다.

포스코가 지난 6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2023 국제선박전시회에서 영국 로이드 선급으로부터 대형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용 강재 인증을 수여받았다 / 포스코 제공
포스코가 지난 6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2023 국제선박전시회에서 영국 로이드 선급으로부터 대형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용 강재 인증을 수여받았다 / 포스코 제공

◆포스코, 대형 액화이산화탄소(LCO2) 운반선용 강재 개발...LR 인증 획득

조선업계가 탄소중립시대를 대비해 친환경 연료선 개발로 나아가며 철강업계도 미래 선박연료 연구개발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탄소포집 및 활용·저장(CCUS) 시장규모는 2020년 16억달러에서 2025년 35억달러로 약 2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또한 2050년에는 CCUS 기술의 탄소 감축 기여도가 약 18%로 예상되며 국내 철강·조선기업들이 시장선점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그중 포스코는 현대미포조선, 한국조선해양, 영국 로이드선급(LR), 라이베리아기국과 2025년까지 단계별 2만CBM(Cubic Meter) 이상의 액화이산화탄소(LCO2) 운반선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올해 6월 국내 최초로 대형 LCO2 운반선용 강재를 개발을 성공해 영국 로이드선급(LR)에 인증을 받았다.

LOC2 운반선은 CCUS 기술로 포집한 탄소를 액체화해 운송하는 선박으로, 저온 조건만 만족하면 액체상태로 운송할 수 있는 LNG·암모니아와 달리 이산화탄소는 일정한 압력까지 유지해야해 LCO2 저장탱크 대형화에는 고도의 철강기술력이 요구된다. 포스코가 개발한 'LT-FH36 강재'는 -55℃의 저온 환경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하며, 최대 50㎜ 두께까지 적용돼 향후 LCO2 대형 운반선 시장 확대에 따른 강재 수요 증가에서 국내 조선업계의 경쟁력을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우정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