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원산협, 8일 비대면 진료 정착 위한 심포지엄 개최
산·학계 "비대면 진료는 시대적 흐름" 제도화 촉구
의료계 "외국과 우리 실정 달라" 우려의 시선 여전
 '해외 원격의료 정책으로 본 국내 미래 의료 전망' 심포지엄 현장. /원산협 제공
'해외 원격의료 정책으로 본 국내 미래 의료 전망' 심포지엄 현장. /원산협 제공

[한스경제=양미정 기자] 지난 6월 1일 시작된 정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이달 말 계도기간 종료를 앞두고 산업·의료계 갈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산업계와 의료계는 물론 학계, 정치계가 한데 모여 비대면 진료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방안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이하 원산협)은 8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3층 다이아몬드홀에서 '해외 원격의료 정책으로 본 국내 미래 의료 전망'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원산협에 따르면 해당 심포지엄은 향후 비대면 진료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기획됐다. 지난 팬데믹 기간 비대면 진료의 효용성이 여러 차례 검증됐음에도 불구하고 제도화가 번번이 불발되자 마련된 자리다.

국내 산업, 학계, 의료 단체와 영국, 일본, 이스라엘 등에서 온 해외 연사들은 해당 심포지엄에서 국내 원격의료 도입방안과 미래 의료에 대해 전망했다.

행사는 개회사로 시작해 세션 1과 2로 이어졌다. 개회사에서는 박현애 한국원격의료학회장과 장지호 원산협회장, 조명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의원이 축사했다. 이들은 비대면 진료의 효용성과 시대적 흐름에 대해 발표하는 한편 국내 의료계와 산업계 간 갈등에 대해 언급했다. 또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위한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이후 이어진 세션 1은 △송태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제의료본부장의 '키워드로 본 국제 의료 트렌드와 한국의 현주소' △리사킴 메디컬 노트 마케팅 매니저의 '원격의료를 활용한 여성 건강관리' △안젤라 라비노비치 이스라엘 쉐바 아크 혁신 센터 최고사업책임자의 ‘국제적 디지털 전환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의료 혁신’ △조 키친 박사 영국 로열 버크셔 NHS 재단 ‘영국의 2023년도 원격의료 전망’으로 구성됐다.

또 세션 2는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의 ‘가치창출을 중심으로 고려한 한국 원격의료’ △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의 ‘미래 의료 시스템 변화와 원격의료 역할’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 회장 ‘비대면 진료가 성공하려면’ 순서로 진행됐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비대면 진료를 둘러싼 여러 어려움에 대해 토로하고 우리 현실에 맞는 제도화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장지호 원산협회장은 "이번 심포지엄은 비대면 진료를 3년 넘게 수행하며 얻은 데이터를 분석·평가하고 비대면 진료를 형성하는 각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기회의 장"이라며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진료는 국민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번 시범사업은 계도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제한적인 재진 기준 등으로 인해 우려와 한계점이 여러모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시범사업이 개선돼 국민들이 앞으로도 비대면 진료의 효용성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도 시대적 흐름인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촉구했다. 박현애 한국원격의료학회장은 "비대면 진료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최근 WHO 디지털헬스 컨설팅에 다녀왔는데 많은 외국인 참가자들이 IT강국 한국의 비대면 진료 난항을 두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국내에서도 하루빨리 비대면 진료를 둘러싼 갈등이 봉합되고 제도화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의료계는 아직까지 비대면 진료 제도화의 허점에 대해 우려했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비대면이라는 용어가 의사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 환자를 보고 진료한다는 의미에서 원격 진료가 보다 적절한 표현"이라며 "사실 대면 진료든 비대면 진료든 가장 중요한 가치는 안전이다. 외국과 사뭇 다른 우리나라의 의료제도에 원격의료를 대입하려면 우리 의료계 실정에 맞는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장은 "의료법과 건강보험법 때문에 의사들이 비대면 진료를 할 때 감당해야 할 현실적 어려움이 분명히 있다"며 "경증 질환자 초진 허용, 진료비 선불제와 비급여 적용 등이 선행돼야 해당 제도를 찬성하는 의료인이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포지엄 관계자는 "이번 심포지엄은 국내·외 비대면 진료 현황을 살펴본 뒤 산업, 의료계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자리"라며 "미래 의료 관점에서 향후 비대면 진료의 성공적인 안착을 아우르는 파트너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시범사업은 오는 8월 31일까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시행된다. 섬·벽지 거주자, 장애인 등 거동불편자, 격리 중인 감염병 확진 환자 등은 초진 비대면 진료도 가능하다. 사정상 병원에 방문할 수 없는 환자들이 전화 또는 플랫폼을 통해 진료 후 약까지 배송받을 수 있다.

양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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