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MUGF 해외 실적 상승, 선택과 집중 통해 국가별 전략 수립해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은행권이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시장을 떠나, 글로벌 영토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보다 세부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신흥국과 선진 금융시장을 나눠, 투 트랙(Two-track)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적극적인 공략을 위해선 국가별 기회요인과 위협요인을 면밀히 파악한 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들은 글로벌 금융환경 의 불확실성과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면서 그룹의 글로벌 이익 비중 확대 전략에 따라 해외 영토 확장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은행권은 성장잠재력이 높은 신흥국 시장지역에서는 리테일 네트워크 구축, 공급망 금융, 디지털 상품 등을 통해 입지를 다지고 있으며 선진국 시장에서는 IB(투자금융) 및 기업금융 위주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글로벌 사업을 KB금융의 미래성장을 주도할 핵심 비즈니스로 삼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론 글로벌 부문의 수익 기여도를 30% 이상 창출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흥국 시장지역에서는 △리테일 네트워크 구축 △공급망 금융 △디지털 상품 등을 통해 입지를 확대하는 한편, 선진 금융시장에서는 기업금융투자(CIB)·자본시장 업무 등을 중심으로 해외 포트폴리오의 지역적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신한은행은 아시아 시장에서 디지털 기반 사업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일본 현지법인인 SBJ은행의 경우, 디지털 컴퍼니를 구축하기 위해 클라우드 뱅킹 시스템을 기반으로 디지털 및 ICT 관련 신사업을 추진하는 자회사인 SBJ DNX를 설립했다. 또한 신한캄보디아은행은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 디지털 기반 리테일 비즈니스를 확대하는 동시에 현지 플랫폼사와 파트너십을 통해 다양한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에 반해 선진 금융시장에서는 IB 위주의 기업금융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해외유가증권 운용 등, 새로운 사업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고성장 시장'과 '선진 시장' 등으로 이원화한 글로벌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등의 고성장 시장에서는 비은행 부분을 중심으로 인수합병(M&A) 및 지분투자 확대를 통해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주/유로존 등 선진시장에서는 IB 및 기업금융 강화와 전략적 파트너와 제휴 등으로 영업확대를 통한 글로벌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금융 역시 지역별 맞춤형 성장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동남아 3대 법인인 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 등에서 디지털 플랫폼, 프리미어 전략 점포를 확대하는 등, 현지 영업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선진 시장인 유럽지역의 영업력 활성화를 위해 IB 및 지상사 영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적극적인 투자유치 정책을 펼치고 있는 미주지역 공략을 위해 미국법인과 뉴욕, LA 지점 영업 시너지를 확대하고 있다.
은행권이 글로벌 영토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해외수익을 기반으로 그룹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일본 미쓰비시UFJ파이낸셜 그룹(MUFG)의 글로벌 성공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MUFG는 지난해 저성장·저금리의 금융 환경에서도 해외시장을 기반으로 우수한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4%가 증가한 1조 3000만엔을 기록하며 경쟁사(SMFG:8000만엔·전년比 14%↑/Mizuho:6000만엔·전년比 4.7%↑)를 크게 상회했다.
해외 총영업이익 급증이 MUFG의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MUFG 은행 해외 총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1.3%가 증가한 1조엔을 기록했다. SMFG는 지난해 대비 17.8%가 증가한 8639억엔, Mizuho는 지난해보다 19.8%가 감소한 4941억엔에 그쳤다.
MUFG는 △성장성 △일본기업의 해외진출 규모 △금융시장의 경쟁 구도를 기준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가별로 서로 다른 전략을 수립했다.
경제발전에 따라 성장성이 우수하고 자국 기업진출을 통해 거점을 이미 마련해 제2의 모국시장(Mother Market)으로 선정한 태국,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지 대형 금융사를 인수해 종합금융서비스 체계를 구축했으며, 기업금융과 투자은행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시장 규모가 큰 지역(미국·아시아)에선 CIB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더불어 미래 수익성은 유망하지만, 일본의 해외진출 비중이 낮은 필리핀, 베트남에서는 현지 은행 지분매입, 비은행 금융사 인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소비자금융 시장에 대한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금융산업 발전 수준이 높아 성장성이 낮고 현지 주요은행의 규모가 큰 미국과 지역 포트폴리오가 겹치는 말레이시아에서는 소매금융 관련 보유지분을 매각하여 핵심 사업에 투자할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소매금융 자회사 MUFG Union Bank(MUB)의 지분 100%를 US Bancorp(USB)에 양도하고 현금 6223억엔과 USB 지분 2.9%를 취득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타 동남아시아 국가 대비 성장성이 낮다고 판단해 전략적 제휴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CIMB(말레이시아국제상업은행)의 지분 4.6%를 매각했다.
이경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국내금융그룹은 제2의 모국시장 발굴해 성장 한계를 극복한 MUFG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글로벌 진출 전략을 체계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익성이 높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비즈니스에서는 현지 기업과 전략적 제휴와 인수를 통해 유망 시장을 선점하고, 비대면 편의성 개선과 디지털 마케팅 강화로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주기적인 포트폴리오 점검을 진행하여 저성장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핵심 국가와 사업으로 역량을 결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성노 기자 sungro5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