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의원 10인 동의만 있으면 ‘의원법안’ 발의…졸속·부실 법안 가능성 있어
‘게임 셧다운제’·‘관세법 개정’…대표적 과잉·부실 사례
국회 내부서 ‘입법영향분석 제도’ 필요성 제기…19~21대 관련 개정안 발의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입법영향분석 제도, 연말까지 마무리할 것”
김진표 국회의장 “금년 정기국회서 제도 완전히 정비해야”
국회의사당 본청 전경. /김근현 기자

[한스경제=김동수 기자] 과도한 규제나 부실 입법을 방지하는 입법영향분석 제도가 21대 국회에서 도입될지 주목된다. 여당 원내대표뿐 아니라 국회의장까지 제도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 의원 10인 동의만 얻으면 법안 발의 절차…졸속·부실 문제 지적

입법영향분석이란 법률안이나 현행 법률이 국가와 사회, 개인에게 미치는 큰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제도다. 정부입법은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할 때 국무조정실의 규제영향분석을 거치지만 의원법안은 ‘의원 10인의 동의’만 있으면 특별한 절차 없이 발의할 수 있다.

현행 의원입법 절차는 신속하게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신중한 검토 없이 발의하는 경우 졸속·부실 법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의원들이 충분한 숙의 없이 졸속으로 발의하거나 과잉 규제를 담은 법안이 법으로 이어져 사회 혼란을 일으킨 사례도 있다. 지난 2011년 11월 도입된 ‘게임 셧다운제’가 대표적이다. 게임 셧다운제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자정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온라인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때문에 시대착오적인 규제로 비판받다 10년 만에 폐지됐다.

면세점 특허 기간을 단축한 관세법 개정도 마찬가지다. 2012년 11월 발의되고 이듬해 1월 공포된 관세법 개정은 특허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재심사에서 탈락한 면세점의 강한 민원 제기로 결국 미봉책으로 추가 선정까지 이뤄지는 등 업계에 혼란이 발생했다. 면세점 특허 기간 단축이 불러올 부작용이나 혼란 등에 대한 검토가 전혀 없었던 대표 사례로 꼽힌다.

◆ 입법영향분석 도입 필요성 지속 제기…윤재옥·김진표, 제도화 공감

의원입법에 입법영향분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19대 국회에서는 당시 새누리당 소속 유기준 의원과 민현준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를 분석기관으로 하는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20대 국회에서도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백재현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가 입법 영향분석을 실시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담아 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 다만 이들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제대로 된 심사조차 못 한 채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번 국회 역시 예외는 아니다. 21대 국회에는 의원입법에 입법영향분석을 제도화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 6건이 계류 중이다.

민주당 측에선 김태년 의원과 신정훈 의원이 관련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국민의힘 측에선 윤재옥 원내대표와 이종배 의원, 정경희 의원, 홍석준 의원이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임기 초인 2020년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꾸준히 관련 개정안이 발의된 만큼, 이를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은 21대 국회에서 가장 활발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법안을 발의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뿐 아니라 김진표 국회의장까지 입법영향분석 제도 도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더 좋은 법률 만들기를 위한 공동세미나’에 참석한 윤 원내대표와 김 의장은 입법영향분석 제도 도입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21대 국회 마지막 1년 동안 (입법영향분석 제도 도입을) 꼭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완벽한 균형을 잡아서 결론을 내는 법이 아닐지라도 연말까지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진표 의장은 올해 정기 국회에서 입법영향분석 제도를 정비해 22대 국회부터는 의원입법이 정부 입법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만드는 게 국회의장으로서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이미 국회에서도 국회사무처 법제팀과 입법조사처가 1년여를 두고 아주 구체적 분야까지 치밀하게 검토해 왔다”며 “지적된 문제들을 잘 보완해 금년 정기국회에서 제도를 완전히 정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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