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A380.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 A380. /사진=대한항공

[한스경제=성은숙 기자] 최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양사의 기업결합 승인 지연 관련해 우리 정부를 향한 아쉬운 목소리가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국내 항공산업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서는 빠른 결론이 필요한데, 양사의 기업결합에 힘을 실어주기에는 범정부적인 적극적인 지원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여러 번 드러냈다. 지난 5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례 총회를 계기로 마련된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합병문제 관련해 "우리는 여기에 100%를 걸었다"면서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킬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월에는 신년사를 통해 "올해가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큰 과제를 완수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앞서 대한항공은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의하고 2021년 1월 총 14개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터키, 대만, 싱가포르, 호주, 중국, 영국 등 11개국에서 기업결합심사를 완료 및 종결했다. 현재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3개 경쟁당국의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양사의 합병 과정은 순탄하지 않다. 지난달 17일(현지시간)에는 EU 집행위원회가 양사 기업결합이 유럽 일부 노선에서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담은 중간심사보고서(SO, Statement of Objection)를 발부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은 "SO 발행은 2단계 기업결합 심사 규정에 의거해 진행되는 통상적인 절차"라면서 "대한항공은 SO에 포함된 경쟁당국의 우려 사항을 해소할 수 있도록 답변서 제출 및 적극적인 시정조치 논의를 통해 최종 승인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달 18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 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여러 소식통을 인용, 미국 법무부(DOJ)가 미국과 한국 간 여객 및 화물 운송 경쟁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막기 위한 소송제기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한공은 "전혀 확정된 바 없으며, 미 매체가 소송 가능성을 제기한 것일 뿐"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기업결합 행보 막바지에 이러한 진통이 이어지자 급기야 합병 무산 우려까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수송보국'을 바탕으로 우리 항공산업 발전에 기여하고자 일부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수)을 반납하면서까지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대한항공 입장에선 답답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대한항공은 인수합병 승인을 받기 위해 현재까지 영국과 중국에서 슬롯을 포기했다. 영국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이 갖고 있던 슬롯 17개 중 7개를, 중국에서는 9개 슬롯을 내놨다. 슬롯은 항공사의 핵심 자산으로 여겨진다.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세계 10위권 글로벌 네트워크 항공사'로 도약을 내다보는 측면에서 대한항공이 슬롯을 계속 내어주는 건 우리 항공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조 회장이 합병 성사를 위해 무엇이든 포기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더 많은 슬롯을 반납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해 슬롯·운수권 재분배를 요구하며 양사 합병을 조건부 승인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정부가 자국 항공사 보호에 적극 나서기보다 다소 까다로운 심사 기준과 조건을 들이대 해외 경쟁 당국의 심사 과정마저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교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산하 저비용항공사들의 중장기적인 투자정책이나 경영정책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등 일부 잠재 경쟁력이 상실된 모습들은 장기화된 기업결합 문제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면서 "일부 슬롯이나 노선권 부분은 사전적으로 어느 정도 감수했고, 유럽연합이 강력한 조치를 하진 않을 것이라고 보는 측면에서 조 회장의 방법이 옳다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슬롯반납 등) 조금은 손해를 볼지언정 지연이 계속 되면 양사든 국익이든 절대 유리할 건 없다. 이러한 '빅딜'을 할 때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우리나라 항공사의 경쟁력 뿐만 아니라 자국민 보호 및 편익 등의 측면에서 대국적인 외교력으로 같이 대처할 필요가 있다 덧붙였다.  

성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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