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건축물 임차인 피해자, LH 공공매입도 불가능해”
전문가 “최저주거기준 등 주택임대 위한 기준 부재해”
[한스경제=박수연 기자] “임대인은 불법건축으로 대출금이 안 나오자 한 개의 부동산에 두 개의 계약서를 쓰도록 권유했습니다. 부동산은 보증보험을 들 수 있게 협조해달라는 요청에, 불법건축물이라 가입이 불가함을 알면서도 설명도 없이 특약사항에만 추가하고, 요청하는 특약사항에서 일정 단어와 글자를 빼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속였습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그걸 빌미로 ‘계약해지가 어렵다’며 세입자의 책임으로만 물었습니다.
부동산은 제 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법적인 안전조치를 다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작정하고 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 앞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해당 내용은 13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주최한 ‘불법건축물⨯전세사기 국회토론회’에서 불법건축물 전세사기 피해자가 밝힌 사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불법건축물에서 발생하는 전세사기 피해가 큼에도 불구하고 ‘불법건축물 임대’가 만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이유를 분석하고 피해 예방을 위한 제도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심상정 의원은 토론회에 앞서 “지난 5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이 통과됐지만 결론적으로는 반쪽자리 특별법이라고 전국 피해자대책위원회는 평가했다”며 “특별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정부여당과 가장 크게 거리를 느낀 것은 깡통전세와 전세사기를 바라보는 인식이었다. 주거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전세사기를 정책실패가 아닌 사기범죄의 하나로 치부했다”고 비판했다.
심 의원은 근생빌라 등 불법건축물 임차인들의 전세사기 피해가 더 크다고 했다. 그는 “불법건축물이라 임차인들로서는 우선매수가 부담이었고 LH 공공매입도 불가능했다”며 “애초에 집이 아닌 곳을 임대할 수 있도록 했던 기존의 제도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불법건축물이나 최저주거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공간은 집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전세사기로 다시 한 번 불법건축물에 대한 피해가 부각된 만큼 관련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근생빌라’ 등 불법건축물…“영리적 배경 깔려”
우리나라 불법건축물의 주요유형으로는 △무단용도변경과 △불법증개축이 있다. 무단용도변경의 대표적 예시가 ‘근생빌라’로 해당 건축물은 근린생활시설, 주차장·창고 등 비주거용 건축물을 무단용도 변경을 통해 주택으로 공급하는 빌라다.
발제를 맡은 윤성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런 무단용도 변경을 하는 이유는 결국 돈이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방 쪼개기, 건물증축 등 불법증개축 역시 영리적인 배경이 깔려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부분에 대해서 우리나라에선 시정명령과 이행강제금 부과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단속이 돼야 조치가 이뤄지는데, 단속과 적발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행강제금 역시 (불법건축물로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부족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윤 부연구위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주거기준을 고려하는 등 주택임대를 위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프랑스의 경우 임대인이 적당한 주거지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는데, △유지보수의 의무 △평온하게 사용하도록 보장할 의무 △조경 수준 보장 의무 등이 있다.
미국은 ‘통일주택임대차법’에 따라 총 22개의 주에서 △건강 및 안전관련 규정준수 △전기·난방·온수·폐기물 등 기본 설비 제공의무 △유지 및 보수 의무 등을 임대인의 의무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차임공제, 손해배상, 계약해지 등을 명시하고 있다.
아일랜드 역시 △구조적 안전 △온수·냉수 제공 △환기·난방 △가전제품의 안전 △전기·가스·수도 △소화기 및 경보시스템 △마당 등 기준이 법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세입자는 주거환경이 열악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지역당국(RTB)에 점검을 요청할 수 있다.
윤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역시 민법에서 정하고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있지만 사적계약의 영역에 국한되어 있는 만큼 최소한의 물리적·환경적 기준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주택임대차를 위한 기준에는 △임대주택의 질적 상태 △보증금 반환능력이 부족한 임대인에 대한 규정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수연 기자 ddunip@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