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성은숙 기자] 출판업계가 기후위기 시대에 출판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포럼 참석자들은 친환경적인 출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 50주년홀에서 '탄소제로와 종이책의 미래'를 주제로 '2023 제2회 열린포럼'을 열었다.
이번 포럼에서는 최원형 환경생태 작가와 김준수 클라우드나인 해외기획실장이 발제를 맡았다. 또 김보은 어라우드랩 대표, 성기태 한국제지연합회 본부장, 이하규 에디시옹 장물랭 출판사 대표, 장수정 데일리안 기자가 토론 패널로 참석했다.
이날 최원형 작가는 종이와 전자책의 친환경성 논란을 살펴보고, 에코 퍼블리싱(Eco Publishing, 친환경 출판) 활성화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최 작가는 △출간을 위한 텀블벅 △POD 출판(주문형 출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가이던스 역할 등을 제안했다. 또 에코 퍼블리싱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출판사의 실천은 물론 시스템의 전환과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준수 실장은 펭귄랜덤하우스 등 영미 출판계의 동향을 톺았다. 그는 "에코 퍼블리싱을 고민하는 회사나 에디터들이 정리한 '에코 퍼블리싱의 12가지 조건'이 있다"면서 "(영미 출판계는) 이러한 12가지 기준을 얘기할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와 많이 다른 점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이 인용한 '에코 퍼블리싱의 12가지 조건'은 △현지생산 △100% 재활용 및 FSC 인증 용지 사용 △책의 탄소 발자국 계산 △에코디자인 △기업 내 환경 관리 △친환경 잉크 및 토너 사용 △오프셋 인쇄 또는 디지털 인쇄 △환경영향을 최소화하는 전자장치로서 독서 △인쇄 플레이트 및 마감 △불필요한 재고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 △쉽게 복사해 책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도록 덜 제한적인 라이센스 사용 △재생가능한 차원에서 에너지 소비 등을 내용으로 한다.
◆ 에코 퍼블리싱 어려움 토로…"사회 전반 인식 변화 필요해"
이어진 토론은 '종이책은 정말 환경 파괴적일까'를 주제로 진행됐다. 패널들은 에코 퍼블리싱, 탄소저감을 위한 각자의 노력을 공유하며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환경을 위한 디자인을 만드는 그린디자인스튜디오 '어라우드랩'의 김보은 대표는 디자이너로서 고민했던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보은 대표는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낸 것들에 대해서는 스스로 환경적 책임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며 "내가 만들고 있는 이 책이 어떤 공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정확히 알고 있으면 좋겠고, 가능하다면 그 공정을 직접 눈으로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고품질의 재생종이를 구하는 게 쉽지 않은 현실을 지적했다.
성기태 한국제지연합회 본부장은 종이에 대한 오해를 해명하는 한편 종이책에 사용 가능한 '친환경 종이' 개발과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하규 에디시옹 장물랭 출판사 대표는 실제로 책을 제작하는 단계에서 적용할 수 있는 여러 친환경적인 기법들을 소개했다. 이하규 대표는 "친환경 쪽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출판계라던가 일반 독자였다"며 "산업계는 굉장히, 부단히, 많이 노력해왔고 여러 가지 기술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조금 더 관심 가지고 하나하나 익혀가면서 쓴다면 얼마든지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수정 데일리안 기자는 "친환경 출판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전 분야 특히 독자들까지도 같이 노력해주는 시점이 된 것 같다고 본다"며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를 강조했다.
한편 현장을 찾은 청중 사이에서 제도 및 관리, 비용, 소비자 인식 등의 이유로 에코 퍼블리싱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출판사에서 인쇄담당 업무를 맡고 있다고 밝힌 청중은 "재생용지를 하는 많은 고객들이 요청하는 건 '고품질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소비자 인식 개선이 안된 상황이라서"라면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홍보해준다면 친환경적으로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성은숙 기자 functio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