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오염수 전문가 이구동성 "국경을 초월할 것"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야당 의원들이 주최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긴급토론회에서 각국 전문가들은 오염수 방류는 현 세대부터 미래 세대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라 경고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병훈 위원장과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재정 의원은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후쿠시마 사고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국제법적 쟁점과 대응과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 앞서 소병훈 의원은 “제대로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가 수산물과 해양 생태계는 물론, 이를 소비하는 국민의 건강까지 해칠 위험이 매우 크다. 삼중수소가 체내에 쌓이면 유전자 변이와 생식기 손상 등 인류의 존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물학자들은 설명하고 있다”며 “국제법적 제소 방안을 제안한 바 있으나, 어떠한 조치도 없는 실정이다.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해 오염수 투기를 막겠다”고 밝혔다.
이재정 의원은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절차와 과정에서 국민을 설득하고 때로는 부족한 점을 되짚어서 국민 대신해 국제사회에 목소리를 내야 할 정부가 보이지 않는다"며 "이제 국제해사기구(IMO)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태평양 도서국과의 연대를 통해서 해결할 방법 없는지 모색하려 한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깜짝 손님도 방문했다. 앤드류 솔로몬 나푸아트 바누아투공화국 국회의원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국제적 연대에 동참하기 위해 특별연설을 했다.
그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태평양 도서국 중 하나인 바누아투 공화국 출신이다. "해양에 의존해 살아가는 태평양도서국에게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태평양 전역의 국회의원들이 함께 일본에 방사능 오염수 해양투기를 재고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라며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독립적인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고, 그들이 직접 자체평가를 수행해 오염수가 안전함을 보증하기 전까지는 오염수를 방류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유엔해양법협약’에 대해 발제에 나선 최지현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본의 오염수 해양 투기는 유엔해양법협약 제192조와 194조 위반이다”라고 경고했다.
이 협약은 한국과 일본 등 세계 167개국이 가입돼 있다. 국가관할권을 벗어난 지역이나 다른 국가에 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하는 국가적 의무를 명시하고, 국가들이 국경을 초월하는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사전 예방조치로서 ‘포괄적 환경영향평가(EIA)’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이 법에서 요구하는 EIA를 실시하지 않고, 평가내용과 범위가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방사선 영향평가(RIA)’로 때우려 하고 있다.
최지현 교수는 지난 2016년 필리핀·중국 간 남중국해 사건을 사례로 들어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당시 중재재판소는 해당 해역이 필리핀 해역이라고 정하진 않았지만, 중국이 폭발적으로 어업 활동을 했다고 위헌 판정을 내렸다”며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일본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국 바다가 오염수로 오염됐다는 증거를 대라’고 하면 우리는 ‘우리나라 바다만이 아니라 전 세계 해양이 오염될 수 있기에 소송을 제기한다’고 얘기할 명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일본을 상대로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서 어떤 국가적 입장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한 방울에 오염수도 배출하는 것 자체를 우리나라의 입장일 것이냐, 아니면 안정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경우에만 오염수를 배출시킬 수 있도록 할 것이냐는 국가적 목적에 따라 청구의 취지는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버트 리치몬드 하와이대학교 해양학과 교수는 삼중수소 등이 다핵종제거장치(ALPS)를 통해 완전하게 걸러지지 않고 체내에 축적되면 유전학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모른다고 경계했다.
그는 "삼중수소는 아직 배워야 할 사항들이 많다. 잘 설계된 과학 연구를 보면 대체로 '예측가능했다'는 게 핵심이다. 기후변화, 수온상승 문제도 그렇지만 미세 플라스틱도 문제가 되는 상황이다. 해양의 건강성이 전반적으로 악화돼 가고 있는데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건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어니 건더슨 페어윈드 수석엔지니어는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삼중수소의 경우 체외의 경우 문제 없지만, 체내의 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다. 탄소와 결합하면 유기적 탄소 물질로 변할 수 있다. 삼중수소는 체내에서 50일 정도 있다가 빠져나가지만 유기적 탄소 물질은 수년간 잔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매기 건더슨 전 원자력 산업 대변인은 "후쿠시마 인근에 토지는 오염된 땅이기에 사람이 거주할 수 없다. 일본은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 대신 그 땅에 오염수 저장탱크를 두고 보관하면 된다"며 "그러나 도쿄전력은 이런 대안이 있음에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김호진 기자 hoo100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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