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 "이제 기금 만들어야"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과학자들이 선진국에 개발도상국을 위한 '손실과 피해' 기금을 모으라는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기후 위기에 책임이 더 큰 부유한 국가들이 개도국의 자연에 초래한 손실과 피해에 대해 비용을 내야한다는 것이다.
'손실과 피해'는 지난해 COP27(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된 사안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채택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당사국총회 정식 의제화된 항목으로, 당시 총회에 참석한 국가들은 가난한 국가에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기금에 동의했다. 기후위기의 영향에 더 취약한 국가들에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에 합의한 것이다. 다만 '손실과 피해'의 범위와 보상 방안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과학자들은 이제 기금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네이처 생태학과 진화'에 실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이들은 "세계 생물다양성 손실은 부유국 국민들의 소비로 인해 불균형적으로 발생했다"며 "기후 파괴에 관한 국제 협약에서 익숙한 '손실 및 피해' 개념은 남반구 국가의 생물다양성 손실 효과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후위기와 마찬가지로 생태계 파괴는 사회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부유한 국가들의 광업, 농업 및 삼림 벌채의 확대 등으로 인해 가난한 국가의 사람들은 천연 자원을 잃게 되면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마저도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문화적 가치까지 상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학자들은 "유럽의 소비자들을 위해 서아프리카에서 EU 선단이 남획하는 것이 예 중 하나"라며 "수입과 식량을 위해 어류에 의존하는 지역 사회에 상당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빈곤, 실업, 건강·사회적 스트레스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최근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농작물, 가축 및 목재 상품의 국내 소비가 3만5977헥타르의 열대 삼림 벌채와 관련이 있다.
아울러 "생물다양성 손실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그 영향을 처리하는 데 추가 지원이 필요한 것은 가장 취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이라며 "이것이 문제다. 기후 변화와 관련이 없고 현재 고려되지 않은 추가 손실과 피해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오염자 부담' 원칙과 '소비자 부담'원칙을 강조했다. 오염자 부담이란 오염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인간의 건강과 환경의 피해를 줄이는 데 사용되는 비용을 부담해야한다는 개념이다. 반면 소비자 부담은 목재·육류 등 천연 자원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그 영향에 대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생물다양성에 대해서는 '소비자 부담'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논의가 필요하며, '소비자 부담' 원칙이 '오염자 부담'과 같은 방식으로 유효한 원칙인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는 부유한 국가들이 생물다양성 손실을 중단하고 되돌리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데 동의만 했을뿐 역사적 손실에 대한 보상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생물다양성 손실 문제는 향후 기후 변화 논의를 이어야할 사안"이라며 "우리는 종과 아름다운 열대우림 등의 손실이 사회적 영향에 미치는 것과 사람들에게 실제로 의미하는 바를 충분히 생각하지 않는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어 "생물다양성 손실은 환경 문제 못지 않게 중요한 사회 문제이자 개발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라진 기자 jiny3410@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