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평가과정 전반 내부통제 기준 마련 
자문서비스·계열회사 업무간 이해상충 방지 
ESG데이터 수집방법·평가결과 투명하게 공개 
김윤 K-ESG 얼라이언스 의장이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6차 K-ESG 얼라이언스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윤 K-ESG 얼라이언스 의장이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6차 K-ESG 얼라이언스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그간 ESG 평가기관별로 평가결과가 상이해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반영해 국내 주요 ESG평가기관 3개사(社)가 'ESG 평가기관 가이던스'를 마련했다. 평가업무 수행시 필요한 절차·기준 등에 대한 모범규준(Best Practice)을 제시해 평가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24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ESG 평가시장의 투명성‧신뢰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정부·한국거래소·자본시장연구원의 지원 하에 국내 주요 ESG평가기관 3개사(한국ESG기준원·한국ESG연구소·서스틴베스트)가 자율규제로 'ESG 평가기관 가이던스'를 마련해 운영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번 방안은 지난달 13일 열린 정책 세미나와 같은 달 27일 열린 제2차 ESG 금융 추진단 회의, 이달 24일 열린 민관합동 ESG 정책협의회에서 있었던 논의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마련됐다. 

ESG 평가(Ratings)란 기업의 ESG 활동의 성과를 평가하는 것으로, 투자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마치 신용평가가 주로 기업의 재무적 위험을 평가해 기업의 가치 산정에 반영하는 것처럼, ESG 평가는 환경(E)·사회(S)·지배구조(G)와 같은 비재무적 요인들을 기업의 가치평가에 고려한다. 

최근 ESG 투자가 활성화되고, 금융시장에서 ESG 평가등급의 활용도가 증가함에 따라 ESG 평가기관의 역할과 중요성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ESG 평가결과의 신뢰성과 평가 프로세스의 투명성 등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ESG 평가기관별로 평가결과가 상이해 그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 

물론, ESG 자체가 가치판단적 요소를 지니고 있고, 평가기관별로 평가지표·가중치 등 평가모델이 다르기 때문에 평가결과의 차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러나 ESG 평가 등급의 과도한 차이(divergence)는 기업의 ESG 경영 활동에 대한 엇갈린 신호(mixed signal)로 작용해 결과적으로 기업의 ESG 성과개선의 동기를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또, 평가 결과의 차이가 △ESG 평가기관과 기업 간 이해상충 가능성 △ESG 평가체계에 대한 정보공개 부족 등 문제와 결합될 경우, ESG 평가시장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약화시키고 평가시장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IOSCO(국제증권관리위원회기구)·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 국제기구들은 ESG 평가기관에 대해 투명성 강화 및 이해상충 방지 장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각 국 정부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일 것을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한국거래소·자본시장연구원의 지원 하에 국내 주요 ESG평가기관 3개사는 '자율규제'로 'ESG 평가기관 가이던스'를 마련했다. 구체적인 평가방법을 규율하는 것이 아닌, 평가업무 수행시 필요한 절차‧기준 등에 대한 모범규준을 제시하고자 하는 목적이다. 

금융위·한국거래소·자본시장연구원은 옵저버(관찰자)로 참여한다. 'ESG평가기관협의체'를 구성해 자율규제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자율규제의 경우 구속력이 제한될 수 있는 만큼 내실있는 운영을 위한 보완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각 평가기관은 자사의 가이던스 이행현황을 공시하며, 협의체 또는 거래소가 정기적으로 평가기관의 가이던스 이행현황 등을 비교‧분석해 언론에 공개할 계획이다. 

각 ESG 평가기관은 가이던스 참여 여부를 자율적으로 천명하고, 원칙준수‧예외설명(Comply or Explain) 방식으로 참여한다. 국내시장이 아직 발전 초기단계라는 점 등을 감안해 신용평가 규제 등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의 규율방식을 택했다. 

가이던스는 총 6개의 장, 21개의 조문으로 구성됐다.  

제1장은 총칙으로 동 가이던스의 목적과 적용 방식 등을 규율한다. 제2장은 준법감시인의 지정 등 준법감시체제를 구축하고 이해상충방지 등 내용을 담은 내부통제체제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제3장은 평가기관이 객관적이고 검증 가능한 데이터에 근거해 평가하도록 하며, 평가과정에서 취득한 비공개정보를 대외비로 관리하고 임직원이 남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제4장은 ESG 평가방법론 및 기업별 ESG 평가등급·평가점수 등 평가결과를 공개하도록 하며, 정보공개시 인터넷 홈페이지 등 정보접근성이 높은 방식을 이용할 것을 요구한다. 

제5장은 기관 내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는 업무‧인력을 분리하고, 계열회사의 업무와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정책을 수립‧운영하며, 이해관계가 있는 회사와 관련된 잠재적인 이해상충의 관리의무도 부여한다. 

제6장은 평가대상기업에 대한 불공정행위 및 금푸 수수 등을 금지하며, 평가등급 확정 전 평가대상기업에 수집데이터 내용 등을 통보하고 사실오류가 있는 경우 설명기회를 부여하는 등 평가대상기업과의 관계를 규율한다. 

'ESG 평가기관 가이던스'는 각 평가기관의 가이던스 준수를 위한 준비절차 등을 감안해 약 3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9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내년까지 가이던스를 운영한 이후, 2025년부터는 가이던스의 역할·활용도·국제동향 등을 참고해 진입규제·행위규제 등 법제화도 검토할 계획이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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