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美·ISSB 등 글로벌 ESG 공시 마련에 국내 기업 영향 있어"
의무화 대상과 일정 구체화·국내 여건 반영한 공시기준· 시기 명확화 등 필요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해외 주요국과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와 같은 국제기구에서는 ESG공시 기준 마련을 위한 논의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와 같은 글로벌 추세에 효과적으로 댕응하고 기업과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ESG 공시제도를 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2일 열린 '뉴노멀 대응전략: ESG공시와 퇴직연금제도 개선' 공개세미나에 참석해 이와 같이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ESG 공시 바람이 불고 있다. EU와 미국 등 주요국은 저탄소 사회로 전환을 위해 기업들의 ESG 공시 의무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이상의 상장사 중심으로 ESG공시를 단계적 의무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시 의무화 대상 기업 공시 항목 기준 등과 같은 세부적 내용은 정해진 바 없지만, 금융위는 올해 3분기내 세부 내용을 포함한 '국내 ESG 공시제도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김 부위원장은 발표 계획과 함께 △의무화 대상 기업 구체화 △국내 여건 고려한 기준 마련 △신뢰 제고 위한 검증체계 마련 등을 로드맵에 포함할 것이라고 말했다.
◆EU·미국·ISSB 등 글로벌 ESG 공시..."국내 기업도 선택 아닌 필수"
윤재숙 한국거래소 ESG지원부장은 '글로벌 ESG 공시 논의 동향 및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EU·미국·ISSB 등 글로벌 ESG 공시 규율 및 공시 기준 동향에 대해 소개했다.
EU는 기존 ESG 공시지침인 NFRD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CSRD를 제정했고, CSRD 지침을 구체화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인 ESRS 제정을 추진 중이며, 올 6월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는 2025년부터는 일정규모 이상 EU 상장기업에 적용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발표된 ESRS 기준에서 공통기준 2개 및 주제별 산업무관 공시기준 10개가 제시됐다. 산업별 공시 기준은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2024년부터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기후 관련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앞서 SEC(증권거래위원회)는 기후 관련 리스크 정보 제공을 위한 공시 의무화를 지난해 3월 발표했다. 기존에도 공시의무는 있었지만, 공시대상 정보 등을 기업 자율에 맡겨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있었다. 특히 '기후 변화 리스크 공시 가이던스'가 2010년 발표됐지만 이 역시 강제성이 없었다.
ISSB는 오는 6월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IOSCO(국제증권관리위원회기구), FSB(금융안정위원회), WEF(세계경제포럼), G20 등이 지지하는 등 글로벌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선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ISSB는 지속가능성 기준제정과 관련해 △투자자 중심 △환경·기후 우선 집중 △글로벌 기준선(베이스라인) 접근법 △기존 표준과의 연대 강화 등 4가지 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윤 부장은 "투자자 중심의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투자자 이외의 지역 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GRI 등의 금지 기준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글로벌 공시 기준은 기업의 공급, 판매망에 속한 국내 기업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윤 부장은 "유럽 및 미국 등의 공시 의무 추진 현황을 볼 때, 국내 기업에도 ESG 공시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배출·인권 문제 등 일부 공시상항의 경우 공시 대상 기업뿐만 아니라 종속기업 및 가치사슬 내 협력업체 등 공급·판매망 기업 관련 사항에 대해서도 공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부장은 "EU는 역내 일정규모 이상의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 등은 국내 기업이라도 단계적으로 EU 공시 규제 준수가 필요할 것이다. 미국은 국내 기업이 미국에 상장된 경우,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SEC 기후공시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스코프3(간접 배출) 등은 공급 판매망에 속한 국내기업에도 간접영향이 미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 기업의 ESG 공시 지원책 마련과 글로벌 스탠다드 지향이 필요하다. 다만 윤 부장은 "실제 현장에서 기업들은 ESG 공시 전문 인력 부족 등으로 공시 작성에 있어 외부 컨설팅 기관을 다소 사용 중이다. 보고서 작성에도 실무 가이드 라인이나 글로벌 공시 기준 등의 자료 부족으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 경제·산업 여건·기업 부담을 균형있게 고려한 국내 ESG 공시 기준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ESG 공시 의무화에 "코스탁 5000억원 이상 기업 추가·일정 세분화 등 제안"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ESG 공시제도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를 통해, 2025년부터 시행 예정인 국내 상장사의 ESG 공시 의무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이 위원은 ESG 공시에 대해 "명쾌한 정답이 없다. 가치판단이 중요하다. 최적 수준의 합의점 도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탈세계화·탈탄소화·인구구조 변화로 ESG 정보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국내 ESG 공시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시 의무화 대상·일정 구체화 △국제정합성과 국내 여건을 종합적 반영한 국내 ESG 공시기준 마련 △공시 시기의 명확화 △제3자 검증과 관련한 규율체계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해야할 인프라는 다소 미흡하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도 최근에서야 이행 계획을 구체화하는 단계"라며 "그만큼 ESG 공시 의무화 일정 역시 상당한 구체화가 필요하다. 따라서 우선 국제정합성과 이해관계자 수요를 고려한 기존 계획의 확대와 구체화해야한다. 다만 아직 정책적 효과를 예상할 수 있을 만큼의 해외 사례나 실증적 근거 자료가 축적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후 검증이 가능한 제도가 설계돼야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지속가능보고서 발간은 2조원 이상 상장사 대부분이 발간 중이다. 이에 대해 이 위원은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의 상대적 품질은 높지만 절대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상당 부분 변화가 필요하다. 의무화 대상·수준 등을 급격하게 높이기보다 순차적으로, 점진적인 확대 방안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안에서 코스닥 5000억원 이상 기업을 추가하고, 의무화 일정도 자산 구간별로 세분화하는 안을 제안한다. 공시 체계도 단계적으로 법정 공시 체계로 전환하는 안"이라며 " 스코프3는 데이터 가용성에 대한 이슈가 아직 있기 때문에 4년 정도 충분한 유예 기한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위원은 공시 기준에 대해서도 제언했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기업들은 여러 국제 기준들을 자발적으로 선별적 활용 중이다. 국제 정확성에 부합하는 기준에 대한 수요는 높지만 우리나라 여건과 소규모 기업의 역량에 맞는지는 미지수다.
이 위원은 "우리나라만의 통일된 기준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꾸준히 있다. 이를 고려해 KSSB(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기준으로 일원화하되, 기준 내 핵심사항을 다루는 간소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거래소 공시 단계에서는 재무적 중요성이 보편화되거나 기후 같은 분야를 핵심사항으로 하는 간소화 기준을 활용하고, 법정 공시 단계에서는 ISSB 기준을 기반으로 세부적 사항까지 KSSB 기준을 확대 적용애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위원은 "KSSB 기준 내 ISSB 기준을 전면 포함해 의무화할지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를 사업 보고서 제출일 기준으로 5개월 시차를 허용하자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대기업들도 발간을 6월 이전으로 앞당기기에는 힘들다. 5개월 시차를 두되 8월에는 모든 공시가 이뤄지도록 명화히 하자"고 말했다.
그밖에도 제3자 인증의 구체화도 제안했다. 이 위원은 "정보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고품질의 인증이 필요하다. 다만 국내는 결산 시기가 12월에 편중돼 수급적 요인 때문에 인증 품질이 떨어지고 보수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른 관리 감독체계를 확립하고 제한적 확신 수준에서 순차적으로 인증 의무를 부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은 "ESG 공시 강화를 한다면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이슈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환경부 중심으로 녹색투자 비용과 녹색 매출 비중을 공시하게끔 하자라는 움직임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 여러 법령상 특히 여러 부처에 정보 공개 제도상 중복 요소들이 있다"며 "거래소 공시 체계, 법정 공시 체제로 연계 통합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기업들의 중복 공시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라진 기자 jiny3410@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