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빈국 일본, 석유·가스 자원개발률 2021년 40.1%, 한국 10.7% 그쳐
2022년 배터리 광물 대중 의존도…코발트, 한국 72.8% 일본 14.9%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유럽의 핵심원자재법 등으로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가 사업의 필수 전략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특히 일본의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원개발 관련 한일 비교 분석 결과’를 16일 발표하고, “일본의 사례처럼 자금·기술개발 지원 등 정부의 꾸준한 지원 속에 민간과 협력해 안정적인 자원 공급망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자원 빈국으로 석유, 천연가스, 광물 등 자원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다. 이에 20세기 초부터 해외자원개발에 나서기 시작해 2005년을 전후해서는 범정부 차원에서 자원 확보전략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9년 23.1%에 머물렀던 일본의 석유·가스 자원개발률은 2019년 34.7%, 2021년에는 40.1%에 달했다. 일본 정부의 자원개발률 목표는 2030년 50%, 2040년 60%다.
반면 2021년 우리나라 석유·가스 자원개발률은 10.7%에 머물러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8위의 에너지 소비국으로, 에너지·자원 소비량의 약 92.8%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에너지·자원 수입에 지출된 비용은 1,372억 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22.3%에 달하는 규모다.
전경련 관계자는 “2020년 기준 일본의 유연탄, 우라늄, 철, 동, 아연, 니켈 등 6대 전략 광종의 자원개발률도 76%로 우리나라의 28%보다 현저히 높은 상황”이라며, “같은 자원 빈국이지만 일본은 부족한 자원을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개발·생산하며 자국 물량으로 확보하고 있어 공급망 다변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참고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개별 기업 중심 시스템에서 민관 협력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일본의 해외자원개발 중심에는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과 종합상사가 있다. JOGMEC은 2004년 2월에 출범한 자원개발 전문 독립행정법인으로, 최대 75% 출자·채무보증 등 자금 지원과 지질탐사 등 기술·정보 지원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민간에서는 미쓰이 물산, 이토추 상사 등 일본의 대표적인 종합상사들이 각자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정보, 신규시장 개척 기능 등을 활용해 제3국에서의 자원 및 에너지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JOGMEC이 종합상사와 합작해 해외 자원확보에 나선 대표적인 사례로 미쓰이 물산과 소지츠 상사가 있다. JOGMEC은 2019년 미쓰이 물산이 참여한 모잠비크 LNG 개발 사업을 위해 1,250억엔을 출자했으며, 2020년에는 추가로 14억 4,000만달러를 완공 보증했다. 러시아 북극-2 LNG 개발사업에는 2,900억엔을 출자하고 450억엔의 채무보증도 지원했다. 2011년 소지츠 상사와 공동으로 호주 희토류 기업 라이너스에 2억 5,000만달러 투자계약을 맺었고, 2022년에는 900만달러를 투자다. 올해 3월에는 약 2억 호주 달러(1억3,470만달러)를 추가 투자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주목받고 있는 수소 및 암모니아 공급망 구축과 관련해서도 JOGMEC과 종합상사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이토추 상사는 러시아 이르쿠츠크 석유공사(IOC)의 플랜트에서 수소를 분리한 후, 암모니아 형태로 일본으로 수송해 연료로 사용하는 프로젝트의 실증시험을 2020년 12월에 실시했다. 미쓰비시 상사는 인도네시아에서, 미쓰이 물산은 서호주에서 암모니아 생산 및 공급망 구축을 위한 공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모두 JOGMEC과 공동으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다.
전경련 관계자는 “반면 JOGMEC과 비슷한 성격의 한국광해광업공단은 해외자원개발 기능이 사실상 사라졌고, 민간이 해외자원개발 사업 추진 시 정부로부터 사업비 일부를 대출받을 수 있는 특별융자 비율은 2012년 최대 90%에서 2022년 30%로 대폭 감소했다”며, “현재는 자원개발이 위축된 가운데 포스코, LG에너지솔루션 등 기업이 개별적으로 움직여 아르헨티나, 호주 등에서 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코발트, 희토류 등 배터리 핵심 광물 대중 의존도 낮춰야
현재 우리 기업에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가속화로 동맹국 중심으로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한국은 배터리 핵심 광물 상당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2022년 기준 대중 의존도는 코발트 72.8%, 희토류 85.7%, 리튬 87.9%, 흑연 94.0%다.
반면 일본은 코발트 수입의 대중의존도를 2018년 23.0%에서 2022년 14.9%까지 낮췄다. 희토류는 지난 2018년 36.2%에서 2022년 59.1%로 대폭 상승했지만, 우리나라의 85.7%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2022년 리튬과 흑연의 대중의존도는 각각 88.5%, 89.6%다.
현재 일본은 14개국이 참여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내 공급망 분야에서 미국·유럽과 연례 핵심광물 포럼 등 국제적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핵심광물 가치사슬을 구축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 2월 ‘핵심광물 확보전략’을 발표하고 공급망 안정화에 나섰다. 광산개발 시설·수입 자금 등에 대해 여신·보험을 지원하고 2013년 일몰한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재도입, 개발 실패 시 손금 인정 범위 확대·해외 자회사 배당금 세 부담 완화를 추진한다. 또한 민간기업 주도의 해외자원개발 활성화를 위해 위험성이 높고 전문성이 필요한 탐사를 공공기관이 선제적으로 추진한다. 나아가 글로벌 공개 프로젝트와 다자협력체 제안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공공기관이 1차적으로 사업타당성을 평가한 후, 유망사업의 경우, 민간기업 투자로 연계를 추진한다.
전경련 추광호 경제산업본부장은 “우리나라 주력산업인 이차전지 산업은 원재료 확보가 중요한데, 자원개발은 장기간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실패 위험이 크고, 때로는 자원보유국이 자원 안보를 이유로 반출을 제한하기도 해서 민간기업만의 힘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일본의 사례처럼 자금·기술개발 지원 등 정부의 꾸준한 지원 속에 민간과 협력해 안정적인 자원 공급망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권선형 기자 peter@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