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미얀마·태국·말레이시아·인도 등 4월부터 역대급 더위 지속
한국도 평균온도 상승 속도 심상치 않아…지구 평균보다 3배 가량 빨라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베트남이 섭씨 44°C(도)를 넘는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하는 등 아시아 국가들이 이른 더위에 신음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지구의 기온이 계속 높아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올해 엘니뇨 영향까지 겹쳐 폭염과 홍수가 잦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BBC와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베트남 국립수문기상예보센터는 6일(현지시간) 북부 타인호아성 중북부의 호이후안역에서 섭씨 44.1도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4월20일 북중부 하띤성에서 기록된 이전 최고치(43.4도)를 넘어선 수준이다.
기후변화 전문가인 응우옌 응옥 후이(Nguyen Ngoc Huy)는 "이것은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의 맥락에서 걱정스러운 기록이고 극단적인 기후모델이 사실로 입증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사례다. 이런 기록이 (앞으로) 여러 번 반복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산업혁명 이후 세계는 이미 1.1도가량 따뜻해졌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는 한 기온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의 상업 도시인 다낭에서는 농부들이 뜨거운 햇빛을 피해 평소보다 일을 일찍 시작하고 있다. 다낭에 거주하는 농부 응우옌 티란(Nguyen Thi Lan)은 "더위로 인해 노동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일찍 출발해 오전 10:00시까지 일을 끝내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의 도심도 많은 사람들이 뜨거운 햇빛을 피해 실내로 모여들고 있다. 정오에는 도심 대부분이 비어있을 정도다.
이런 현상은 베트남뿐만 아니라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은 보통 장마가 오기 전 더위를 견뎌왔지만, 이번 더위의 강도는 이전 기록을 넘어서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는 1960년대 이후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으며, 미얀마는 동부의 한 마을이 43년만에 가장 높은 기온인 섭씨 43.8도를 기록했다. 태국도 서부 지역의 탁(Tak) 지방이 섭씨 44.6도까지 올랐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한 11세 소년이 열사병과 탈수증으로 사망했다. 다른 5명은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동남아 지역은 아니지만, 인도 기상 당국도 인도의 일부 지역이 평상시보다 약 3~4도 높은 기온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는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마하라슈트라주에서 야외행사 중 11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아시아 지역의 이른 더위는 지난달부터 기승을 부렸다. 4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일부 지역이 섭씨 40도를 넘기면서 각국 정부가 주의를 당부했을 정도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태국 정부는 수도 방콕을 포함해 전 국민에게 야외활동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같은 달 15일 태국 서부 지역은 섭씨 45.4도를 기록했다.
한국도 최근 여름을 방불케하는 이른 더위에 낮 최고기온이 섭씨 30도에 육박하는 지역이 나왔다. 지난 3일 충북 오창의 낮 최고 기온은 29.9도, 경기 여주의 낮 최고 기온은 29.8도를 기록했다. 이른 더위는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한 5일부터 수그러 들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한국의 기온은 지구 평균보다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2020년 전 세계 평균기온은 14.88도로 20세기 평균보다 0.98도 높은 수준이었다. 지구 평균온도가 1도 상승하는 데 100년이 걸린 것이다.
한국은 1912~2020년 연 평균 기온이 10년에 0.2도씩 상승했다. 10년에 0.07도 오른 전 세계 평균과 비교하면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최근 30년(1991~2020년)으로 범위를 좁혀도 지구 평균기온은 0.12도 오른 반면, 한국의 평균 기온은 0.21도 올랐다.
지난 30년(1981~2020년) 대비 최근 10년(2011~2020년) 한국의 열대야일도 4.6일 길어졌다. 폭염일은 2.8일 늘었다.
한국은 이산화탄소 농도도 전 세계 평균보다 짙었다. 2021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농도는 415.7ppm이었으나, 한국은 관측지에 따라 419.6~423.1을 기록했다.
한편, 기상청은 올해 5~7월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엘니뇨는 남미 페루 부근 태평양 적도 해역의 해수 온도가 겨울부터 봄까지 주변보다 2~10도 이상 높아지는 이상 고온 현상이다.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지구 곳곳에 기상 이변이 발생하기도 한다.
기상청은 "엘니뇨가 5~7월에 발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여름철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강수량이 증가하고 기온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은 지난 2015년 엘니뇨 현상으로 전국 강수일수가 14.9일을 기록했다. 본격적으로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래 가장 많은 날 비가 왔다.
김동용 기자 dy0728@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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