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성은숙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헌법재판소에 제기된 이른바 '기후소송'을 인권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는지 상임위원회 심의 안건으로 올렸다. 기후소송은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정부 등을 대상으로 한 소송을 말한다. 지난 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에 "기후위기로부터 인권보호·증진은 국가의 기본 의무"라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어 헌법재판소에도 이같은 의견을 제출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8일 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 위원회 회의일정 등에 따르면, 11일 제16차 상임위원회를 개최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8조 제1항 및 동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헌법소원 관련 헌법재판소 의견 제출의 건' 등을 공개안건으로 심의할 예정이다.
통상적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 등이 접수되면 소관위원회를 거쳐 상임위원회나 전원위원회에서 논의한다. 의견제출 여부는 상임위 등 인권위 내 의사결정 핵심 기구에서 결정한다.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8조는 '위원회는 인권의 보호와 향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재판이 계속 중인 경우 법원 또는 헌법재판소의 요청이 있거나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법원의 담당 재판부 또는 헌법재판소에 법률상에 사항에 관하여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인권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월 정부에 "기후위기로부터 인권을 보호·증진하는 것을 기본 의무로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기후위기를 생명권, 식량권, 건강권, 주거권 등 인권에 직·간접적으로 매우 광범위하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최대 위협요소라고 봤다.
현재 헌법재판소에는 총 4건의 헌법소원이 청구돼 있다.
지난 2020년 3월 청소년기후행동은 당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등에 규정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차세대 청소년들의 생명권, 행복추구권, 멸종저항권, 환경권,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정부와 국회의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2022년 2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법)' 등에 위헌결정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추가 청구하기도 했다. 탄소중립법은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대체하는 법률로 지난해 9월 시행됐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 재학중인 학생들도 저탄소녹생성장기본법 시행령 등의 위헌성을 확인해달라며 2020년 11월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총배출량의 1000분의 244만큼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정한 시행령 조항이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위기 대응 기준으로 불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와 정당들이 헌법소원을 청구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21년 10월 기후위기비상행동·녹색당 등은 "탄소중립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온실가스감축목표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은 과학적 근거기 반영되지 않은 임의적인 수치"라고 지적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가장 최근에 제기된 기후소송은 '아기기후소송'이다. 아기기후소송은 지난해 6월 태아를 포함한 5살 이하 아기 등 62명이 청구한 헌법소원을 말한다. 이들 역시 탄소중립기본법 등에서 명시한 온실가스배출량 감축 목표가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보장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정부나 기업을 상대로 한 기후소송은 증가하고 있다. 국내 기후단체 기후솔루션이 지난 2월 발간한 '기후소송 국내 동향'에서 인용한 런던정치경제대학교 산하 그랜덤 기후변화연구소(The Grantham Research Institute at LSE)의 데이터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제기된 기후소송의 수는 2200여건을 넘어섰다.
성은숙 기자 functio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