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이익 성장세 주춤…비이자이익은 전년比 49.2%나 증가
금융 불확실성에 충당금 증가·예대마진 축소로 올 전망은 '글쎄'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지난해 금리인상에 따라 이자이익이 급증하며 매 분기 역대급 실적을 이어온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NH농협·우리금융)가 올해 1분기에도 호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국내외 경기둔화와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리스크 증가로 이자이익 성장세가 주춤한 데다,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 대손충담금을 쌓는 등, 부담이 증가한 가운데 비이자이익이 급증하며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거둬 눈길을 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국내외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금융당국의 사회적 역할 강조에 따른 손실흡수능력 확충, 예대마진 축소, 상생 금융 확대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만큼의 호실적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전망하고 있다.
KB·신한·하나·NH농협·우리금융 등, 5대 금융지주사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5조 846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6%가 증가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수치다. 앞서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는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의 1분기 순이익을 4조 530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4개 지주사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8%, 시장 전망치의 8.1% 늘어난 4조 8991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금융사별로 KB금융은 지난해보다 2.5%가 늘어난 1조 4976억원으로 '리딩금융'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어서 신한금융이 0.2% 증가한 1조3880억원, 하나금융은 22.1%가 증가한 1조1022억원, 우리금융 8.6%가 늘어난 9113억원을 기록했다. 농협금융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8.8%가 증가한 9471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금융권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이자이익 파티'란 비난에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는 등, 이자이익 성장세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대내외 금융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했야 했다. 하지만 비이자이익이 급증하면서 호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1분기 5대 금융지주의 비이자이익은 총 4조 44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 9750억원)보다 49.2%가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대손충당금도 늘어났다. KB금융이 347.5%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이어서 △농협금융(301%) △하나금융(109%) △신한금융(89.4%) △우리금융(57.4%)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자이익 성장세는 주춤했다. 1분기 5개 금융지주의 이자이익은 총 11조 75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조 3440억원) 대비 3.57%가 증가했으나, 이전 분기(13조 1660억원)와 비교하면 10.75%가 감소했다.
5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이자이익에 이어 올해는 비이자이익이 급증해 견고한 이익창출 능력을 입증하며 개선된 실적을 보였다. 다만 올해 실적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지 못하다.
지난해 은행권이 금리인상 영향으로 이자이익이 급증하자 정부는 '공공재'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다. 이후 금융당국도 지나친 이자이익을 거론하며 금융사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론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은행권은 사회적 책임의 확대 일환으로 소상공인·중소기업부터 최근 논란이 된 전세사기 피해 가구까지, 이자와 수수료 등의 금융비용 절감 차원에서 적극적인 도움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예대마진도 축소되고 있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3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수신금리는 연 3.56%로 2월 대비 0.02%p가 상승했으며 대출금리는 연 5.17%로 2월에 비해 0.15%p 하락했다. 예대금리차는 1.61%p로 3개월 만에 축소 전환했다.
대내외 금융 불확실성에 따른 충당금 추가 적립 기조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뱅크런'에 따른 실리콘밸리은행·퍼스트리퍼블릭 파산 및 크레디트스위스 위기 등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손실 흡수능력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재무·리스크 담당 임원(부행장급)과 비공개 간담회에서 충당금 추가 적립을 요청했으며 충당금 관련 규정도 개정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올해에는 정부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하락 이슈와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증가로 인해 실적 증가세가 둔화되거나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은행권은 이자이익 이슈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며 "올해는 이자이익 둔화세와 더불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충당금 등 손실흡수능력 확충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어 지난해만큼의 호실적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자이익 감소 및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한 대손부담으로 실적 둔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며 "시장의 변동성을 적절하게 활용해 비이자이익 부문의 수익성 강화를 도모하는 등 1분기 호실적에 그치지 않고 연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를 채우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이성노 기자 sungro5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