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부진 타개 단기·중장기 방안 제시
[한스경제=성은숙 기자] 최근 우리나라의 수출 부진 이유는 근본적으로 반도체에 의존하면서 반도체 외 수출산업의 기반이 약화되고 있는 것을 간과한 데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25일 한국무역협회는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무역현안 관련 제3차 언론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과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무협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출 규모는 1515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6% 감소했다. 수입은 174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무역적자 규모는 225억달러로 집계됐다. 통관기준 무역적자는 1월 125억달러, 2월 52억달러, 3월 46억달러, 46억달러로 둔화되는 양상이다.
무협은 올해 1분기 수출이 부진한 이유는 중국(-29.6%), 베트남(-27.5%), 홍콩(-44.7%), 대만(-37.9%) 등으로의 반도체 수출이 부진한 영향으로 분석했다. 국가별로는 우리의 우회 수출비중이 높은 중국과 베트남에서 수출 부진이 심화했다. 품목별로는 전형적인 중간재인 반도체(-40.0%)와 철강제품(-15.8%) 수출 성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승용차 수출은 1분기 44.0%로 급증세를 보였다.
◆ "반도체 외 수출산업들의 기반 약화 누적…드러나지 않았던 것"
이에 대해 무협은 "최근 수출 부진은 세계경기 위축 등에도 원인이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누적된 수출산업기반 약화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지난 몇 년간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수출이 급증하면서 전체 수출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이면서 다른 산업들의 수출기반이 약화된 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생산유연성 및 가격경쟁력 약화를 수출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노동경직성 확대로 생산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 등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은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킨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수출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가 확대된 점도 지적했다. 과도한 규제로 기업의 부담은 지속되고 있으며, 스타트업의 성장마저 좌절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무협은 지난 3월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실시한 '주한 외투기업 규제 인식 및 투자 전망 조자'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 외투기업의 국내투자를 위해서는 '과도한 기업규제의 획기적인 개선'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정만기 부회장은 "국내 스타트업 중 25.4%는 정부 규제 등으로 해외 이전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한 미흡한 R&D(연구개발) 생산성도 수출부진의 요인으로 짚었다. 우리나라의 연구개발비 및 연구인력 비중은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연구개발에 투입된 자원 대비 성과는 상대적으로 저조하는 것이다. 무협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가연구개발사업 부문 효율성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 무협은 미흡한 세제지원, 공급자 위주의 과제선정, 정부출연연구소의 예산편성방식, 과제기획 및 사업자 선정에 과다 기간 소요, 연구원에도 적용되는 주당 52시간 근로제 등을 문제의 원인으로 봤다. 정만기 부회장은 "지적활동인 기술개발도 상황에 따라서는 밤새면서 해야하는데 이게 안된다"면서 "심지어 최근 어떤 회사에서는 근로자로 돼 있는 연구원들을 전부 개인사업자로 등록해 주52시간 제한을 안 받는 편법을 고려하는 기업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 무협, 수출부진 타개 단기·중장기 방안 제시
무협은 수출부진을 타개할 수 있는 단기적인 방안으로 '수출산업 기반 유지 및 가격경쟁력 강화'를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수출기업에 대한 금리인하 및 원리금 상환 유예, 세금부담 완화 및 징수 유예 등 특단 대책 △근로시간, 최저임금제, 외국인·여성·고령인력 활용 등을 통한 생산유연성 및 가격경쟁력 제고 △대규모 수출사절단 파견 등 단기 수출마케팅 강화 등을 주장했다.
중장기적인 방안으로는 '경쟁국과 동등한 국내 정책환경 조성'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그린·디지털 전환 등 경쟁국과 동긍한 세제지원 환경 구축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규제개혁 △R&D 생산성 제고와 인력부족 대응에 대해 지속적인 특단 대책 마련 등을 주장했다.
성은숙 기자 function@sporbiz.co.kr



